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간 전설의 고양이 탐정 3 - 넋 들이는 집 미스터리 환상동화 시리즈 3
김재성 지음, 이새벽 그림 / 파랑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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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여행간 것처럼 재미있는 재주도 구경도 하고, 고양이 탐정도 만나서 사건을 파헤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소재도 신선하고 스릴도 넘치는 재미진 탐정소설! 과연 고양이탐정은 심방과의 대결에서 이기고, 고양이 퇴마사를 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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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 현상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오승민 그림 / 밤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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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이금이작가의 팬이라 금단현상을 꼼꼼히 읽고 마음이 울컥 했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느껴야 할 것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마음을 열어서 느끼고 있을까요?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했으면 정말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책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중심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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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 현상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오승민 그림 / 밤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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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는 ‘너도 하늘말나리야’, ‘밤티마을’ 같은 동화, ‘유진과 유진’, ‘알로하 나의 엄마들’과 같은 청소년 소설로도 유명한 작가다. 요즈음은 동화를 읽으면서 나 스스로 동화를 분류 하게 된다. 무작정 재미있고 유쾌한 시리즈물, 내용의 깊이가 깊어서 읽고 나면 생각을 오래도록 해야 하는 동화, 그리고 다른 나라 작가 중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 ‘금단현상’은 이 중 깊이가 깊어서 한참 생각해야 하는 동화다. 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고 그냥 잔잔하게 아이들의 마음도 한 번 돌아보고, 현실을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야기는 총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책은 2006년에 초판이 나온 후 올해 다시 개정판으로 펴낸 책이다.

첫 번째 ‘꽃이 진 자리’는 엄마 아빠가 가게를 하고,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은 주인공이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가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캐나다에 사는 손녀에게 스웨터를 보내겠다고 벤치에서 뜨개질을 하면서, 주인공에게 스웨터 크기를 재 볼 수 있도록 부탁한다. 늦은 시간 할머니와 벤치에 앉아 벚꽃을 보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어느날, 엄마 아빠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야기를 듣고 벤치에 나오지 않는 할머니가 걱정되어 찾아가본다. 할머니 집을 정리하던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네가 스웨터 임자인가 보구나. 잘 왔다. 단추만 달면 되니까 들어와“라고 말하며 아이에게 스웨터를 입혀준다.

아들가족이 사업에 실패하고 빚을 피해 다른 나라로 떠나고, 그 때문에 월세로 근근히 살아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동시에 같이 돌아가셨다. 공원에서 만난 손녀와 비슷한 아이에게 스웨터를 선물하고 말이다. 마음이 서늘해진다. 꽃이 진 자리라는 제목 속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더 그렇다.

세 번째 ‘금단현상’은 인터넷을 할 수 없게 끊어버린 부모님 때문에 금단현상을 느끼는 효은이는 얼마 전 부모님의 사업이 다 망해서 도망치듯 전학 가버린 현기라는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친구의 남자친구를 좋아한 효은이에게 현기는 전화를 걸어온다. 매일 같은 시간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현기. 주인공은 원래 현기와 사귀었던 하진이가 현기를 다시 만난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현기에게 전화를 건다. 그런데 그 집에는 현기라는 아이는 없고, 성규라는 친구만 있다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 전화를 끊는다. 이제 효은이에게는 열심히 이야기하던 전화통화를 할 수 없게 되자 금단 현상이 찾아온다. 반 전체를 쥐락 펴락 했던 하진이에게 맞서기도 하고, 성규에게 화가 나서 망설이다가 어느날 과감하게 용기를 내서 성규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이렇게 자신에게 열려있는 사람이 그리운가보다. 가족도, 친구도 요즘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네 번째 ‘십자수’에서는 아빠가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할머니와, 맞벌이라 집에서 아빠가 도와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엄마,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십자수를 해서 휴대폰 고리를 선물하려는 아들 선재, 할머니에게 집안 사정을 하나씩 말해버리는 동생 연재네 집 이야기다. 아들에게 집안일을 나누어 시키는 것을 안 할머니가 가차없이 화를 내고 집으로 가버리고, 엄마가 오면 집안일은 나몰라라 고개를 돌려버리는 아빠에게 화가난 엄마, 그리고 엄마와 다툼을 몇일 씩 하는 아빠, 누구의 생각이 맞을까? 어쨌든 선재는 아빠에게 자신이 소담이에게 직접 만들어서 선물한 휴대폰 고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엄마 생일 선물을 하라고 추천한다. 직접 만든 비즈 팔찌 같은 것으로 말이다. 아빠가 그 팔찌를 만들면서 엄마가 화난 진짜 이유를 생각해보았으면 하고 말이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는 이야기지만, 어쩌면 이렇게 남녀의 역할과, 해야 할 것들이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서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아무리 맞벌이를 해도 집안 일은 1도 하지 않는 남자들도 있고, 육아와 모든 집안일에 눈물 흘리는 여자들도 있다. 요즘은 남자도 육아휴직을 꽤 많이 할 만큼 사회가 변화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고정된 생각이 바뀌어 나가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기다림이 있는건 여전하다.

