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퇴마사,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 오늘의 청소년 문학 46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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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 일부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소녀 퇴마사,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

 


한참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에 딱 멈춰서 숨이 턱 막혔다.

 

퇴마사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흥미 진진한 인물이 틀림없다. ‘퇴마사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귀신이 들어온 사람에게서 귀신을 쫓아내는 사람? 아니면, 귀신을 물리치는 사람? 어떤 방면이든, 귀신과 연관된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을 것 같다.

 

채령의 엄마가 채령을 두고 떠난 것은 무엇 때문일까? “, , !”라고 외치며 채령에게 무언가 주문을 통해 몸으로 기운을 전달해주고, 둥근 원에서만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사라진 엄마. 며칠 있다가 채령을 데리러 온 이모과 같이 떠났지만 가는 길부터 순탄치 않다. 이모와 헤어졌다 만나기로 한 곳에서 만난 것은 바로 이신귀, 남의 몸에 스며든 악귀를 말하는 이신귀였다. 채령은 자기 팔을 잡은 그 악귀에게 자기 자신이 아닌 몸 속 누군가가 소리치는 것을 경험한다.

 

채령을 데리러 온 이모와 만났을 때, 함께 있는 고양이 로사도 함께 만난다. 이모의 과자점 천변풍경으로 향했고, 이모에게서 엄마가 채령이의 손이 다른 이의 마음을 읽게 하는 능력을 가지도록 했다는 것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할까? 사실 내 마음도 정확히 알 수 없는데, 누군가의 마음, 그것도 악한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능력인 것 같다.

 

이모는 고양이 점술사라고 했다. 고양이가 타로 카드를 골라주는 묘점을 보는데,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또 찾아온 사람은 신부였는데, 자기 조카를 찾아달라고 한다. 아이는 어디 있을까? 또 채령이 다시 만난 사람은 바로 이모를 만났을 때, 이모가 가게 근처에 데려다 주라고 부탁했던 단아인데, 짝발형 패거리 속에 사는 고아 친구였다. 잃어버린 친구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 온 단아와 친구들을 통해서 알 수 없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던 채령은 아이들이 어른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발견한다. 신부가 찾는 조카가 바로 단아가 찾는 아이와 같다는 것도 천변풍경에 거의 머물다시피 하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지니아저씨, 그리고 희한한 능력을 가진 고양이들.

 

이야기는 점점 더 진실 속으로 흘러간다. 아이들을 입양 보내주는 줄 알았던 짝발 형과 그 짝발 형의 동생 계순이를 죽인 장영감과 얽힌 이야기, 그 뒤에 더 큰 손길인 뽀글이, 백작님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신귀가 짝발형에게도 붙어 있는 모습 등 채령이는 단아와 신부가 찾는 래호를 구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근대화 시기, 귀신이 씌인 것을 알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채령의 능력과 만나는 귀신의 사연 등이 시대적인 아픔을 이야기하고, 또 그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마주하게 하는 것 같다. 어떤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도리어 마음이 아프다. 단아가 래호를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만 봐도, 자신이 힘들어도 자기에게 중요한 사람들 찾고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채령이가 사건의 중심에 다가서는 동안 그 안에서 래호는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모나, 지니아저씨는 또 어떻게 이 커다란 회오리에서 버텨나갈까? 채령이를 많이 응원하고 싶었다. 엄마에게서 받은 능력으로 힘들기만 한 게 아니라, 누군가를 지켜내고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을까?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내는 멋진 소녀 퇴마사 채령이가 어떻게 활약할지 정말 기대가 된다. 뒷부분이 없는 줄 몰랐다가 딱 멈췄을 때, 아쉬워서 ~” 한숨을 내쉬었다. 책 완성본이 나오면 후다닥 읽어나가고 싶다. 마음이 끌리고, 이야기 전개가 정말 궁금한 소설을 만나는 건 오랜만이어서 더 좋았다. 곧 나오는 책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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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미추홀, 제물포, 인천 1~2 세트- 전2권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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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시작부터 최근까지 역사를 길게 한 줄로 세운 것 같은 사건 중심의 역사 소설이다.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역사소설을 쓸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미추홀부터 제물포, 그리고 인천까지 한반도를 통과하는 역사를 인물과, 사건, 그리고 여러 상황 중심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씩 써내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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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미추홀, 제물포, 인천 1~2 세트- 전2권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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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추홀-제물포-인천

