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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평점 :
여울이의 진정한 가족 만들기
'가족'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뭐가 생각나나요? 아마도 따뜻함, 안식처, 내 편, 사랑, 희생....등 많은 단어들이 떠오를 겁니다. 가족이란 그런 거지요. 이 세상에서 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어떤 상황에서든 무조건적으로 감싸줄 수 있는 내 편...가족이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내놓기도 전에 이미 마음 속에서 몽글몽글 행복이 자리잡아 웃게 만듭니다. 뭐~가족이라고 해서 갈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서로의 의견이 달라서 대립관계에 있기도 하구요. 여러가지 양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단위의 사회가 가족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마다 가출을 생각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예 가출에 대한 지침서를 작성해 놓고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 권여울 친구를 소개합니다. 가출이라는 말보다 출가라는 말을 좋아하는 여울이는 완벽한 가출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족을 이 시대의 차별화된 가족 구성원이며 불쌍한 영혼의 집합소라고 표현을 하는 여울이의 가족의 이야기...들어보실래요?
여울이의 가족 구성원을 소개할까요? 욕이라면 대한민국에서 뒤지지 않을 할매....할매의 소원은 아주 소박하게 양로원으로 가서 여생을 보내는 거랍니다.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한 것이 연세가 여든 세살이나 드셨음에도 손자,손녀들을 위해 새벽 밥에 집안 일까지 도맡아 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며느리에게 밥상 받아야 할 나이에 참...!! 그리고 할머니를 고생시키고 있는 최고의 장본인인 바로 여울이 아빠....여자를 너무 밝힌 결과로 두 여자와 결혼하고 한 여자와 동거를 한 전적이 있지만 지금의 아빠 곁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순수함의 극치라고 해야 하나요? 아이 하나 낳고는 모두 떠나버린 여자들...
그리고 한때는 잘 나간 투자전문가였던 뇌경색을 앓고 있는 삼촌...!! 다발경화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오빠와 고3 언니,그리고 여울이....
"나는 가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직은 열일곱이다. 갖고 싶은 건 더더욱 많다. 가난은 다른 사람들이 놓치지 않는 것들을 놓치게 한다. 나는 그걸 참을 수 없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뭐든지 참고 견뎌야 한다면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불 보듯 뻔한 상황에 끼여 아등바등하느니 다른 길을 가 보고 틈도 엿보고 싶다. 언제든 상황은 바뀐다. -p195
열일곱살인 여울이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아직 어린 여울이가 감당하기 힘든 집안의 환경이지만 코스튬플레이라는 매개체라는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조금씩 극복해 나갑니다. 어쩌면 힘든 현실 속에서 유일한 통로였겠지요. 그 통로를 통해 조금씩 성숙해가지요.
이 가족들의 처음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싸우기 위해 사는 것 같습니다. 뭔가 불량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따뜻한 온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어쩌면 첫 단추가 잘못 채워져서 되돌리기엔 많은 시간들이 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어둠만이 그득한 그런 류의 책이 아닙니다. 제 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 책은 가족이란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게 합니다. 잠시 가족의 울타리를 떠나 있더라도 언젠가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그리고 보금자리라는 것을, 그 누군가는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음을...그게 가족이라고 말입니다.
" 그게 말이야. 어른이 되면 얼마나 말이 늘어나는지 아니? 말이 잔뜩 늘어나서 자기가 내뱉는 말들에 발목을 접혀 얽매이게 돼.
말을 통해서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지. 그러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하지만 그 사람들도 알고 보면 마음 깊숙한 곳에 사랑이 숨겨져 있어." (p180)
자칫 심각해지고 어두울 수 있는 스토리를 무덤덤하면서도 위트있는 문장으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한번 잡으면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스토리와 흡입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197페이지밖에 안되는 짧은 책이지만 각 캐릭터들의 특징을 잘 조합해 놓았습니다. 심각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무던한 문체로 가끔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 않은 스토리임에 왜 수상할수 밖에 없었는지 알것 같습니다. 남들이 볼때는 불량스럽다 못해 콩가루 가족이라고 하겠지만 "가족의 진화가 필요하다"라는 여울이의 말처럼 끊임없는 사랑과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