이금이의 금단현상은 11~13세 고학년 동화로 분류되어 있지만 중학년도 충분히 읽을만하게 이야기가 어렵지 않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어른들의 이야기로 친근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들이 곳곳에 잘 들어가 있어서 무게감도 느껴진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주변을 한 번 돌아볼만하다면 그걸로도 충분할 것 같다.


<리뷰어스 클럽 카페 회원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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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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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모습, 살고 있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몇 천명의 사람들을 조사한다고 해서 만족하는 사람들은 10%도 못 미치지 않을까?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매우 낮다는 것은 뉴스에 종종 등장한다.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패싱에서 만난 주인공들이 그랬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고,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은.

 

패싱의 주인공들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흑인들이다. 미국은 지역마다 정책과 흑인에 관한 생각에도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고, 또 흑인들도 우리가 구분하기 어려운 백인과의 혼혈이나, 흑인 부모라고 하더라도 백인과 유사하게 보이는 피부색을 가진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정확히 미국의 인종적인 문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패싱의 기본 바탕은 1920년대 1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가지 사회적인 혼란이 있던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쉽게 사회적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린은 시카고에 가족여행을 왔다가 드레이튼 호텔 옥상에서 차를 마시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 클레어 켄드리. 이렇게 만난 인연이 아이린의 생활 전체를 바꾸게 만든다. 아이린은 의사 남편과 아들 둘을 둔 중산층 주부이고, 사회적인 지위를 잘 유지하면서 봉사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잘 쌓으면서 자신의 주변을 탄탄히 지켜간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호텔 옥상에서 마주친 어렸을 때의 친구 클레어. 백인의 피부색을 가진 클레어는 패싱에 성공해서 백인 남편과 결혼하고,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속이면서 상류층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여행중이었던 아이린을 만나고 난 후 계속 아이린에게 연락을 해오고 가까이 있기 원한다.

 

방금 손에서 놓은 그 편지는 아이린이 보기에 단어도 너무 헤픈 데다 표현도 적나라했다. 그것은 클레어가 연극을 하고 있다는, 아마도 의도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하여간 연극을 하고 있다는 오랜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아이린은 클레어에거 ‘노골적인 이기심’이라고 이름 붙인 그것을 용서할 마음도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생각, 하나의 질문이 클레어를 향한 불신과 분노와 뒤섞여 있었다. 왜 그녀 자신은 그날 말하지 않았을까? 어째서 벨루의 무식한 증오와 혐오 앞에서 자기 인종을 숨겼을까? 왜 벨루에게 반박하지 않은 채 그가 자기 주장을 하고 잘못된 생각을 입 밖에 내도록 놔뒀을까? 어째서 클레어 켄드리 때문에, 그런 고통을 겪게 만든 그녀 때문에 아이린은 자기 인종을 변호하려 나서지 못했을까?

 

아이린은 클레어의 인종에 대한 패싱 때문에 클레어를 피하려 계속 노력했지만 생각처럼 멀어지지 않고 계속 주변에 남았다. 인종 문제 뿐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이러한 마음이 너무 많아서 자꾸 고개가 돌려졌다. 나에 대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많은 것, 남들이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 그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자꾸 나타내질 때의 두려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조차 외면할까봐 나에 대한 마지막 신뢰를 버리게 될까봐 무서운 것 말이다.


