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과 소녀
마르틴 모제바흐 지음, 홍성광 옮김 / 창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부부가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선입견으로 우리 부모님 뿐만 아니라 지금의 시부모님까지 합세해서 반대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무슨 대단한 용기가 있어서 그렇게 무모하리만치 결혼을 감행할수 있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막무가내로 혼인신고를 하고 증명서를 양가 부모님꼐 보여 드렸으니 양가 어른들도 두손 두발 다들수 밖에...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그 후로 티격태격 알콩달콩 산 지가 벌써 16년이 되 간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같이 살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결혼을 통해 관계들이 새로 형성되고 변함에 따라 이제껏 나 혼자 맘껏 살던 때와는 달리 모든 게 변하다보니 한 2년은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 이나처럼 어찌할줄 모르며 어쩌면 이방인처럼 말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모든 걸 폭발시킬만큼 열정적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 모든 것이 행복하리라고 마음먹고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한스와 이나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결혼을 하게 된다. 한스의 첫 직장때문에 신혼여행도 못 간 아내를 위해 그녀의 어머니와 여행을 간 사이에 앞으로 살게 될 프랑크푸르트라는 낯선 곳으로 가서 신혼집을 구하게 된다. 아주 초라한 역 주변에 셋집을...
이나가 그녀의 어머니와의 여행을 다녀와서 처음 맞닥뜨리게 된 신혼침실에서 이나가 제일 무서워하는 비둘기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건 앞으로의 그들의 출발이 그리 밝지 만은 않을 거라는 것을 암시하는 걸까?
한스는 이웃집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금 현재의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반면에 이나는 지극히 단순하고 순진한 성격으로 이웃들과 섞이지 못하게 됨으로 신혼부부는 서로에게 이질감을 느껴간다. 책에 나오는 이웃들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나 같아도 이나처럼 적응하지 못했으리라, 아니 그냥 섞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다들 각기 강한 개성들이 묻어나 있는 이웃들과의 웃지못할 사건들과 질투와 오해들이 보는 이를 당황하게도 하고 웃게도 한다.또한 이나의 어머니인 클라크 부인은 이 부부를 뒤에서 이끌어가는 배후의 인물같은 존재로 나온다. 독재적인 방식으로 자기 마음대로 이끌어나가고자 하는고집불통으로 표현돼 있는 클라크 부인은 자기 딸과 사위까지도 쥐락펴락하고 싶어한다.
참으로 개성강한 이웃들과의 부딪힘, 고집불통인 클라크 부인, 그리고 그들로 인해 오해와 오해가 빚어져 생긴 신혼부부간의 갈등이 아름다운 문체로 묘사되어 있다. 그 전에 읽었던 사막에서의 신혼부부의 이야기인 <사하라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어디서나 이웃들과의 갈등은 존재하는 것 같다. 어쩌면 그런 갈등으로 인해 인생의 한 조각을 서로 맞춰가는 게 아닐까?
이 책의 제목이 왜 <달과 소녀>일까 읽으면서도 의아해했다. 거의 중반정도 가서야 달의 변화하는 것을 이나의 감정의 혼란에 대한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할 수 있었다.
조금은 나에게 어려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어렵다기 보다는 명확한 말을 이리저리 꽈서 표현을 해 놓아서 한 구절이 이해가 안가서 몇 번을 다시 읽기도 했다. 세계의 문학을 접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쁜 시간이었고 신혼이었을 때를 다시 기억해 주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