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9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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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19권에서는 정석의 딸로 집나간 어머니 양을례가 찾아와 함께 부산에 간 후 일본군 중위 사가에게 강간을 당해 병을 얻어 몸과 마음의 정신적 상처로 고행하던 정남희가 장학연의 도움으로 비밀리에 치료를 박고 도솔암에서 요양한 후, 평사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손녀가 와서 반기기보다는 통탄하는 성환할매의 심정이 오죽했을까요. 김치 한 보시기에 된장 뚝배기 하나, 그리고 된장에 묻어둔 콩잎이 한 접시, 콩잎 하나를 밥위에 얹어 먹으며 집에 돌아온 실감이 나나 봅니다. 남희가 돌아오지만 오빠 성환은 학병으로 끌려가자 석이의 어머니 성환할매는 눈이 멀고 모든 희망을 다 놓아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연학은 성환할매 귀에다 속삭입니다. “기운 내이소. 조금만 참으시이소. 일본놈들 곧 망할 겁니다. 그라믄 석이도 성환이도 모두 돌아올겁니다.”

 

한이 된다는 말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것 같았다. 희망이 없는 캄캄절벽, 어디서 빛줄이 새어들어 한을 풀 새날을 기다려본단 말인가.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은 비단 성환할매나 박서방뿐만은 아니었다. 최서희도 지금 평사리에 내려와 있었다. 날개 찢긴 나비같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같이, 파닥거리지도 않았고 몸부림치지도 않았다. 조용하게 사람을 바라보았다.

---p261. 평사리의 어둠중에서

 

 

 

천우신조다.” 하늘이 돕고 신이 돕는다. 앞 일을 알 수 없는게 사람이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길켠에 엎드려 토하기 시작한 한 사람, 토지의 악인이죠. 그림자 같이 다가선 사내가 배설자의 뒤를 쫓으면서 가슴에 품고 있던 비수를 꺼내 배설자의 목을 찌릅니다. 일본 경찰의 끄나풀이었고 곤도 게이지의 정부였던 배설자는 일제로부터 이용가치가 떨어지자 정부인 곤도에게 버림받고 지난날 배설자의 유혹에 넘어가 형과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청년에 의해 잔인하게 죽음을 당합니다. 그의 생은 그렇게 또 끝이 납니다. 홍이의 딸 상의는 여학교 일본 선생 사카모토의 부당하고 유치한 처사에 반항을 하면서 19권의 막을 내립니다.




 

토지를 읽으며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감정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느낍니다. 암울한 시기에모두가 희망을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나라를 바라보며, 각자가 처한 자리에서 쌓여 가는 서러움 또한 켜켜이 깊어져 갑니다. 힘든 시기일수록 서로를 믿고 살아가는 용기와 희망이 얼마나 소중한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도 생각해 보며 그런 답답한 현실 속에서 이제 대단원의 마지막 권으로 넘어갑니다.

 

채손독을 통해 다산북스로부터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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