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을 잃는다는 건...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기억을 빼앗겨야 하는 것....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고 결국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차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자신이 변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현실..이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황들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것조차 불편하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치매걸린 노모에게 자궁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판정받은 엄마가 "애들 힘들게 하지 말고 우리 같이 죽자~"하며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치매라는 병이 자신에게도 가혹한 병이지만 가족들에게도 얼마나 큰 고통인지를 알수 있는 대목으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눈물을 펑펑 쏟게 했었다. 어떤 이야기로 나의 마음을 먹먹하게 할지....

이야기는 한 저명한 하버드대학 교수가 알츠하이머(치매)에 걸려 지낸 700일이라는 시간동안 기억이 점점 사라지는 안타깝고 슬픈 나날들을 그려내고 있다. 책을 쓴 작가는 2008년 브론테상,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로 2010년 주목받은 신인인 리사 제노바이다. 벌써부터 막막해지는 마음을 가지고 숨 한번 크게 쉬고 그녀의 일상으로 들어가본다.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 앨리스...가정과 일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위해 열심히 뛰어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50대의 중년.
막내딸의 진로 문제로 조금 갈등이 있긴 하지만 나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초청 연사로 강단에 선 그녀...수없이 했던 강의인데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대충 얼버무린 상황과 25년 동안 다녔던 길을 잊어버리는 상황에 이른다.

얼마나 당황했을까? 갑자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성을 잃어버린 그녀...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하지만 불길한 예감 속에 병원을 찾는 그녀에게 돌아온 대답은 조발성 알츠하이머라는 진단... 아직 해야 할일이 많고 젊은 그녀에게 얼마나 가혹한 운명의 장난인가?

하루하루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앨리스는 자신이 감히 감당하기 힘든 병에 걸렸어도 적극적으로 대처할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들보다 더 의연하게~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우리는 배울 점이 많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려고 했던 그녀에겐 처절하리만치 힘들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이 뛰어남을 본다.

자신의 병을 고백하는 앨리스의 말에 가족들의 처음 반응은  야박하고 냉혹하다는 생각을 했다. 알츠하이머는 자식들에게 50%유전이 된다고 하는데 혹시나 나에게 그런 병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자식들...남편도 부인의 아픔을 같이 동참하지 못하고 겉으로 도는 모습들...어쩌면 이해가 가면서도 당황스러워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앨리스는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지금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참 멋있어 보인다.

알츠하이머(치매)라는 병을 앓고 있는 앨리스의 입장에서 서술해 놓은 이 책은 환자의 심리와 상태를 들여다 볼수 있어서 환자 자신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짧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치매라는 병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은 모든 연령대의 독자들이 봐도 좋을 듯하다. 병에 대해서 서로의 관점을 토론해도 좋을 듯하고 책에서 직접 서술하지 않은 "내가 딸이라면 어땠을까? "내가 남편의 입장이라면?"...등등 환자 가족들의 마음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당당한 앨리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뭘 찾고 있는지는 아는데 뇌가 그걸 못 찾는 거지. 물을 마셔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손이 말을 안 듣는 것과도 같아.
좋은 말로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보지만 손은 꿈쩍도 않는 거야. 
그러다 마침내 손을 움직일 수 있더라도 물 잔 대신 소금통을 잡거나 물 잔을 쳐서 쓰러뜨리게 되지.
그러다 물 잔을 입에 가져갔을 때쯤엔 목안니 간질거리던 게 없어져 물을 마실 필요가 없게 돼. 물이 필요했던 순간이 지나가버린 거지." 



희망과 근심,공포와 불안가운데
그대 앞에서 빛나는 하루하루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라.
그러면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은 그대에게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이다-호레스


<이 책은 세계사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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