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 현상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오승민 그림 / 밤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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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는 ‘너도 하늘말나리야’, ‘밤티마을’ 같은 동화, ‘유진과 유진’, ‘알로하 나의 엄마들’과 같은 청소년 소설로도 유명한 작가다. 요즈음은 동화를 읽으면서 나 스스로 동화를 분류 하게 된다. 무작정 재미있고 유쾌한 시리즈물, 내용의 깊이가 깊어서 읽고 나면 생각을 오래도록 해야 하는 동화, 그리고 다른 나라 작가 중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 ‘금단현상’은 이 중 깊이가 깊어서 한참 생각해야 하는 동화다. 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고 그냥 잔잔하게 아이들의 마음도 한 번 돌아보고, 현실을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야기는 총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책은 2006년에 초판이 나온 후 올해 다시 개정판으로 펴낸 책이다.

첫 번째 ‘꽃이 진 자리’는 엄마 아빠가 가게를 하고,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은 주인공이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가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캐나다에 사는 손녀에게 스웨터를 보내겠다고 벤치에서 뜨개질을 하면서, 주인공에게 스웨터 크기를 재 볼 수 있도록 부탁한다. 늦은 시간 할머니와 벤치에 앉아 벚꽃을 보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어느날, 엄마 아빠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야기를 듣고 벤치에 나오지 않는 할머니가 걱정되어 찾아가본다. 할머니 집을 정리하던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네가 스웨터 임자인가 보구나. 잘 왔다. 단추만 달면 되니까 들어와“라고 말하며 아이에게 스웨터를 입혀준다.

아들가족이 사업에 실패하고 빚을 피해 다른 나라로 떠나고, 그 때문에 월세로 근근히 살아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동시에 같이 돌아가셨다. 공원에서 만난 손녀와 비슷한 아이에게 스웨터를 선물하고 말이다. 마음이 서늘해진다. 꽃이 진 자리라는 제목 속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더 그렇다.

세 번째 ‘금단현상’은 인터넷을 할 수 없게 끊어버린 부모님 때문에 금단현상을 느끼는 효은이는 얼마 전 부모님의 사업이 다 망해서 도망치듯 전학 가버린 현기라는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친구의 남자친구를 좋아한 효은이에게 현기는 전화를 걸어온다. 매일 같은 시간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현기. 주인공은 원래 현기와 사귀었던 하진이가 현기를 다시 만난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현기에게 전화를 건다. 그런데 그 집에는 현기라는 아이는 없고, 성규라는 친구만 있다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 전화를 끊는다. 이제 효은이에게는 열심히 이야기하던 전화통화를 할 수 없게 되자 금단 현상이 찾아온다. 반 전체를 쥐락 펴락 했던 하진이에게 맞서기도 하고, 성규에게 화가 나서 망설이다가 어느날 과감하게 용기를 내서 성규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이렇게 자신에게 열려있는 사람이 그리운가보다. 가족도, 친구도 요즘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네 번째 ‘십자수’에서는 아빠가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할머니와, 맞벌이라 집에서 아빠가 도와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엄마,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십자수를 해서 휴대폰 고리를 선물하려는 아들 선재, 할머니에게 집안 사정을 하나씩 말해버리는 동생 연재네 집 이야기다. 아들에게 집안일을 나누어 시키는 것을 안 할머니가 가차없이 화를 내고 집으로 가버리고, 엄마가 오면 집안일은 나몰라라 고개를 돌려버리는 아빠에게 화가난 엄마, 그리고 엄마와 다툼을 몇일 씩 하는 아빠, 누구의 생각이 맞을까? 어쨌든 선재는 아빠에게 자신이 소담이에게 직접 만들어서 선물한 휴대폰 고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엄마 생일 선물을 하라고 추천한다. 직접 만든 비즈 팔찌 같은 것으로 말이다. 아빠가 그 팔찌를 만들면서 엄마가 화난 진짜 이유를 생각해보았으면 하고 말이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는 이야기지만, 어쩌면 이렇게 남녀의 역할과, 해야 할 것들이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서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아무리 맞벌이를 해도 집안 일은 1도 하지 않는 남자들도 있고, 육아와 모든 집안일에 눈물 흘리는 여자들도 있다. 요즘은 남자도 육아휴직을 꽤 많이 할 만큼 사회가 변화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고정된 생각이 바뀌어 나가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기다림이 있는건 여전하다.

이금이의 금단현상은 11~13세 고학년 동화로 분류되어 있지만 중학년도 충분히 읽을만하게 이야기가 어렵지 않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어른들의 이야기로 친근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들이 곳곳에 잘 들어가 있어서 무게감도 느껴진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주변을 한 번 돌아볼만하다면 그걸로도 충분할 것 같다.


<리뷰어스 클럽 카페 회원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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