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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에서의 이별 - 장례지도사가 본 삶의 마지막 순간들
양수진 지음 / 싱긋 / 2022년 10월
평점 :
이_별에서의_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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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필멸이 필연이라는 것을 머리로 인정해도 그것만으로는 가슴의 고통이 덜어지지 않는다. 되뇔수록 인간은 죽음 앞에 한없이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임을 깊이 깨닫게 될 뿐이었다.(p30)
국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에 장례 지도사의 길을 걷게 된 양수진 씨.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하필 그런 일을 하나? 라고 되묻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있을 게다. '결혼은 할 수 있겠어?' 라는 적잖은 핀잔이 돌아온다. 어떤 장례 지도사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타박하기도 한다.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특별한 직업 장례지도사 이야기, 양수진 씨가 경험하고 느낀 바를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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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기다려주지도 사정을 봐주지도 않는다. 안타까운 생명의 소멸 속에 수많은 감정을 느꼈을 작가. 울지 않고 볼 수 없는 책이다. 살아있는 자들이 힘을 내도록, 먼 길을 떠난 망자들의 명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음이 슬프기만 하다.
가난해서 연인에게 버림을 받고 자살을 택한 사람, 내 집을 마련의 꿈도 홧김에 방화를 저지른 부부 때문에 대학생 딸을 잃은 엄마, 한 칸짜리 방에서 오롯이 혼자 죽어야 했던 한 남자, 신혼 여행 중에 남편을 잃은 아내, 주인의 죽음에 반려견도 곁을 지키며 함께 생을 마감했던 사연. 작가는 일을 하는 동안 다양한 죽음의 사연들 속에 얼마나 절망하고 안타까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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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택하면서 먼저 행한 것은 긴 생머리를 자르는 거였다고 한다. 또한 아직 고착되어 있는 편견 때문에 힘든 일이 많았다. 그 속에서 살아 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감정을 소모하는 직업 중의 하나인 장례지도사는 울면 안 되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다. 거대한 슬픔 앞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인 것이다. 작가도 일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시기가 있었지만 상주의 감사 전화를 받고 다시 일어섰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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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하나의 연장선이다.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직업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 <이 별에서의 이별>은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던진다. 요즘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 부터 달라지고 있다. 한 번 쯤 누구나 경험할 이별이라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고민도 해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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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장례지도사로서 성숙해지는 과정은 무언가를 얻어 채워가는 '더하기'가 아니라, 자존심과 거만함을 버리는 '뺴기'였다.(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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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산 자의 죽어가는 목소리를 감싸안는 일.
그것이 남은 이들의 숙명일 수도 있지 않을까.(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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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것이다.(p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