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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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내 눈을 확 사로잡는다. 국내에도 참 이런저런 상이 많지만 세계문학상은 5회 수상작인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와  6회 수상작인 임성순의 <컨설턴트> 라는 책으로 관심있게 보는 문학상 중의 하나다. 그런 의미로 볼때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기다리던 반가운 책이 아닐수 없다.

 

강.희.진 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접했을 떄 여성 작가인 줄 오해했었다. 절대 여성작가가 아니라는 걸 밝혀두는 바이다.

많은 문학 공모상에 공모했고 본선까지 진출했지만 10년동안 번번히 미역국을 먹어야 했던 비운의 작가였다. 정말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응모했던 <유령>이라는 작품이 문학상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얼마나 클지...그 동안의 아픔과 고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감내의 시간들에 박수를 보낸다.

 

<백석공원 엽기적 사체 훼손>...사람의 안구가 백석공원에서 발견됐다는 신문기사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부터 임펙트가 강한 출발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신문기사로 독자들의 맘을 먼저 사로잡는다.

 

리니지 게임에서 닌자 "쿠사나기"라는 아바타로 사이버 공간에 미쳐있는 탈북자 서하림..게임에 빠져서 임대 보증금도 동생을 만날 때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 돈도 모두 날려 버렸다. 탈북과 게임의 휴우증으로 기억이 지워져 버리는 끔찍한 사태를 맞고 있다.

게임이 현실이라고 말하며 게임 속에서는 엄마의 자궁 안처럼 따뜻한 방안의 이불 속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하는 서하림...

부푼 꿈을 안고 죽을 수도 있는 그 머나먼 길을 돌아 남한으로 왔지만 평균보다 못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보다 정신이 병들어가고 있다.

 

게임속에 빠져 현실과 비현실을 오고 가고 있을 때 백석공원에서는 누군가 목을 매 자살을 하고 또 손목이 발견된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보고자 생명을 걸고 탈북한 탈북자의 모습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모습들로 표현돼 있다.

평양에서 배우로 활동하다 탈북했지만 현재는 룸살롱에서 일하는 인희...핸플방의 에이스를 꿈꾸는 엄지...미국으로 입양된 동생을 찾기 위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속사정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중학교를 중퇴한 경태...무산 아저씨와 정주 아줌마...

월남을 하긴 했지만 그들의 삶은 하나같이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은~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그런 유령같은 존재로..

 

탈북자들에겐 빠른 정착을 위해 국가에서 정착금과 임대 주택을 준다고 한다. 허나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정착금을 흥청망청 날려 버리고 탈북자의 상당수가 정노숙자가 되어있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월남만 하면 좋은 집에 좋은 직장에서 살거라 생각하지만 자본주의의 체재가 그리 만만하진 않다는 것을 등장인물을 통해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의 시작을  사체 훼손이라는 스릴러 풍으로 끌고 나가며 독자들의 시선을 잡았지만 처음 느꼈던 긴장감을 끝까지 가져가 주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문제만 던져 놓고 스스로 풀어지도록 방치해놓은 것처럼 사체에 대한 부분이 왜 나왔을까 라는 의문점까지 들어 허탈한 부분이었다.

서하림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게 너무 팍팍해 리니지 게임이라는 가상의 공간 속으로 도피한 설정에 대한 부분은 탈북자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 같아서 공감이 갔다. 하지만 리니지 게임에 대해 과도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게임을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겐 조금은 무리수가 있는 설정이기도 하다.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 이슈가 되면 모를까 탈북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이 없었는데 <유령>이라는 책을 통해 그들이 어떤 아픔을 안고 살아갈지 생각해 볼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그들의 문제를 우리의 사회의 문제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파라다이스를 향해 많은 이들이 탈북하고 있겠지만 현실에 도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잘 끌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유령처럼 우리 옆을 떠돌고 있는 제 2의 서하림이 나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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