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을 처음 읽던 시절,오쿠다 히데오를 만났다.그의 유머는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무거운 이야기도 가볍게 풀어내던 그 작가.그래서 한때 푹 빠져 있었다.이번 책도 그런 줄 알았다.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웃음기보다 긴장감이 먼저다.그렇다고 손에서 놓을 수 있는 책도 아니다.5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인데단숨에 읽어버렸다.그만큼 강력한 흡입력.나오미와 가나코.대학 동창, 절친, 평생 친구.그런데 가나코의 집에 찾아간 날,모든 게 달라졌다.친구의 얼굴에 남은 멍자국.아무 말 못하는 가나코.범인은 남편이었다.젠틀해 보였던 그 남자,보름마다 괴물이 되었다.가나코는 두려움에 이혼도 못 한다.나오미의 분노는 폭발한다.어린 시절,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던 기억이 겹쳐진다.그리고 두 사람은 결심한다.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하지만 그 결심은 너무 멀리 갔다.그건 범죄다.그런데도 나는 그녀들을 응원했다.손에 땀을 쥐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렸다.시누이 요코는 얄미웠다.그녀가 현실적이라는 건 알지만,뒷통수를 한 대 치고 싶을 만큼.이 책은 폭력에 맞서는 극단의 선택을 보여준다.현실에선 쉽지 않지만,폭력에 굴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마지막 탈출 장면에서본 조비의 <Runaway>가 떠올랐다.그녀들의 도주를 응원하고 싶었다.폭력에 맞서는 용기.인간으로서의 품위.그것이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