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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9
이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8월
평점 :

표지에 백조세탁소라고 하는 우리 집 근처에 흔히 있는 세탁소 그림과 그 평범한 세탁소와 조금 안맞는 선그라스를 낀 젊은 여자가 서 있다. 세탁소에서 무슨 일을 해결해줄까 궁금해져서 읽기 시작한 소설은 말 그대로 유쾌하게 사건을 해결해 가는 세탁소 사장 젊은 은조와 어떻게 얽혔는지 사건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형사 정도, 그리고 정말 재수 없는 커피홀릭, 세탁소의 단골 이웃인 세라원장님, 캔디 사장님, 미숙언니가 세탁소 주변을 둘러싸고 함께 이야기를 펼쳐간다.
젊은 은조는 대학에서 졸업하기도 전에 학교가 폐교를 해서 의상을 전공했지만 엄마가 하던 세탁소를 맡아서 하게 된다. 엄마, 아빠가 여행을 간 것도 세탁소를 열게 된 이유. 이 백조세탁소가 위치한 곳은 여수의 바닷가 근처 옛날 동네다. 물론 근처에 있던 두 개의 아파트 중 하나만 재개발에 성공해서 새 아파트가 되었고, 다른 하나의 아파트는 그대로 낡은 아파트로 남은 희안한 동네다. 떠날 사람들은 떠났고, 비어있는 상가가 늘어서 있는 옛날 동네. 고향에 다시 돌아온 은조는 부모님의 세탁소를 맡아서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은조에게도 많은 사연이 숨어있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
은조가 도착하자마자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포주로 아파트를 업장으로 만들어 집창촌을 만들었던 언니를 죽게 만든 녀석을 다시 마주치게 된다. 형사와 투닥투닥 이리 저리 다투며 정보를 제공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등, 평범한 시민이 하기에는 어려운 사건 해결에 촉이 있는 탐정이다. 뭐, 현실에서 이런 일이 흔하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이 동네에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재개발로 위태위태한 동네라서 그런걸까?
은조는 자신의 뛰어난 관찰력과, 촉을 가지고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물론 형사 정도와 함께. 둘이 파트너라는 말을 가지고 투닥거리며 다툴만큼 사건 해결에 중심 역할을 해낸다. 이상하게도 동네에는 이런 저런 사건들이 계속 일어난다. 물론 소설이니 그렇겠지만. 유명한 유튜버가 이 동네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져서 그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물론 숨겨진 유튜버의 숨은 의도가 있었다), 몰래, 혹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세탁물을 맡기고 찾아가는 사람, 알고보니 훔친 옷들이라 그 범인을 찾아가는 백조 세탁소 주인. 우연히 마주친 아이를 납치푹력배들에게서 구해내는 스릴 넘치는 사건 해결까지. 이건 세탁소가 아니라 탐정 사무소다.
뒷부분에는 마을 전체 사람까지 얽히는 부동산과 관련된 문제들까지, 사회 문제와 사람들의 관계 이야기, 그리고 은조의 대학 졸업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풀어져나간다. 물론 가끔은 말도 안되는 인연들과, 얽힘이지만 그래도 크게 고개를 저을 정도는 아니라 재미나고 흥미진진하게 잘 전개된다.
이 책은 코지 미스터리 장르를 테마로 한 2019년 하반기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와 함께 안전가옥이라는 이름으로 공동 프로듀서들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쉽게 상상이 가지는 않지만 아마도 기본적인 스토리를 작가가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를 순탄하게 풀어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을 보다가 문득 우리 집 주변에 세탁소가 어디 있나 한 번 떠올려 보게 된다. 요사이는 옛날 세탁소보다 대부분 대형세탁회사의 분점 같은 모양의 세탁전문점이 많아서 그런가, 옛날 세탁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마을 아줌마들의 아지트가 되는 세탁소, 그 세탁소에서는 동네에 관련된 소문을 모르는 것이 없던 어렸을 적 세탁소 말이다. 아, 이렇게 생각하니 옛날 우리 동네에 있던 세탁소와 그 앞의 평상에 아줌마들이 북적북적대던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백조세탁소에 맡길 만한 사건이 있는데 한 번 찾아가 보고 싶다. 옷 수선을 맡기면서 사건을 하나 슬쩍 의뢰하면 은조사장님이 도와주려나 모르겠다. 음. 그보다는 탐정 친구가 있는지 한 번 찾아보는게 빠르려나?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사건이 궁금하면, 세탁물 하나 찾아서 백조 세탁소로 찾아가보자. 눈이 동그래지는 사건이 그곳에서 해결되고 있을테니까.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한결같은 도시다. 관광도시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작은 기차역,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짠 기운 머금은 바람과 그 잔 내에 취하기라도 한 듯 잔뜩 들뜬 채 무리지어 플랫폼을 빠져나가는 관광객들까지, 무서우리만치 변함없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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