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할 수 없는 모중석 스릴러 클럽 30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만나는 순간은 참 가슴 벅찬 일이고, 보기만 해도 기대감이 한층 증폭되어진다. 표지 속 빨간색 문 앞에 문고리의 그림자로 보여지는 갈코리에서 으스스한 느낌과 함께 오는 심상치 않은 기운은 기대감과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빨간색 문과 문고리의 그림자의 색의 대비가 묘하게 어울리면서 오싹한 느낌마저 주는 <용서할 수 없는>이라는 제목을 지닌 책은 도대체 무엇을 용서할 수 없는걸까?

 

"그 빨간색 문을 열면 내 인생이 끝장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p6)

 

그는 그 문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가난하고 빽 없는 약자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짓밟히고 깔아 뭉개지고 진실이 무엇이든간에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진실도 거짓으로 둔갑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지 말았어야 했다. 갈코리같은 문고리로 자신을 찌르고 또 찔러 나락으로 떨어지게 할 그 문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문을 열었다. 등줄기에서 땀이 비죽비죽 흘러나오고 정수리가 따끔거려도 그는 그 문을 열 수 밖에 없었다. 빈민가의 뉴어크 비디 농구팀 감독인 댄에게 걸려 온 열 세살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를 거절할 수가 없는 그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빨간 문은 그를 호락호락 놔주지 않았고 소아성애자라는 낙인을 찍어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의 웬디 타인스는 소아성애자들을 잠입취재하여 세상 밖으로 알리는 기자이다. 알코올 중독자가 모는 차로 인해 남편을 잃고 아들을 키우면서 자신의 일에 신념을 가지고 사는 그녀에게 댄은 그저 끔찍한 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일 뿐이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댄의 주장에 내면에서는 뭔가 방향을 잘 못 잡고 있다는 직감이 들지만 이미 소아성애자를 잡은 유명인사가 되버린 그녀에겐 더 이상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 때 헤일리라는 여학생의 실종과 맞물려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드는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의일까!

 

진실은 쉽사리 얼굴을 내밀지 않는 듯 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는 속성이 있어서 악이란 놈은 진실이란 가면을 통해 교묘히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들이 말해 주듯이 그들이 진정 보아야 하는 것, 들어야 하는 것을 놓치면서 말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정의인지 그것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자신들을 위로할 희생양이 필요했음을.....!

 

"당신은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고 있어요. 그게 인생이니까요. 우리가 부딪히면 때론 누군가가 다치기도 하겠죠.

그들은 그저 팬티 한 장을 훔치려고 했을 뿐이예요. 그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거죠.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그들을 증오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남을 증오하려면 정말 많은 것들을 붙잡고 있어야 해요.

그러는 동안 정작 중요한 건 놓칠 거고요."(p 412)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용서다. 자신을 구렁텅이로 빠뜨린 가해자를 쉽사리 용서할 수 있을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 자체를 박탈한 가해자를 과연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결국 용서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둘 다 가진 사람의 삶을 통해 보여지는 입장의 차이를 보는 재미도 이 책의 또 다른 묘미이다.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은 듯 하면서 모두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사건들을 파헤칠 때마다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들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처음에 비해 후반부에 가서는 임펙트가 강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스릴러 장르 요소에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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