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착하고 순수함의 결정체로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백설공주라는 동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공주의 미모를 시기한 왕비의 간교한 술수로 죽을 위기에 놓이지만 결국 목숨을 건지고 왕자의 사랑까지 거머쥐게 된다는 내용의 동화를 내가 논하는 것은 이 동화를 생각나게 하는 책의 제목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의 제목을 인용해서 동화와 어떤 연관을 지어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갖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독일 출신으로 출간하는 책마다 이슈를 불러 일으켰고 그녀의 네번째 책인 이 책은 독일 아마존에서 무려 32주동안이나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자마자 벌써 4쇄를 찍었으니 역시 많은 이들을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검증된 책이라 할수 있겠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가녀린 여자의 몸매가 뇌세적인 느낌을 준다기보다 슬픔을 자아내는 건 왜일까? 도입부부터 사람을 압도하며 긴장감을 불어 넣는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무도 모르는 지하에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누워있는 그녀..백설공주는 죽었다. 그도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잘 안다."

많은 물음과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프롤로그는 앞으로 어떤 사건이 펼쳐지게 할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하다.

 

여자친구를 둘씩이나 살해한 죄로 최고형을 선고받아 감옥 생활을 10년 동안 해야 했던 토비를 지난 10년간 꾸준히 편지를 보내준 유일한 친구인 둘도 없는 단짝이고 지금은 유명배우가 된 나디야가 마중나오는 장면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토비 자신은 과거에 사건이 일어난 그 시간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그의 집과 자동차 안에서 사건과 관련된 증거들이 그가 살인자임을 말해줄 뿐~그리고 경찰, 변호사까지도. 사건이 일어난 두시간은 블랙홀처럼 뻥 뚫려 있다. 인물,공부,운동 어느 것하나 빠지는 게 없는 토비가 이렇게 한순간에 한명도 아닌 두명의 여자를 죽인 살인자가 되다니...!

인생은 그렇게 잘못 디딘 한 걸음,잘못된 사람과의 잘못된 만남으로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다.

 

집에 돌아온 토비는 말 그대로 삶의 페허 뒤에 숨어 살고 있는 부모의 집과 농장상태를 보고 부모가 자신 때문에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지~모든 살인자의 부모가 그러하겠지만 알텐하인처럼 작은 마을에서 매 순간을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살아야 했을 10년간의 견디기 힘든 시간의 흔적을 보고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삶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탓한다.

그 시각 한편에선 낡은 비행기 격납고에 있는 텅 빈 지하 기름탱크에서 사람유골이 발견되고 다름아닌 10년전 토비가 죽인 여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강력계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열혈 여형사 피아가 사건을 수사하는 중에 10년전 사건의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토비를 만나고 난 여형사 피아는 그의 주장대로 그가 정말 무죄라면.두 여학생을 죽인 진범이 따로 있다면?그렇다면 진범이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법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의 인생 10년가족의 삶이 희생된 거라면?이라는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이 동네 전체가 내 적입니다""당신네들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도 못해.그러니 이제 그만 꺼지시지! 제발 좀 가만 내버려두라고"는 문구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게 된다. 동네 사람들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도대체 누구를 두둔하려는 건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10년전에 백설공주라고 불리웠던 토비가 죽였다는 여자와 무서울 정도로 닯은 아멜리라는 여자가 또 다시 실종되면서 토비는 거대한 용수철 속에 갇힌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거야?라는 답답함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운다. 보여줄듯~밝혀질듯 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노련함에 혀를 내두르면서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짜임새있는 구성에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면서 새벽을 맞이하게 하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박해일이 주연으로 찍었던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과 많은 것들이 닮아 있음을 느낀다. 바깥 세상 돌아가는 일엔 도통 관심이 없는 듯 순박하기만 한 섬주민 17명이 사는 작은 섬 극락도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섬주민 전원이 용의자일수도, 피해자 일수도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의 설정이 장소만 다르다 뿐이지 많이 닮아 있다. 인간의 욕망이 공존하는 혼돈의 중심에 선 남자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도 말이다.

 

인간속에 들어 있는 악한 본성의 끝인 추악하고 타락해버린 역겨운 모습들을 보았다. 또한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인간의 타락의 날개짓을 보았다. 날개짓을 하면 할수록 죄는 더욱 무거워질뿐~!! 하지만 진실을 아무리 감추려 해도 환한 빛은 어둠을 밝히리니..!!

참 대단한 책이다. 읽으면서 독일 이름이 생소해서 자꾸 앞장을 들쳐보게 됐다는 것만은 뺴고는 한번 가속도가 붙으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작가가 5번째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하니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