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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꽃
이곤 지음 / 종이로만든책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비꽃 참 예쁜 이름이다. 처음 비꽃이라는 낱말을 보았을 때, 비가 올 때 피는 꽃일까 생각했다. 아니면, 비가 꽃처럼 온다는 뜻일 지도 모르겠다. 책 맨 뒤에 써 있던 비꽃의 뜻은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성기게 떨어지는 빗방울’이었다.
어쩌면 주인공이 이 비꽃 때문에 살아남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곤 작가의 만화다. 하지만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다 읽고 나면 만화책을 읽었다는 느낌보다 마치 소설 한 편을 읽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만화책이라서 더 쉽고 금방 다가온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비꽃이 내리는 장면이 먼저 나올 때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 다시 나오나보다 이렇게 넘어갔는데, 글을 쓰려고 다시 들춰보니 비꽃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려주기 위해 작가는 그 부분을 먼저 보여주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형식을 사용한 것 같다.
작품의 배경은 일제 강점기, 한 번 본 사물을 거의 그대로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애정은 독립운동을 하는 동지들과 함께 백화점에 방문할 총독을 죽이기 위해 백화점을 그려내는 임무를 맡게 된다. 물론, 처음에 동지들은 애정의 그림 실력이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애정의 그림 실력으로 일본인 총독의 아들과 가까워지고, 같이 미술회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애정은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본 것은 잘 그려도 정말 미술가들처럼 풍경이나, 생각을 그리는 것은 어렵다는 애정은 자신이 독립운동에 도움이 되면 어떤 것이든 해내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별 것 아닌 능력 같은 사물을 그려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총독이 방문하는 전시회에도 애정의 역할로 독립군들의 암살 작전은 진행 되지만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
애정은 일본 총독에게 잡힌 순간에도 자신의 능력을 일본을 위해 사용하라는 제안을 거절하고 두 눈을 잃으면서도 마음을 지킨다. 참 쉽지 않은 용기일 텐데 말이다. 독립운동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고문 앞에서 버티기가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과감하고, 단호한 애정의 대답을 보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만화이기 때문에 어쩌면 많은 이야기들과, 많은 사람들의 모습,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 못지않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으며 이렇게 마음에 오래 남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성기게 떨어지는 빗방울인 비꽃이 주인공이 살 수 있게 해 주었던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작가가 비꽃이라는 제목을 썼나보다. 제목이 내용과 뚝 떨어져 있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책 주인공인 애정과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빗방울이 떨어져서 누군가를 적시고, 변화하게 하는 것처럼 나라를 위해서든,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든 노력하는 사람들이 참 멋있고 대단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이 부럽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