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언어》는 법의인류학자 윌리엄 배스가 ‘시체농장(Body Farm)’에서 마주한 죽음의 진실을 기록한 책이다. 누군가의 마지막 흔적을 쫓아가며, 부패와 냄새, 온도와 곤충의 움직임 같은 모든 변화가 “말”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이 책의 힘은 자극이 아니라 정확함에 있다.범죄 현장에서 남은 뼈 한 조각, 파묻힌 이, 불에 탄 시신들까지… 배스는 “죽은 자가 남긴 미세한 단서가 어떻게 시간을 말하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진실을 읽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겸손이라는 점을 끝까지 강조한다.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사람이 사라진 뒤 남는 것은 “몸”이 아니라 “흔적”이라는 말.그 흔적을 읽어내는 일은 단지 범인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제대로 이해해 주는 것’에 가깝다.《부패의 언어》는 잔혹함을 다루지만,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삶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죽음이 남긴 가장 정확한 기록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또 얼마나 강한 흔적을 남기는지를 배우게 된다.과학과 인간다움이 만나는 지점.죽음의 침묵을 언어로 번역해낸 특별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