복거일 작가의 역사 관련 책에 대해서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읽은 책은 많지 않았다. 물로 씌어진 이름이라는 5편까지 분량도 많은 책에서 이승만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역사책을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나의 주제를 5편 이상 풀어내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복거일 작가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읽는 모든 독자와 맞지는 않을 것이지만, 어떤 사건에 대해, 혹은 어떤 인물에 대해 똑바로 눈을 마주 대하고 바라보게 하는 것이 책의 좋은 특징이자 어려운 점이 아닐까 싶다.

미추홀-제물포-인천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어떤 역사를 말하고 싶은걸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하면 한반도가 생겨난 시작부터 황해의 귀환이라는 이야기로 최근 2000년대 까지로 끝이 난다. 정확하게 연도가 나와있는 것은 바로 아흔 넷째 이야기인 2014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라고 표시된 이야기이다. 정말 길게 5천년이 넘는 긴 시간의 한반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히 주인공이 한 명일 수 없고, 이야기도 사람이 나오는 것도 있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어떤 사건과 물건, 성이나 전쟁 같은 것들만 담겨 있을 때도 있다.


 

 




사실 역사책을 읽는 것도 흥미진진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데, ‘미추홀-제물포-인천’은 큰 줄기는 한반도의 역사지만 단편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나라마다, 지역마다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야기라서 사실 읽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오늘은 삼국시대 이야기까지만, 오늘은 고려 이야기까지만 이렇게 나누어서 읽어도 인물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읽는 것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작가가 이렇게 역사 이야기를 다 풀어내려면 얼마나 공부했어야 하는가 하는 것에 생각이 미치니 도리어 더 고개를 젓게 된다. 조금만 잘못 써도 역사적인 이야기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공격을 하겠는가? 물론 소설이라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큰 배경을 잘못 서술하면 그냥 넘어갈 리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에서 살았던 직립 원인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답할 수 있다.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진화했으므로, 그들은 우리의 직계 조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직계 또는 방계의 후손들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을 통해서 우리에게 약간의 유전적 자원을 유산으로 남겼고 그런 유산들은 우리의 생존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그들과 우리는 아주 남남은 아니다. 넓은 뜻에서 그들은 우리의 조상이다.

이렇게 한반도의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낙랑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많이 배운 기억이 없는데, 앞부분에서 낙랑이라는 나라가 단단히 한반도 안에서 자라나간 이야기를 보면서 새로웠다.

다음은 열 다섯 번째 나온 한반도의 통일에서 고구려이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와 당이라는 거대한 제국에 맞서 독립을 지켜온 고구려의 최후는 허망했다. 그런 패망의 근본적 원인은, 위에서 살핀 것처럼 ‘국가 권력의 사유화’였다. 연개소문이 국가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고구려는 풀기 어려운 정치적 문제를 안게 되었다. 그가 죽으면서 그 문제는 빠르게 커져서, 고구려 사회를 분열시키고 허약하게 만들었다.

사실 삼국시대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구려를 좋아하던 나는 고구려 이야기를 많이 보고 싶었지만, 고구려, 백제나 신라 모두 각가 가진 강점들이 부각되기 보다 역사 속에서 어떻게 한 페이지를 이루고 있는가 정도만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그렇게 흘러가 1편의 마지막에는 일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는 조선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되는데, 주먹을 꼭 쥐게 만들었다. 여기서는 다행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술보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더 실감이 나기도 했다. 서른다섯째 이야기 중 셰챵바늘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어떻게 몰락해가는 조선의 끝부분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갖은 애를 써야 하는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백성들은 끈질기다. 살아남기 위해서 떡집을 열고, 거기에 KOREAN RICE CAKE라는 영어까지 붙여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거기에 신기한 셰챵바늘이라는 독일 회사에서 나온 바느질하기 쉬운 바늘 이야기를 할 때, 어떻게 조선에서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지 하나씩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고대부터 을미사변까지의 이야기가 1편, 1888년 안골예배당 이야기부터 2000년대 이야기까지가 2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하나씩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흐름이 쭉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역사적인 중요한 사건들을 하나씩 보는 것만으로도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희안하다.