많은 순간, 우리도 클레어처럼 살고 있지 않을까 문득 생각하게 된다. 현재 나의 모습 중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잘 감추고, 마치 나는 상류층에 속한 사람, 아니, 중산층에 속했다는 것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싶어하지는 않는가. 혼자 취미를 즐기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내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때가 있다. 물론 꼭 나를 드러내고 싶어서가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들은 나의 존재감에 대한 욕구일 때가 많다. 클레어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가 말했다. ‘패싱’은 정말 알 수 없다니까. 우리는 패싱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용서하잖아요. 경멸하면서 동시에 감탄하고요. 묘한 혐오감을 느끼면서 패싱을 피하지만 그걸 보호하기도 하죠.(p 110)


그녀는 다르지만 똑같은, 두 종류의 충성심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 했다. 그녀 자신에 대한 것. 그리고 그녀가 속한 인종에 대한 것. 아, 인종이라니! 그것 때문에 아이린은 결박당한채 질식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행동을 취하건, 또한 전혀 취하지 않는다 해도, 어차피 무엇 하나는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것이 클레어일 수도, 그녀 자신일 수도 있었고 혹은 흑인 사회 전체일 수도 있었다. 아니, 셋 다일 수도 있다. 어떤 일도 이보다 더 완벽하게 그녀를 속수 무책으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p 195)

 

아이린의 남편 브라이언은 의사이고, 아내에게도 친절하지만 냉소적인, 흑인 중산층으로서의 삶에 분노를 가지고 있다. 두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차별과 혐오의 땅인 미국을 벗어나 브라질로 가고 싶어했지만 아이린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고, 늘 반만 발을 걸친 상태로 사는 것 같았다. 이런 브라이언이 클레어와 가깝게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린은 두려웠을 것 같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아슬아슬 줄타기 하듯이 남편에게 자신의 출생부터 어릴 때까지의 삶을 거짓으로 만들고, 심지어 자신의 인종까지 백인이라고 거짓말하면 가짜 삶을 사는 클레어는 행복했을까? 아름다운 외모,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술까지 잘 갖춘 클레어는 아이린에게 끊임없이 닿으려고 하면서 결국 그녀의 남편인 브라이언과 비밀의 관계가 된다. 책 내용만 읽어서는 아이린의 의심인지, 그것이 정말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 조차도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정말 아이린이 클레어를 발코니에서 밀어 버린 것인지, 아니면 클레어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해서 파티장에 찾아온 남편이 다가오는 것을 피하다가 실수로 떨어져서 죽게 된 것인지 정확치 않다. 하지만 아이린의 손이 클레어에게 닿았다는 것이 표현되어 있다. 아이린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면서도 남편과 결혼생활을 끝낼 생각은 없다. 그냥 모른척, 자신의 가정과 사회적 지위가 망가지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그냥 가슴만 태우고 있었다.

  

1920년대의 책이지만 문체나 이야기 내용이 쉽게 잘 읽히고, 마치 현재의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마도 우리 인간의 삶이 시대와 관계없이 항상 딜레마에 빠져 있으며,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기득권을 포기하기 힘든 본성을 가지고 있는 탓이리라. 문득 책을 덮으면서 ‘나는?’이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현실의 문제는 무엇일까? 내가 밀어서 없애버리면서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게 하는 나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려면 뒤돌아보기를 한참은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뒤돌아보기를 시작하는 것 조차도 쉽지 않은 나는 도대체 어디를 바라보아야 하는 걸까 오늘도 다시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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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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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쓰면서도 웃음이 난다. 삼탈리아라는 이름 말이다. 정확히는 ‘라 레뿌블리까 삼탈리아나’. 50년전 이탈리아에서 독립한 이오니아해의 작은 섬나라다. 작품의 배경인 삼탈리아는 이탈리아에서 독립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럼 한국말로 이 다음에 나오는 삼 그거 맞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읽는 내내 조금 낯설었다. 엄청나게 긴장시키는 작가들의 소설을 읽다가 만난 삼탈리아에서 시가 가지는 위대한 가치와, 요리를 통해 밀입국까지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더 읽어 나가면서 작가의 상상력이 도대체 어디까지 달려가나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에 대해 쓰기 전에 인터넷으로 박상 작가에 대해서 찾아봤더니, 작가 소개에 ‘나이 같은 건 모르겠고, 기분엔 이쳔년 대에 태어난 것 같음. 음식배달, 트럭운전, 택시운전을 하다가 면허정지 취미에 빠져 그만둠. 정신차리고 삼겹살집 차렸다가 냅다 말아먹음. ... 인생 모르겠음.... 쉽게 부끄러워짐.’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읽으면서 책 내용과 똑같구나 싶어서 한 번 더 웃었다.

