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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오쿠다 히데오 작가를 생각하면 그의 작품인 <오 해피데이>가
먼저 떠오른다. 일본소설을 처음 접한 지 얼마 안된 시기에 만났기에 그만의 특유한 유머스러움이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무거움을 가볍게 표현하는
그만의 스토리에 푹 빠져 있었던 시기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2010년에 출간된 <꿈의 도시>부터는 그만의 특유의 유머스러움이 감해진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신간이 나오면 이번엔 무슨 책이 나왔을까? 눈을 흘깃하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나오미와 가나코>
거의 500페이지나 되는 육박된 두께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만큼 가독성과 흡입력이 꽤 짙다는 애기다.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유념해야 할 게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내려놓기가 힘들테니 몇 시간은 당신의 시간을 책에
양보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건 협박도 경고도 아니다. 진정 사실이다.
나오미와 가나코!! 두 여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대학동창인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여전히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가나코만 은행원인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나오미는 아직 독신이다.
결혼식 때 본 가나코의 남편은 나오미의
눈에는 썩 괜찮아보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가나코를 만나는 횟수가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정이 아닌 건 아니다.
어느 날 나오미는 맛있는 음식을 싸들고 친구인 가나코의 집을 전화없이
방문하게 된다. 문을 열어주기 주저하는 가나코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폭행당한 흔적이 여실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왜??......
보기에는 굉장히 스마트하고 젠틀한 가나코의 남편이 폭행의 주범이다. 보름에
한번씩 사람이 아닌 짐승이 되서 인간말종의 모습을 보이는 두 얼굴의 야만인!
친구의 멍자국은 나오미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상기시켰다. 주기적으로 자신의
화를 풀 샌드백이 필요했던 아버지, 그저 자신의 아내를 샌드백이라 생각했다.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소리와 어머니의 신음소리를 듣고 자란 나오미, 그녀는
성인이 되서 나올 수 있었지만 그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엄마는,,,,,
나오미는 격분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당장 이혼하라고 권유하지만, 혹여
자신의 가족들에게 해꼬지 할까봐 신고도, 이혼이라는 말도 입에 꺼내지 못하는 가나코,,,,,
과연 그녀들은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가나코는 그냥 이대로
폭력에 노출되어 평생을 살 것인가?
이제부터 그녀들의 무서운 도발이
시작된다.........
그녀들은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저질렀다. 동기가 충분했고, 한편으론 납득이
가기도 했지만 그건 절대 해서는 실행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건 범죄다. 그렇지만......그렇지만,,,, 왠지 그녀들이 무사했으면 하는 바람은
또 뭔가? 이 모순은 어디서 오는걸까??
당신도 이 여자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한
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예스24 제공-
사실 나 또한 그녀들을 응원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크나큰 죄,,,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음에도 그녀를 쫓는 시누이 요코가 미웠던 건 정작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누이 요코를 보면서 인간은 철저히 이기적이라는 생각에 혀를 내둘렀다. 그
상황에서도 철저히 자신의 안위를 생각했던 요코,,,어쩌면 제일 현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미워보일 수가,,,,,옆에 있었음 뒷통수를
한대 때리고 싶었다.
이 책은 가정폭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극의 상황을 보여준다.
소설이기에 가능했던 일들이 요즘엔 심심찮게 뉴스에서 보도가 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소설에서는 폭력에 맞서는 대응방식이 극적인 방식으로 표현됐다.
이것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을 때 움츠러들지 말고 대항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겠다. 폭력에 대항해야 한다. 폭력이라는 악에게 져서는 안된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품위를 지킬 때만이 제일 아름답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마지막 그녀들의 탈출씬을 보고 갑자기 본 조비의
<런어웨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들을 이 음악으로 응원해 주고
싶었던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