도리어 1888년부터 1950년 북한의 남침까지 이야기가 거의 30개를 넘어서니 근대의 이야기가 정말 많은 편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이후도 6.25 전쟁과 정치상황 이야기도 20개가 넘으니, 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지 실감이 났다.

하지만 전쟁이야기를 끊임없이 읽어내려가면서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인물들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어도 전쟁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니까 말이다. 도리어 그 이후 빠른 대한민국의 발전은 굉장히 간단했다. 한일 수교, 함보른 탄광, 대사 가나야마 마사히데, 고속도로, 1988 서울 올리픽, 사할린 교포 모국방문, 북한의 세습 체제, 2014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황해의 귀환으로 마무리 되는 것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길게 느끼고 있는 지금 시대가 긴 역사 속에서는 한 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순간임을 실감하게 하는 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황해의 이야기에도 떡집이 나와서 신기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올가라는 아이가 큰아버지 영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역사를 마무리한다.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장편소설을 꼭 써보라고, 그 때 필요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할아버지의 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등사에서 함께 고향에 돌아온 푸근함을 느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인구는 감소하고, 경제 발전도 더뎌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앞날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우스울까? 하지만 또 그에 맞는 변화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시대가 달라져도, 이렇게 긴 세월 이 땅을 잘 지켜오고, 세월을 버텨낸 조상들이 있었듯이 우리도 그렇게 긴 시간들을 잘 살아가면서 우리 후손들에게 이 땅을 또 전해주지 않을까? 왠지 그런 앞날을 생각만 해도 이렇게 작가가 길게 설명해 온 ‘미추홀-제물포-인천’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미추홀의 비류로부터 제물포를 거쳐 인천까지 이어져 온 대한민국의 역사는 아직도 계속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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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내 안의 우주 -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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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안에 모든 기관과, 순환 등의 기능들을 살펴보게 된다. 응급실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는 의사의 위급한 상황과, 몸의 여러 중요한 기능들을 함께 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긴박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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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내 안의 우주 -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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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몸이라는 고유하고도 유일한 우주를 지닌 당신에게


책 앞에 작가의 사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물론 아플 때도 있고, 몸이 건강한 게 최고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건강하지 못한 편이라 여기저기 병원에 다녀야 할 때도 많고, 내 몸이 왜 이렇게 나약한가 스스로에게 한탄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심지어 크게 아파 본 경험이 있는 나같은 사람 조차도 내 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내가 병을 가졌던 그 신체의 한 부분 조차 잘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의사의 자세한 설명에 감탄을 했다. 책 제목도 딱 적당한 것 같다. 몸, 내 안의 우주. 맞다. 몸은 우주이고, 정말 감사하게도 나 자체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이 이렇게 신비하게 구성된 줄은 수없이 들었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더 그렇게 느껴진다.


작가는 응급의학과 의사이고, 응급실에 근무한다. 자신이 아플 때 조차도 위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환자에게 모든 신경을 쏟아야 하는 의사라는 것이 정말 어렵겠다 싶은 마음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몸이 산소를 흡수하는 과정을 호흡이라고 한다. 산소는 투명하고 무색무취하며 대기 중에 떠다닌다. 인체는 산소를 기체 상태 그대로 뇌와 심장에 넣어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액체에 녹인 형태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산소는 물에 쉽게 녹지 않는다. 물을 떠 놓아도 그 안의 산소는 기화되어 나오고 고압으로 쏜다고 해도 거의 용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호흡을 하면 대기 중의 산소를 혈액에 녹일 수 있다. 비록 산소가 혈액에 녹아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낯설게 다가올 만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호흡이지만 말이다.