줄거리에 대한 것 보다 몇 가지 설정이 재미있었다. 주인공이 한국에서 요리의 스승을 만나 스승이 명하는 대로 여러 가게에서 수련을 거치게 된다. 칼질만 열심히 하기도 하고, 재료 손질만 하기도 하고, 국물 육수 내는 일만 하기도 하는 다양한 요리의 경험을 통해 결국 멋진 맛을 내는 요리사가 된다. 자신이 우연히 가지게 된 요리책을 만든 삼탈리아의 요리사 조반니를 만나러 가게 되몀서 생기는 일이 정말 다채롭다.

이야기는 두 축으로 계속 시공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전개되는데 그것도 정말 절묘하게 맞아서 신기했다. 과거의 한국과, 현재의 삼탈리아. 그리고 그 양쪽에서 만나는 사람들. 시를 좋아하지만 쓰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이 실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해서 또 웃었다. 그런 시에 대한 갈망 때문인지 책 속의 주인공은 삼탈리아에 가지고 간 시집으로 인해 신기한 대우를 받는다. 해외에서, 그것도 다른 언어로 쓰인 한국어 시를 좋아한다니 발상도 기발하다. 심지어 시집이 엄청난 돈의 가치를 발휘하는 것도 말이다. 여하튼, 밀입국한 주인공이 조반니라는 요리사를 만나기 위해 함께 거쳐가는 여러 사람들과, 사랑, 시와, 요리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나는 삼탈리아의 요리보다 주인공의 엄마가 하는 김밥집, 그중 맛있는 유부김밥이 더 궁금했고 먹어보고 싶어졌다. 사실 김밥은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그 맛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느껴지지 않는 나같은 요리나 먹는 것의 초보자는 고수들의 이야기가 참 어렵다. 어쨌거나, 주인공이 아플 때 엄마가 해주는 우엉김밥과 유부김밥을 꼭 먹어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재료를 담아놓았다. 또, 이야기 속에서 가끔 주인공이 열심히 만드는 파스타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요리에 관심이 많은 탓일까? 맛있는 요리가 함께 녹아든 소설은 읽는 것도 맛이 함께 느껴지니 말이다.

작가의 이야기 방식이 조금 낯설어서 한참 왔다 갔다 했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어지는 모험의 이야기다. 시를 좋아하지만 책에 나오는 시에서는 늘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아마도 평소에 읽는 시들이 너무 대중적인 것에만 한정되어 있는 탓인가보다.

아차, 여기 조반니 펠리치아노의 비밀 레시피도 남긴다.

맛이란 아래의 정밀한 주문으로 나온다.

“음 맛있겠네.”

(복고퐁 요리사의 서정 중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정확한 레시피로 양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만들면서 “음, 맛있겠네.”라고 말하면 된다고 하는 요리의 고수가 한 이야기.

“이런 사람들이 살고, 또 죽어요. 태어나고 늙고 또 태어나요. 다만 냄새는, 파스타 냄새는 똑같아요. 여기 이 화덕은 시간, 파스타는 자신의 공간을 이루었군요. 그야말로 시공의 덩어리라고요. 이것은 하나의 우주예요.”

요리에 대한 주인공의 깨달음을 읽으면서 아직 요리에 문외한인 내가 접근하기는 무리가 있군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내 말도 주인공의 어투와 약간 비슷했을까?) 마지막에 주인공이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와인의 라벨이 ‘1945 삼탈리아 빈티지’라고 쓰여있었고, 그 맛을 무척 ‘서정적’이었다고 표현하면서 글을 마친다. 작가가 이 글의 제목을 삼탈리아 빈티지라고 하고 싶었다는 인터뷰를 읽었는데 글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볼 때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지막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꼭 넣어서 마치고자 하는 글 쓰는 사람들의 오기 같은 것 말이다.

요리와 시, 그리고 재미있는 유머가 함께 어우러진 글을 읽고, 늦은 저녁 나도 파스타를 맛있게 만들어서 시집을 들고 읽으면서 음미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에게 생각이 옮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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