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언어 - 죽음의 진실을 연구하는 법의인류학자의 시체농장 이야기
윌리엄 배스.존 제퍼슨 지음, 김성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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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언어》는 법의인류학자 윌리엄 배스가 ‘시체농장(Body Farm)’에서 마주한 죽음의 진실을 기록한 책이다. 누군가의 마지막 흔적을 쫓아가며, 부패와 냄새, 온도와 곤충의 움직임 같은 모든 변화가 “말”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책의 힘은 자극이 아니라 정확함에 있다.
범죄 현장에서 남은 뼈 한 조각, 파묻힌 이, 불에 탄 시신들까지… 배스는 “죽은 자가 남긴 미세한 단서가 어떻게 시간을 말하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진실을 읽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겸손이라는 점을 끝까지 강조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람이 사라진 뒤 남는 것은 “몸”이 아니라 “흔적”이라는 말.
그 흔적을 읽어내는 일은 단지 범인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제대로 이해해 주는 것’에 가깝다.


《부패의 언어》는 잔혹함을 다루지만,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삶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죽음이 남긴 가장 정확한 기록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또 얼마나 강한 흔적을 남기는지를 배우게 된다.과학과 인간다움이 만나는 지점.
죽음의 침묵을 언어로 번역해낸 특별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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