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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고 싶다
김종일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3월
평점 :
15살 아들이 가끔 하는 말중에 우리 가족은 모두 오랫동안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그냥 무심코 지나가 버렸지만 16살 종수의 이야기처럼 엄마, 아빠가
피치 못할 사연으로 헤어져 살게 되는 경우에 자신의 삶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는 생각을 했는 듯 하다.
주 무대가 되는 청량리 588 집창촌과 청량리 역 그리고 좁은 뒷골목길
등에서 자신의 순수성을 훼손당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종수의
이야기를 아들과 함께 읽고 감동을 받고 싶다.
청소년 소설 “나는 날고 싶다”를 읽고 싶다는 나의 생각을 적은 글이다.
이 소설은 1980년대 청량리를 배경으로 이미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어 자취를 감춘 청량리 588과 청량리 역 그리고 좁은 뒷골목길 등이 주요 무대이다. 이미 역사의 한 귀퉁이로 사라져 버린 1980년대의 구두닦이들과 588 여성들의 이야기는 이 소설의 주 독자층인 청소년에게 30년 전 서울의 옛 청량리라는 생소한 이야깃거리로 다가온다. 오늘날의 청소년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았던 열여섯 살 꼬마 구두닦이 종수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꼬마 구두닦이 종수는 누구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한다. 같이 일을 하는 구두닦이 형들마저 종수를 구두 수집해오는 사람으로만 취급할 뿐 일을 못할 땐 매번 욕설과 구타를 일삼는다. 힘겨운 일상이 지속되어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려고 할 찰나에 종수는 혜련이 누나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혜련이 누나와 종수와의 우연적인 만남에서부터 이야기는 대전환을 맞는다. 혜련이 누나는 종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다. 이때부터 종수는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한 사람을 얻게 된다. 그 한 사람을 통해 종수는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찾고, 희망을 좇는다. 혜련이 누나 역시 종수를 통해 집창촌 생활로 인해 겪는 온갖 고통들을 잊어버린다. 혜련이 누나가 종수에게 베푸는 어찌 보면 맹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랑과 관심은 오히려 자신보다도 약자인 사람들을 보듬어줌으로써 괴로운 현실을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종수는 비록 구두닦이 생활을 하지만 혜련이 누나와 독사 형의 도움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친척으로부터 외면당하고, 구두닦이 찍쇠라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냉대와 멸시를 받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긍정적인 자세로 극복해 자신의 바른 심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종수는 비록 어린 소년이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어른이라고 착각할 만큼 성숙한 면을 보여준다. 종수는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목도하지만, 절대 자신의 처지에 대해 ‘비관’은 할지언정 자신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종수는 여리게만 보이는 평범한 소년에 불과하지만, 한편으로 스스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변인들을 소중히 아끼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발버둥치는, 굉장히 강한 아이다.
마지막장의 작가의 말에서 지은이 종수를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근원적인 힘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보잘 것 없이 초라하고 작은 것일지라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눈’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고스란히 마음에 와닿았다. 이 소설은 읽는 독자 모두에게 따뜻함으로 작은 위안과 위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