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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혹성탈출>....이 책을 처음 만났을때 표지에서 본 고릴라의 모습을 한 유인원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반면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내 침대에 한동안 뎅그러니 놓여 있던 책이기도 하다. 왜 그런 느낌을 갖게 됐는지 나도 사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킹콩>이라는 옛날 영화가 생각이 났을 뿐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진 못했다는 게 솔직한 감정이다. 그 때 마침 <혹성탈출>이라는 영화가 상영되었고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영화까지 제작이 되었을까라는 생각에 관심이 증폭됐고 책 페이지를 읽어내려가기가 무섭게 마지막을 향하고 있음을 아쉬워했던 작품이다.
<혹성탈출>은 2001년부터 영화로 개봉됐었고 2011년에 개봉된 영화가 혹성탈출의 여섯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벌써 여섯번째 이야기라니...
그동안에 국내에 번역이 되지 않았기에 이제서야 원작소설을 읽는 읽게 되는 독자들에게는 즐거운 일이 아닐까 싶다. 처음 책을 보았을 때 느낀 느낌과 전혀 다른 놀라운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나는 이 일기를 우주 공간에 띄웁니다.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닥쳐올 끔찍한 재앙을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것입니다.
신이시여.부디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p14)
우주 공간에 띄우는 일기....지구가 아닌 우주라는 단어만으로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초거성 베텔게우스는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일등성이다. 앙텔 교수와 주인공 윌리스 메루는 베텔게우스의 행성을 찾기 위해 여행 중에 지구와 정말 흡사한 베텔게우스의 두번째 행성을 발견하고 지구를 떠난 지 2년만에 그 곳에 착륙하게 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지구와 너무나 흡사한 이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거기에 인간의 발자국까지....그 곳엔 분명히 자신들(윌리스 메루와 앙텔)과 비슷한 인간들를 지어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사람다움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단지 그들은 인간의 모습으로만 존재 할뿐 어떤 생각이나 사고를 기대하기는 힘든 무리였다. 착륙선마저 위협적인 존재로 느껴졌는지 어떤 무기를 쓰지 않고 맨손으로 부서버린다.
도대체 그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독자들을 더욱 놀라게 하는 건 어디에선가 총성이 들리고 난 후이다.
풍채가 좋은 고릴라가 인간들을 쫓고 있는게 아닌가? 이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일까?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니 인간들이 입는 저고리와 셔츠들을 멋드러지게 차려 입는 모양새가 참 낯설면서도 웃기다. 도망치는 인간들을 학살하고 생포해서 어디론가 끌고 가는데 윌리스 일행도 포로 신세가 되어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두려워 하며 어디론가 끌려 가게 된다. 고릴라는 왜 인간들을 죽이고 잡아가는 거며 그들이 인간행세를 하는 이유는 뭘까?
흔히들 인간을 명칭할 때 만물의 영장이라고 빗대어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의 상상을 제대로 빗겨감으로 만물의 영장 즉 "만물의 주인이 인간이다"라는 정의를 완전히 묵살해버린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성이 없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동물들이 만물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재밌는 스토리로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우리 인간들이 실험을 위해 동물들을 사용하는 것처럼 똑같이 되갚아주는 고릴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인간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를 담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놀랍고 기발한 상상력 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위치를 바꿔버린 발상의 전환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원작이 이제라도 번역이 되어 출간 된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기쁜지 읽어본 독자들은 아마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내내 결말을 어떻게 끝맺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고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흥분과 놀라움이 배가 되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는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까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작품이다.
SF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한번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고 독서를 즐겨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추천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