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투스 그늘 중편선 1
주선미 지음 / 그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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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언제일까. 누군가는 극적인 비극의 순간을 떠올리겠지만⠀
주선미 작가의 《시스투스》는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사건’보다 ‘이후’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미 벌어진 일, 말해지지 못한 기억, 처리되지 않은 트라우마가 현재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보여준다.⠀


시스투스는 상처를 극복하는 서사가 아니다. 상처가 어떻게 남아 있는가, 그리고 그 잔여가 인간의 선택과 관계를 어떻게 왜곡하는가를 묻는다. 인물들은 모두 평범해 보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 눌러 담긴 고통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주인공 하경의 ‘아이’의 위치에서 바라본 세계는 보호받지 못한 감정의 무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소설에서 아이는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가장 먼저 세계의 균열을 감지하는 존재다.⠀


작가는 폭력이나 비극을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 회피, 무기력 같은 일상적 태도가 어떻게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동안 불편하다. 누구도 완전히 가해자가 아니고, 누구도 완전히 피해자가 아니다. 그렇기에 더 쉽게 외면할 수 없다. 우리는 과연 ‘몰랐다’는 말 뒤에 얼마나 많은 책임을 숨겨왔을까.⠀



📌정말로 잔인한 건 사람의 마음으 죽이는 거다. 그 순간 주완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사람이었다. (p107)⠀

📌사람들은 모두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 평범해 보이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다. 살인자도 범죄자도 그런 타이틀을 얻기 전에는 모두 평범한 인간이었다.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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