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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이 가면 갈수록 험악해짐을 보면 참으로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지의 물음을 나에게 던져 볼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물음 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이 직접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사이에 피해자의 삶을 사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욕지거리가 나온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약자라는 이유로 몸과 정신을 유린 당하는 피해자들의 모습들은 언론매체에서 거의 매일 다루다시피한다. 도대체 왜 이런 비극이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내가 이 책을 선택한데는 24년간 짐승같은 남자에게 유린당한 한 여자의 이야기를 썼고 그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이다.
읽으면서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에 분노를 감출수 없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어느 누가 어떤 이유를 대고 한 사람의 자유의지를 함부로 박탈할수 있는가! 누가 그런 권한을 줬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끔찍하다...
다섯 살 난 아이는 사랑하는 엄마와 지하 밀실에서 생활한다. 아이의 엄마는 열 일곱살 때 올드 닉이라는 남자에게 납치되어 감금당해 아이까지 낳았고 올드 닉이 매일 가져다 주는 생활 필수품을 가지고 생활한다. 이 소설은 다섯 살 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아이의 주 무대는 지하밀실..아이가 보는 것은 TV에서 나오는 세상이 전부다. 그렇게 모자는 적응하며 살아간다.아니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하지만 올드 닉이 직장을 잃었단 것을 안 순간부터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탈출을 감행하고 다행스럽게 성공한다. 세상으로 발을 디딘 것이다.
지하밀실을 자기의 집으로 여기고 적응하며 살아왔던 시간이 길었던 것일까!! 쉽사리 세상과 동화하지 못하고 못내 동정어린 시선들과 모든 규칙들이 낯설기만 한 모자는 그들의 사랑으로 하나씩 극복해나간다. 아이가 힘들 땐 엄마의 따뜻함이 힘을 내게 했고 엄마가 힘들어 할 땐 아이가 엄마의 심장이 되어서 살아갈 용기를 준다.
거대한 코끼리를 말뚝에 묶어 놓고 오랜 시간을 훈련하면 말뚝을 묶어 놓지 않더라도 코끼리는 도망갈 수 있음에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사람도 고통속에 오래 방치되면 고통의 깊이가 무감감해진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모자의 삶 속에 깊숙히 자리잡은 세월들의 흔적들을 어찌 당장 없앨 수 있겠는가마는 소설의 제목처럼 모자는 지하 밀실과의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세상에 한 발더 나아간다. "안녕. 방아.!!"
어른의 관점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보아서 그런지 정말 참을 수 없는 끔찍함 보다는 순수한 아이의 눈에 비치는 가슴 아린 아픔이 느껴진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해 보며 그들이 좀 더 편안해 지기를...좀 더 행복하기를...더 이상 아파하지 않기를 멀리서나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