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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난 죽고 없을 거야 ㅣ 탐 청소년 문학 2
줄리 앤 피터스 지음, 고수미 옮김 / 탐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학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아이들을 통해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가출,왕따,따돌림,폭력...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심심찮게 발생하는거 보면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왜 그 애를 괴롭혔니?"라고 물어보면 "그냥 그건 장난이었어요..."라고 대답하는 애가 있는가 하면 "그 애가 먼저 시비를 걸었어요"...라고 나름의 이유있는 대답으로 죄의식을 별로 느끼지 않은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한다.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의 친구는 아예 생각지도 않고 무시한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청소년들의 태도에 숨이 막힐 떄가 한두번이 아니다.
표지에 비치는 소녀의 눈에 눈물방울이 곧 떨어질것 같은 애처로운 모습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떤 말도 필요없이 그냥 보듬어 주고 싶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네가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난 죽고 없을 거야>라고 말하는 소녀의 마음이 지금 어떨지 생각해보면 뭔가가 목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 듯한 답답함이 온 가슴을 짓누른다. 청소년들의 성적 지향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다룬 소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작가는 자신의 뇌가 이야기의 온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까?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아이들에게 집단왕따와 괴롭힘을 당해야만 했던 대일린은 지금 말을 하지 못한다. 마시지 말아야 할 것을 마시는 바람에 성대가 손상이 됐기 떄문이다. 그래서 대일린은 부모에게 24시간 감시를 받는다. 그렇게 대일린은 3번의 자살시도에서 실패한 뒤로 세상과의 희미한 끈을 겨우 잡고 있다.대일린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은 이 세상에서 훨훨 날아가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띈 스루더라이트라는 자살사이트...그녀에게 23일이라는 시간을 정해주고 자살하는 방법을 세세히 알려주는 사이트....당신이 세상을 마감할 날은 오늘부터 23일 뒤입니다.준비하시겠습까?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그녀앞에 나타난 산타나라는 의문의 소년...뚱뚱해서 집단왕따에 괴로워하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에밀리...!
과연 대일린은 자신의 틀을 꺠고 세상밖으로 나올수 있을것인가?
책을 읽어가는 내내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마음을 짓누른다. 뚱뚱하다는 이유가 왕따의 원인이 될수 있는지~누가 타인을 정죄할 수 있는 심판권을 줬는지~그 모습을 방관하고 있는 선생님과 부모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수많은 물음을 나에게 던진다.
"아빠, 저 하고 싶지 않아요...나는 간절하게 말했다. 아빠는 들어주지 않았다. 아빠는 듣지 않는다. 내 말에 귀 기울여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P24). 어쩌면 친구들에게 왕따와 괴롭힘을 당해서도 힘들었겠지만 힘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그 누군가가 없음에 대일린은 더 절망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선생님에게~자신을 봐달라고...지금 정말 힘들다고...저 좀 잡아달라고 소리쳐 보지만 정작 부모와 선생님은 듣지 못하고 귀기울지 않는모습에 나의 모습을 비쳐보게 된다. 과연 나는 힘들어하는 친구들의 신음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가? 그들의 아픔의 호소에 진정 아파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줬다면 대일린이 삶을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을까?
책 중간중간에 사람이 자의적으로 죽을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다고 해서 자살을 종용하는 책이 아니다. 대일린의 아픔을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해가며 외로움과 아픔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이제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왕따와 집단 괴롭힘의 무거운 주제를 작가는 그리 무겁게 써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청소년들의 아픔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부모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