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을미사변까지의 이야기가 1편, 1888년 안골예배당 이야기부터 2000년대 이야기까지가 2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하나씩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흐름이 쭉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역사적인 중요한 사건들을 하나씩 보는 것만으로도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희안하다.
도리어 1888년부터 1950년 북한의 남침까지 이야기가 거의 30개를 넘어서니 근대의 이야기가 정말 많은 편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이후도 6.25 전쟁과 정치상황 이야기도 20개가 넘으니, 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지 실감이 났다.
하지만 전쟁이야기를 끊임없이 읽어내려가면서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인물들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어도 전쟁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니까 말이다. 도리어 그 이후 빠른 대한민국의 발전은 굉장히 간단했다. 한일 수교, 함보른 탄광, 대사 가나야마 마사히데, 고속도로, 1988 서울 올리픽, 사할린 교포 모국방문, 북한의 세습 체제, 2014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황해의 귀환으로 마무리 되는 것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길게 느끼고 있는 지금 시대가 긴 역사 속에서는 한 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순간임을 실감하게 하는 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황해의 이야기에도 떡집이 나와서 신기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올가라는 아이가 큰아버지 영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역사를 마무리한다.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장편소설을 꼭 써보라고, 그 때 필요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할아버지의 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등사에서 함께 고향에 돌아온 푸근함을 느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인구는 감소하고, 경제 발전도 더뎌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앞날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우스울까? 하지만 또 그에 맞는 변화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시대가 달라져도, 이렇게 긴 세월 이 땅을 잘 지켜오고, 세월을 버텨낸 조상들이 있었듯이 우리도 그렇게 긴 시간들을 잘 살아가면서 우리 후손들에게 이 땅을 또 전해주지 않을까? 왠지 그런 앞날을 생각만 해도 이렇게 작가가 길게 설명해 온 ‘미추홀-제물포-인천’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미추홀의 비류로부터 제물포를 거쳐 인천까지 이어져 온 대한민국의 역사는 아직도 계속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