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면서도 웃음이 난다. 삼탈리아라는 이름 말이다. 정확히는 ‘라 레뿌블리까 삼탈리아나’. 50년전 이탈리아에서 독립한 이오니아해의 작은 섬나라다. 작품의 배경인 삼탈리아는 이탈리아에서 독립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럼 한국말로 이 다음에 나오는 삼 그거 맞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읽는 내내 조금 낯설었다. 엄청나게 긴장시키는 작가들의 소설을 읽다가 만난 삼탈리아에서 시가 가지는 위대한 가치와, 요리를 통해 밀입국까지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더 읽어 나가면서 작가의 상상력이 도대체 어디까지 달려가나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에 대해 쓰기 전에 인터넷으로 박상 작가에 대해서 찾아봤더니, 작가 소개에 ‘나이 같은 건 모르겠고, 기분엔 이쳔년 대에 태어난 것 같음. 음식배달, 트럭운전, 택시운전을 하다가 면허정지 취미에 빠져 그만둠. 정신차리고 삼겹살집 차렸다가 냅다 말아먹음. ... 인생 모르겠음.... 쉽게 부끄러워짐.’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읽으면서 책 내용과 똑같구나 싶어서 한 번 더 웃었다.
줄거리에 대한 것 보다 몇 가지 설정이 재미있었다. 주인공이 한국에서 요리의 스승을 만나 스승이 명하는 대로 여러 가게에서 수련을 거치게 된다. 칼질만 열심히 하기도 하고, 재료 손질만 하기도 하고, 국물 육수 내는 일만 하기도 하는 다양한 요리의 경험을 통해 결국 멋진 맛을 내는 요리사가 된다. 자신이 우연히 가지게 된 요리책을 만든 삼탈리아의 요리사 조반니를 만나러 가게 되몀서 생기는 일이 정말 다채롭다.
이야기는 두 축으로 계속 시공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전개되는데 그것도 정말 절묘하게 맞아서 신기했다. 과거의 한국과, 현재의 삼탈리아. 그리고 그 양쪽에서 만나는 사람들. 시를 좋아하지만 쓰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이 실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해서 또 웃었다. 그런 시에 대한 갈망 때문인지 책 속의 주인공은 삼탈리아에 가지고 간 시집으로 인해 신기한 대우를 받는다. 해외에서, 그것도 다른 언어로 쓰인 한국어 시를 좋아한다니 발상도 기발하다. 심지어 시집이 엄청난 돈의 가치를 발휘하는 것도 말이다. 여하튼, 밀입국한 주인공이 조반니라는 요리사를 만나기 위해 함께 거쳐가는 여러 사람들과, 사랑, 시와, 요리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나는 삼탈리아의 요리보다 주인공의 엄마가 하는 김밥집, 그중 맛있는 유부김밥이 더 궁금했고 먹어보고 싶어졌다. 사실 김밥은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그 맛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느껴지지 않는 나같은 요리나 먹는 것의 초보자는 고수들의 이야기가 참 어렵다. 어쨌거나, 주인공이 아플 때 엄마가 해주는 우엉김밥과 유부김밥을 꼭 먹어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재료를 담아놓았다. 또, 이야기 속에서 가끔 주인공이 열심히 만드는 파스타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요리에 관심이 많은 탓일까? 맛있는 요리가 함께 녹아든 소설은 읽는 것도 맛이 함께 느껴지니 말이다.
작가의 이야기 방식이 조금 낯설어서 한참 왔다 갔다 했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어지는 모험의 이야기다. 시를 좋아하지만 책에 나오는 시에서는 늘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아마도 평소에 읽는 시들이 너무 대중적인 것에만 한정되어 있는 탓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