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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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인간은 그토록 강력하고 고결하고 위대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그토록 사악하고 비열할 수 있을까?(p194)

한 청년의 편지에서 프랑켄슈타인의 기묘한 사연을 듣는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생각하는데, 괴물을 만든 창조자의 이름이다.
사실 괴물의 이름은 없다. 아니 이름이 괴물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사랑받지 못한 존재, 어둠만이 그를 안아주는 외로운 존재, 자신을 만든 창조주 즉 아버지한테조차 태어나자마자 내쳐진 신세. 버림받은 아이다. 아니 괴물이다.

명문가에서 태어난 프랑켄슈타인. 부족한 것 없이 자란 그는 자연철학에 심취해 있었다. 불멸의 묘약을 만들어 강한 신체를 가진 인간을 창조하겠다는 이상적인 꿈을 꾸는 친구였다. 모든 사건의 시작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의 연구 주제였을수도 있는 생명의 원리는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싶어하는 젊은 과학도였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발견한 생명의 발생의 근원을 규명하는 데 성공한 그는 작업에 착수한다. 키가 2미터 40센티 정도 되는 거대한 체구의 인간을 창조한다.

"내 경고를 듣지 않더라도 적어도 나를 본보기로 삼아 맹목적인 지식의 습득이 얼마나 위험하며, 자신의 본성으로 정해진 한계를 벗어나면서까지 위대해지려는 사람보다 자신의 고향이 온 세상이라고 믿을 뿐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 부디 깨닫기를.(p75)

"바로 그때 덧창의 틈새로 새어 들어온 희미하고 누런 달빛에 그 괴물이 보였다. 내가 창조한 그 비참한 괴물 말이다. 그는 침대에 쳐놓은 커튼을 걷었다. 그걸 눈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두 눈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턱이 떡 벌어졌다. 그가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를 낸 후 활짝 웃자 볼에 주름이 졌다."(p84)

괴물은 활짝 웃었다. 자신을 창조한 아버지를 향해. 반가움과 환희, 기쁨과 순수로 바라보았을 그. 하지만 돌아온 건 기겁하고 놀라며 도망쳐버린 창조주. 태어남과 동시에 버려진 괴물이 되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또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저 자신을 반기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창조주와 피조물과의 쫓고 쫓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과 친구를 차례차례 죽이는 상황에서 비참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창조주는 분노하고, 피조물은 그렇게해서라도 자신을 좀 봐주길 바라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괴물이 창조주와 대면했을 때 말한다. 제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왜 생명으로 장난치냐고, 창조했으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선의와 연민을 보여 달라고.

인간이란 무엇일까? 이 세상 만물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게 맞는 걸까? 인간만이 지배할 수 있고, 우월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우월하다면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순 없었을까? 결국 프랑켄슈타인은 괴물과 닮은 꼴이다. 얼굴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고 파괴하려고 하는 모습. 하지만 거꾸로 역습당하는 형국은 인간에게 교훈을 던져 준다. 즉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만든 셈이다. 

"창조주시여, 진흙으로 저를 사람으로 빚어달라 제가 당신께 청했습니까?
 어둠에서 저를 건져달라 간청했습니까?" [실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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