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가든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의 이름은 익히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녀의 작품은 처음 접한다. 나의 책장에 그녀의 작품이 혹시나 있나 봤더니 <그로테스크>라는 책이 책장에 떡~하니 꽂혀 있다. 2003년도에 <그로테스크>로 이즈미 교카 문학상을 탔다는 작가의 이력을 보고 난 후였던지라 소장하고 있다는 기쁨에 와우~하고 환호하는 웃지 못할 광경을 연출한다. 대단한 걸 하나 건진 사람답게 의기양양하게 두번째로 소장하게 될 <로즈가든>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그야말로 뿌듯함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의기양양한 모습은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사라져 간다.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할지라도 이해할 수 있는 한계점은 분명 있을진대 그 한계점을 묵살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할 때부터 이 책을 끝까지 읽을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일본소설을 읽을 때마다 가끔씩 느껴지는 도덕적 경계의 파괴로 인해 눈살을 찌뿌릴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살을 찌뿌리면서도 손에서 놓치 못하고 끝까지 읽어내려가게 하는게 이 책의 매력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구성은 <로즈 가든><표류하는 영혼><혼자 두지 말아요><사랑의 터널>....네 가지 제목의 짧은 단편들이 들어있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탐정인 무라노 미로라는 여주인공이 모두 등장해 단편임에도 장편과도 같은 스토리를 이룬다. 내가 가장 충격적으로 읽었던 <로즈가든>에서는 미로의 남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로의 모습들을 그렸다. 친아버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미로의 모습들이 허세인지 사실인지를 떠나서 마음을 착잡하게 하는데 한 몫 하면서 더럽고도 추한 욕망의 깊숙한 밑바닥을 담담하게 들춘다.  
착잡한 나의 마음을 두번째 이야기인 <표류하는 영혼>이 위로한다. 탐정인 미로에게 귀신의 정체를 진위를 파악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서 생기는 스토리리로  담담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사랑의 욕망을 표현한 <혼자 두지 말아요>와 <사랑의 터널>.....
 
이 책은 미로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이란다. 시간 순서상으로  <얼굴에 흩날리는 비>,<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의 순으로 읽으면 주인공에 대한 정확한 프로필을 알거라고 한다. 미로 시리즈의 진수를 느낄려면 앞에 소개한 책들을 먼저 읽고 <로즈가든>을 읽게 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평범한 일상 속에 묻혀있는 어두운 욕망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미로라는 여주인공을 통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사건들을 통해 욕망안에 숨어 있는 인간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조금은 불편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작가의 매력을 감할수는 없었다.
작가가 외치고자 하는 말을 미로라는 여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대신 외치고 있다. 오늘 그 외침에 귀기울여보는 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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