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최인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은 나에게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작가의 책을 많이 접하진 않았지만 그만의 독특한 색깔인 <제 4의 제국>이 오랫동안 인상이 남았기에 나에겐 당연히 읽어야 하는 권장도서로 생각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어쩌면 작가의 길고도 긴 암투병 속에 쓰여진 책이라 나뿐만 아닌 많은 독자들이 글에 대한 열정을 책에서 보고자 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작가는 이 책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두달만에 완성을 했다고 한다. 항암치료의 후유증으로 손톱과 발톱이 빠지는 상황에서도 그 고통을 참아가며 한자 한자 써내려가는 그 열정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극도의 상황에서 오롯이 글에 대한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작가는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경외감을 느낄 떄가 있었다고 한다. 인간의 상식으로 생각하기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작가는 해냈다. 그러기에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리라.

 내가 내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나에게도 분명 존재한다.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갑자기 낯설은 타인처럼 어색한 만남이 되버린 그런 기분....어쩌면 내안의 또 다른 내가 주인 행세를 하는 그런 기분...

K라는 주인공도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내 우주가 갑자기 낯설은 타인의 우주가 되버린 기이한 현상에 맞닥뜨리게 된다. 주말이면 자명종이 울리지 않아야 함에도 어김없이 작동하고 자신이 쓰는 향수와 다른 향수가 버젓이 욕실안에서 그를 조롱하듯이 기다리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닌 매일보는 내 아내와 내 딸~그리고 심지어 강아지조차도 낯설은 타인같은 느낌은 주말내내 K에 의식을 혼란스럽게 한다.

 

"K가 보는 이 현실은 거대한 연극 무대의 세트인지도 모른다"(p123)

정말 누군가의 대본에 의해 쓰여진 연극 무대라는 곳일까? K는 자신이 온종일 겪은 낯익은 사물과의 익숙함과 낯선 사물과의 이질감 사이에서 방황을 하고 갈팡질팡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K의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현실과 몽상과의 경계의 모호함속에 허우적대고 있는 K의 모습에 나 또한 같이 빠져서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다. 우리네 인생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한정된 공간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K가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그동안의 자신의 인생의 발자취를 따라간것처럼 이 책은 읽는 독자들의 살아온 인생을 회상케하는 마력이 있다. 내가 만나는 일상의 모든 사물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한다.

 

조금 생뚱맞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김국환의 <타타타>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아마 주인공 K가 말하고 싶은 메세지를 이 노래가사가 대신 노래하고 있는 듯 주인공의 마음과 많이 닮아 있다. 작가가 제일 고통스러웠을때 썼던 작품이기에 과거를 회상하며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며 K라는 인물과 부합시켜 마음을 투영시킨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육체는 고통스러웠으나 타오르는 열정 속에서 작가 최인호가 쏟아낸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독자를 의식해서 쓴 작품이 아니라

작가 혼자만을 위한 최초의 전작 장편소설인 동시에 고통의 축제 속에서 완성한 최인호 문학의 결정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