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 자본주의를 가로지르는 인문학 로드맵
강신주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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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_ 자본주의를 가로지르는 인문학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 후 카페로 가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남미 노동자들의 땀과 수고로움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마 많이 없을 것입니다. 이 같은 불평등은 우리 사회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는 단지 커피 한잔을 즐겼을 뿐인데 경제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이 책 상처받지 않을 권리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나 웹자본주의가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고안한 욕망의 집어등을 스마트폰 한곳에 모아두었다면, 이제 짐멜도, 벤야민도, 부르디외도 그 리고 보드리야르도 스마트폰과 웹에서 자신의 통찰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이 탁월한 지성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공간일 겁니다. 그래서 웹의 세계에 익숙한 든든한 안내자가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마우리치오 페라리스입니다.”

 

마우리치오 페라리스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수준에서 데이터 사회의 철학을 구상한 철학자입니다. ‘관념혹은 물질둘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춰 온 기존 서구 철학 전통을 비판하고 관념과 물질의 혼합체인 실재를 새롭게 사유하는 신실재론을 주창한 철학자입니다. 신실재론의 실재란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모든 것으로, 여기에는 디지털 데이터도 포함됩니다. 페라리스는 자신의 신실재론을 바탕으로 플랫폼에 종속된 데이터 자산을 모두에게 개방하는 웹 복지 시스템을 제안했습니다.

 

 

1970년 베트남 전쟁은 전 세계 경제와 사회 질서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달러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막대한 전쟁 비용을 이유로 금 태환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후 달러를 제한 없이 찍어냈고 이는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더 심각해진 인플레이션 탓에 보통의 사람들은 빚을 내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으며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유리한 체계로 바뀌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양극화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약화로 이어졌고 경제의 주체 중 하나인 개인은 가난해졌습니다.

 

2009년 출간하자마자 인문 교양서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개정판으로 <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삶의 자유를 빼앗고 그 대가로 소비의 자유라는 치명적인 상처만을 안겨 주었다라는 철학자 강신주 저자의 말입니다. 모두들 자본주의 자본주의 하고 말들은 하는데 자본주의가 무엇이고 그 실체를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물론 좋아하는 작가 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인문학 에 대해 약간의 확신은 생길 것으로 봅니다. 때문에 인문학 로드맵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자본주의는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노동으로 계속 내물기 위해 지속적으로 돈을 쓰도록 유혹하는 장치도 함께 고안했습니다.

 

인문학적 정신은 미래의 후손들, 혹은 미래의 타자들을 배려하는 정신입니다.”

 

 

이 책에서 다섯명의 인문지성인을 만나면서 자본이라는 개념과 최초의 자본주의적 대도시 파리의 쇼핑객들을 만나보게 됩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삶에 필요한 상품만을 구매하도록 잉여가치를 얻겠다는 산업자본의 끝없는 용망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 산업자본은 필요이상으로 상품을 사도록 소비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합니다. 새로운 상품은 시간이 지나면 낡은 상품이 되고 이 때문에 유행이 생기게 됩니다. 19세기 파리와 보들레르의 삶이 산업자본주의 지배를 받을 모든 도시 속 벤야민 철학자가 등장한 1913년의 이야기가 이 책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우리 자신이 자본주의에 얼마나 길들여져 있고 그로부터 상처받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합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 가운데 하나입니다.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사람들의 뿌리박힌 인식을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망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자본주의에 길들여 있고 그로부터 상처받고 있다면 우리의 의식을 일깨울 학문,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학문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인문학을 즐겨 읽게 되는 이유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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