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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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으로 알려진 데니스 존슨이 죽기 전 완성한 기념비적 유작

바다 여인의 선물은 작가 사후에 출간된 뜻깊은 작품입니다.

 

독자는 기차의 꿈작품을 먼저 만났습니다. 데니슨 존슨은 작품을 통해 평범한 삶에 자리한 고통과 구원의 가능성을 탐구한 작가입니다. 이 책 바다 여인의 선물1992년 전 세계 문단에 큰 충격을 안겼던 예수의 아들이 출간한 후 무려 25년 만에 발표된 그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집입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일상이란 삶과 죽음이 뒤섞인 기묘한 시공간임을 보여줍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인생의 내리막길에 서 있고 통화하고 있는 상대가 첫째 아내 버지니아인지 둘째 제니퍼 아내인지도 모른 채 무감하게 사과하는 중년의 남자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두 여자에게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한편 사형수인 남편 윌리엄 도널드 메이슨은 부인이 꾸며낸 온갖 이야기로 짧지만 행복했고 자랑스러운 남편으로 세상을 떠났고, 재활 시설에서 부모와 형제 그리고 교황과 사탄에게까지 차례로 편지를 쓰는 알코올중독 환자도 등장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환각제를 먹고서 살인자에게 저주받는 소년과 친구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자기 죽음을 예감하는 노작가, 엘비스 살해 음모론에 빠져 전 재산을 탕진한 것도 모자라 직접 삽을 들고 무덤까지 파헤치는 천재 시인 마크도 나옵니다.

 

 

이제는 내가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일보다 지나간 기억이 더 많다. 기억은 퇴색한다. 계속 남는 과거는 많지 않다. 과거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잊어버려도 나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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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과 중독으로 점철된 젊은 날의 열병 같은 고통을 그렸던 작가는 그 끝에 이르러 인생의 황혼에서 마주한 기묘한 풍경들을 소설로 옮겨 놓았습니다. 기차의 꿈에서 한 인간이 팔십 년간 쌓은 고독을 140쪽 짧은 소설에 응축해 보였던 데니스 존슨. 그가 또다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소설의 경지를 보였다는 극찬을 받으며, 자신의 문학적 생애에 장엄한 마침표를 찍은 것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인물들의 삶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져줍니다. 작가는 인물들을 설명하거나 구원하려는 시도를 거부함으로써, 오히려 실존주의적 태도를 드러낸다. 인간은 이유 없는 상황 속에 던져지고, 그 속에서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르트르의 명제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내가 이것 하나는 분명히 할게. 나는 어디로도 도망가지 않을 거야. 굳건히 버티고 서서 끝까지 해낼거야. ---p.63

 

작품 속 인물들은 완전한 구원도, 완전한 절망도 없이 그저 묵묵히 살아갑니다. 이는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의 사유와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은 반복되는 고통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야 합니다. 작품은 바로 그 반복과 불가해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독자에게 삶을 긍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던집니다. 또한 깊이 사유해 보면 기억의 혼선과 죽음의 징후는 하이데거의 죽음에의 존재 개념을 상기시키네요.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다가오며, 그 가능성은 우리의 삶 전체를 규정합니다. 작품은 이 불가피한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게 함으로써, 인간이 얼마나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존재인지를 이야기 합니다.

 

결국 이 작품은 삶을 통제하려는 모든 시도가 무력함을 드러내며, 동시에 그 무력함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산다는 건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기이한 여행을 견디는 일일하고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문학적 장치가 아니라, 철학적 성찰의 장으로 독자는 작품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걸작입니다. 문학이 반드시 극적인 사건이나 영웅적 인물이 아닌 평범한 삶의 단면 속에서도 깊은 성찰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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