‘호흡’ 단원에서 이렇게 호흡이라는 것이 산소를 물에 녹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 물 자체가 산소와 수소로 결합되어 있고, 산소가 물에 녹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몸 속에 산소가 들어가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각 챕터마다 우리 몸의 기관들과 중요한 기능들을 하나씩 설명한다. 그 챕터 속에서는 제일 먼저 작가의 응급실에서의 환자를 치료했던 경험이 독자들을 잡아준다. 그 이야기에 빠지고 나면 신체 기관에 대한 설명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그 이야기를 다 한 번에 읽는 것은 쉽지 않지만 어쩌면 두고 두고 가지고 있다가 내가 필요할 때 읽어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가장 문제가 많은 면역 부분에 대해서 읽을 동안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또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심장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심장 자체만이 아니라 그 심장과 연결된 우리 몸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존재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모든 세포는 수분을 갈구한다. 그래서 수분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과, 혈액을 순환시키기 위한 혈관이 생겨났다. 인체는 37조 개 세포의 집합이다. 우리 몸의 미세 혈관은 액체의 확산 작용으로 37조 개 세포에 영양을 전달한다. 하지만 혈관 속 액체가 같은 자리에 고여있다면 그 주변의 세포에만 액체가 확산되어 모든 세포가 실시간으로 영양분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혈액은 이동해야 한다. 즉 혈액을 흘려보낼 동력원인 심장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혈액, 혈관, 심장이 동시에 탄생했다. 이로써 영원한 순환이 시작됐다.


우리 몸의 37조 개의 세포라는 말에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쳐왔다. 그렇게 많은 세포를 살리기 위해 혈액이 흘러간다는 것도 그랬다.


한국인 사망 원인 가운데 폐렴은 암과 심혈관 질환 다음 순위다. 폐에 염증이 생기면 산소 교환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는다. 감염까지 동반되면 생체능력은 더 떨어진다.


중요한 부분은 빨간색 글씨로 쓰여져 있는데, 그런 부분은 더 눈길을 주게 된다.


마지막으로 나는 반짝이는 CRRT 기계가 열심히 돌아가는 걸 보았다. 우리 몸의 혈액이 이 커다란 기계를 전부 통과해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일을 주먹 하나 크기의 신장이 하고 있다니. CRRT는 인간이 우리 몸의 여과기관과 미세혈관을 조금이라도 흉내내보조가, 호르몬의 작용을 조금이라도 채현해내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최후의 저항이 되어 기적적으로 사람을 살려내고 있다. 새삼 엄청난 양의 혈액을 걸러내면서 에너지 소모도 적고 특별한 세팅을 안 해도 알아서 작동하는 신장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불현 듯 내 양쪽 옆구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이렇게 챕터의 끝에는 작가가 설명했던 기관에 대해 어떤 경험이 있는지, 혹은 어떤 환자를 치료했는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어려운 이야기들이 이렇게 응급실 안에서의 경험과 함께 이야기되는 덕분에 읽을 수 있게 해주어서 참 고맙다.


마지막 챕터에서 ‘비가역적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가 처음 언급한 사람은 주방에서 쓰러진 젊은 여성이었는데, 심정지 환자를 받았을 때의 상황을 보면서 문득 두려워졌다.


“삶에서 죽음으로 ‘비가역적으로’ 넘어갔다고 임상의가 판정한 시점이 사망 시작이다.”라는 표현을 보면서, 이렇게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금방 다가올 수 있는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죽음이 확정되는 찰나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는 표현을 보면서 더 그랬다. 의식을 잃어버린 채로 깨어나지 못하고 10년간 살아있다가 심장이 멎어버리는 환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그렇게 10년간 살아있는 것을 원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마지막 단락에서 작가가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아무리 의학기술이 개발되어 치료하고, 노화를 막아도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을 수정해야 하는 날은 반드시 온다고 표현할 때, 그게 정말 행복할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정말 불멸로 사는 것이 행복할까? 나는 죽음으로 넘어갈 때 고통스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주 기도한다. 몸이 많이 아프고, 병을 많이 앓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강해도 그렇지 않을까?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살다가 순간적으로 빠르게 갈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건강한 죽음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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