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이렇게 자신에게 열려있는 사람이 그리운가보다. 가족도, 친구도 요즘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네 번째 ‘십자수’에서는 아빠가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할머니와, 맞벌이라 집에서 아빠가 도와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엄마,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십자수를 해서 휴대폰 고리를 선물하려는 아들 선재, 할머니에게 집안 사정을 하나씩 말해버리는 동생 연재네 집 이야기다. 아들에게 집안일을 나누어 시키는 것을 안 할머니가 가차없이 화를 내고 집으로 가버리고, 엄마가 오면 집안일은 나몰라라 고개를 돌려버리는 아빠에게 화가난 엄마, 그리고 엄마와 다툼을 몇일 씩 하는 아빠, 누구의 생각이 맞을까? 어쨌든 선재는 아빠에게 자신이 소담이에게 직접 만들어서 선물한 휴대폰 고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엄마 생일 선물을 하라고 추천한다. 직접 만든 비즈 팔찌 같은 것으로 말이다. 아빠가 그 팔찌를 만들면서 엄마가 화난 진짜 이유를 생각해보았으면 하고 말이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는 이야기지만, 어쩌면 이렇게 남녀의 역할과, 해야 할 것들이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서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아무리 맞벌이를 해도 집안 일은 1도 하지 않는 남자들도 있고, 육아와 모든 집안일에 눈물 흘리는 여자들도 있다. 요즘은 남자도 육아휴직을 꽤 많이 할 만큼 사회가 변화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고정된 생각이 바뀌어 나가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기다림이 있는건 여전하다.
이금이의 금단현상은 11~13세 고학년 동화로 분류되어 있지만 중학년도 충분히 읽을만하게 이야기가 어렵지 않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어른들의 이야기로 친근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들이 곳곳에 잘 들어가 있어서 무게감도 느껴진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주변을 한 번 돌아볼만하다면 그걸로도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