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심장 - 교유서가 소설
이상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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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소설가를 만났다. 한 권의 책이 엄청난 존재감으로 다가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 단언컨대 괴물 같은 작가다. 소설이 철학적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썼을까? 내면의 전쟁 같은 사투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글이다. 플롯의 신선한 재미는 독자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한다. 또 허를 찌르는 반전까지 갖춘 작품이니 강력하게 추천한다.


<기린의 심장>은 9개의 이야기가 얼키설키 엮어져 있다. 소재와 분위기는 다르지만 어딘가 묘하게 닮아 있는 이웃사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내용물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본질은 같다는 말로 대신해도 되겠다.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장소와 환경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 그 결과로 생과 사가 나뉘고, 선이 악으로 변하기도 한다. 책임 역시 개인에게 오롯이 돌아간다. 인간은 많은 선택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책임을 종용 받고 있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수레 속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가치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이곳에 있다.


운명은 정답이 없는 시험지 같다. 답이라도 있다면 틀렸다고 인정하면 될텐데, 참 어렵다. <하얀 바다>는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어렵게 가진 아이를 잃었고,어떤 이는 갑자기 생긴 아이를 지우는 인생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들의 아픔은 그림자가 되어 마음에 담겼다.


📌"그림자 속엔 어두운 마음이 숨어 있거든. 원하던 걸 얻지 못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몸에 병이 찾아오면, 그림자에 숨어 있던 어두운 마음이 슬그머니 나타나 발목을 움켜쥔단다." (라하이나 눈 중에서)

📌"가끔 마음이란 게 잔뜩 흠집 난 유리처럼 느껴질 떄가 있어. 흠집이 많아질수록 유리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마침내 저편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거야. 어쩌면 죽음이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 (기린의 심장 중에서)

마음이란 참 알쏭달쏭한 녀석이다. 가까워진 것 같다가도 금새 낯선 아이가 되버린다. <기린의 심장>에 등장하는 K처럼 . 여자 친구와의 이별은 무의식 속에 상처의 그림자를 남긴다.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만난 여자아이. 어머니의 약으로 쓴다며 기린의 심장을 원하는 아이. 배경이 된 동물원은 사람의 무의식의 표현이다. 이미 쓸모가 없어진 저장소. 그럼에도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는가? 그건 개인차가 있는 가치의 문제가 아닌 인식의 문제임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블랙 코미디를 보여 주는 <어느 시인의 죽음>, 자신을 선이라 하는 자가 과연 선한 사람일까의 물음을 던져 주는 <마왕의 변>, 그 외에 언급하지 않은 단편들도 많은 시사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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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잡기
-우선 생각하지 말고 재밌게 읽을 것
-작가만의필력과 상상력이 버무려졌으니 결론을 쉽게 단정짓지 않기.
-의미가 모호한 단편들도 있어서 토론용으로 굿

@gyoyu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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