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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유랑 - 서른 살 여자, 깡 하나 달랑 들고 꿈을 찾아 나서다
윤오순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그녀의 도전은 처절하리만치 아름답다.
어른들이 말씀하신다. "공부도 다 때가 있는 거라고~할 수 있을 때 하라고~". 하지만 서른 살,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을 떠나는 그녀에겐 어쩌면 해당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면서까지 공부를 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은데 결국 그녀는 삶에 안주하기보단 도전을 선택했다. 그녀의 고집스런 공부의 대한 열정이 참 부럽다. 나에게도 그러한 꿈이 있었는데...그 꿈을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느라 그냥 흘려 버렸다는 게 새삼 나를 찌른다.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바로 증권사에 취직해서 나름 여가생활도 즐기면서 이게 사람 사는 모습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변화없는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졸업 직후 IMF사태가 일어난 상태인지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 때 그녀는 한국이 아닌 외국으로 눈을 돌렸고 모든 걸 버려두고 서른 살에 중국으로서의 유학을 떠나면서 그녀의 공부 유랑기는 시작된다.

그녀의 인생 처음으로 떠나는 중국 유학....누구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고, 또 부추기는 사람도 없이 외로운 유학 준비를 시작했단다. 중국으로 유학 갈 사람이 중국어 한마디 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그녀의 열정과 도전을 그 어느것도 포기시키거나 잠재우진 못했다. 기숙사도 불편하고 말도 통하지 않은 낯선 중국에서의 유학생활이 대학원 석사 논문을 위해 현지 조사를 할 욕심도 낼 정도로 발전했으니 놀랍지 않은가! 그녀의 억척스런 고집스러움과 열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문이 없는 화장실로 인해 참 민망했다는 그녀...심지어 화장실을 갈때 돈을 내고 가야 하는 화장실 문화가 중국 유학 생활에서 잊히지 않는 것 중의 하나라고 한다.
공부하는 동안 틈틈히 여행하던 중 다양한 소수 민족들의 생활 모습이나 전통 의상,전통 공연들에 필이 꽃힌 그녀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공연을 기획하기에 이르고 드디어 한국에 돌아와 공연기획자로 크고 작은 공연을 100회 이상 진행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일한만큼 되돌아오지 않은 한국사회의 공연 문화에 또 다시 일본으로 유학길을 떠나게 된다.
"꿈이란 게 신기하다. 계속 같은 꿈을 꾸다 보면 어느새 그쪽으로 길이 열리고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선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꿈만 꾸고 만다면 결국 꿈은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나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막연한 꿈을 시간이 날 때마다 나만의 꿈 노트에 적어둔다. 습관처럼 미래를 상상하며 적어보는 노트에는 짧게는 내일,길게는 몇십 년에 걸쳐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빼곡히 적혀 있다. 활자화된 미래의 꿈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p114)
아무리 유학생활을 많이 했다 하더라도 힘든 시련과 넘어야 할 산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갑작스런 일본 유학 뿐 아니라 준비없이 떠난 영국 유학은 더욱 그랬다. 정글이 따로 없었다는 그녀의 말처럼 지저분한 기숙사 환경과 서로 배려하지 않은 학생들로 인해 자신만이 사용하는 세탁기와 자신의 음식만을 넣을 수 있는 냉장고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졌으니 오죽 했을까...
"숙제만 마치면 죽는 방법을 생각해야지 했는데 모두 끝내면 지쳐서 쓰러져 자기 바빴고 다음 날이 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학교 가기에 바빴다. 학교 가는 길에 약국을 볼 때마다 오늘은 돌아갈 때 잊지 않고 수면제를 사겠다고 마음먹고는 집에 갈때는 수업 시간에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하는 자괴감에 빠져 약국에 들르려던 계획은 까맣게 잊었다."-p157
그녀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구절이다. 공부가 좋아서 자신이 선택한 길이지만 그 길은 절대 녹록치 않은 길이었음을 그녀는 고백한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자랑스런 한국인이다. 악착같은 끈질김과 인내,그리고 오기와 성실함,열정으로 당당히 인정 받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역시 멋진 여자다!! 지금은 에디오피아의 커피와의 열애중으로 커피가 단순히 음료가 아닌 문화자원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공부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이 책 한권에 담겨 있다. 시크한 척,무심한 척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그녀가 얼마나 자신과의 싸움을 격렬하게 했을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여행서임과 동시에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귀중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유학 생활에서 직접 체험하고 겪었던 일들과 자신이 터득한 유학 생활의 노하우 팁들을 적어 놓았다. 유학을 가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이나 기숙사를 이용하는 노하우와 현지에 아는 사람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아르바이트 지원 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방법, 그리고 유학 생활중 난관에 부딪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정말 필요한 노하우를 알려준다. 그리고 잠시 잊고 살았던 자신의 꿈, 열정, 도전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낼수 있는 촉매제가 되는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궁금하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 수 있다. 어디에서나 그녀의 열정과 도전은 절대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