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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걷자, 둘레 한 바퀴 - 한국산악문학상 수상 작가의 북한산 둘레길 예찬!
이종성 글.사진 / 비채 / 2013년 7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908/pimg_761058116894739.jpg)
한동안 등산에 재미가 붙어서 한달에 두어번 정도 무등산에 올랐습니다. 혼자 올라가기도 하고, 일행과 함께 올라가기도 하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왜 산에 오르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올랐을 때는 정말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생각 따위를 어떻게 할 수 있나 의문이 들었지만 두 번째 산에 오를 때는 산에 피어있는 들꽃들이 제 눈에 들어오더이다.
어떤 분이 산행을 하다보면 언제나 그대로인 넓고 깊은 산에게 미움들을 쏟아내고 대신 새로운 힘을 받고 온다고 하던데 저는 그 단계가 언제나 올까요? 상관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내가 느끼는 걸로 충분하니까요.
걸어다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 제가 걸어다니는 것에 흥미를 느꼈으니 산이 저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이 아닌가 싶네요.
한국산악문학상 수상 작가인 이종성씨는 중학교 교사이자 시인으로서 산을 읽고 듣기 위해 묵묵히 산을 오른다는군요.
특히 이 책을 쓰기 위해 북한산 둘레길을 1.000번 이상 답사하고 사진을 찍었다고 하니 정말 산을 사랑하시는 분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21구간의 둘레길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그냥 지나치고 말 듯한 들꽃들의 새초롬한 모습들과 각각의 특징을 담은 여러 장소가 의미들을 부여받는듯 합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908/pimg_761058116894740.jpg)
" 물속에서는 물이 되고, 불속에서는 불이 되고, 바람 속에서는 바람이 되듯 살아야 한다는 것을.
예속되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어 빛을 발하게 하며, 물인 듯 바람인 듯 불인 듯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살다 보면 깨끗한 길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p25
물은 물로, 바람은 바람으로, 또 바람이 물인 듯 살다보면 깨끗한 길을 만난다는 구절이 제 가슴을 뛰게 합니다. 어쩌면 가지지 말아야 할 욕심, 그 욕심 때문에 저를 더 힘들게 했다는 말도 되니 조금은 내려놓자는 이야기와도 같을 겁니다.
북한산 둘레길 제 1구간인 소나무숲길을 걸으며 조용히 자신과 산, 그리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우리의 정신은 더 자유로워질겁니다.
제가 산을 오르면서 느꼈던 산과의 자연스런 소통처럼요!
1구간을 비롯하여 21구간까지 의미를 담은 길들이 많은 이들의 발길을 재촉합니다. 등산화를 신고 산을 오르면서 잠시 내 자신을 내려놓고 자연의 위대함에 빠져보면 어떨까요?
똥을 누는 나무가 뭔지 아세요? 처음엔 이게 뭐지? 했는데...사람 몸에는 참 좋은데 그 열매에서 굉장히 불편한 냄새가 나는 은행나무를 가리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은행나무에 작가는 많은 의미를 찾아냅니다. 오롯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그 견고함, 위대함....그건 작가가 1.000번 이상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깨닫게 되는 이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이 외에도 많은 길과 나무, 그리고 꽃들에게 생명을 불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존재를 인정해주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908/pimg_761058116894741.jpg)
" 그렇게 상처가 많은 날에는 가끔 산에 올라 도심을 내려다보라.
그 생각 속에서 답답한 마음을 들여다보면 문제의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르는 법이니." -p83
" 산에 오르는 것은 잃어버린 자신을 찾으러 가는 길임을 잊지 말자.
오만과 불손과 소란으로부터 멀리 도망친 나를 찾기 위해." - p260
작가는 참 친절합니다. 각 구간마다 시간과 길이, 난이도까지 상세히 알려줍니다. 초보자도 쉽게 찾아갈 것 같아요.
각 장마다 작가가 그동안 북한산을 오르내리면서 느꼈던 생각들과 어떤 대상에 대한 시를 함께 수록해놓았습니다.
단풍나무,낙엽.은행나무.등산화.빨래골.산사나무. 하늘 전망대....등에 대한 시들이 감성적으로,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그저 북한산 둘레길의 구간을 소개하는 책이라기보다 그 구간들을 지날 때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대상들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하며, 닫혀있는 마음의 빗장을 푸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읽는 독자들의 몫이겠지요.
아직 북한산은 한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기회가 되면 신발끈 조여매고 천천히 걸으면서 마음의 스승이 될지도 모를 산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산을 오르는 건 내 안의 나를 만나러 가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런 내공까진 오르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제일 솔직한 순간이 될 수도 있겠지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산,어떤 조건도 없는 산...어떤 모습으로 찾아가도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산!!
주말에 북한산 근교에 가족이나 연인들과 손을 잡고 둘레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맑고 평화로운 시간들이 보상으로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