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루트를 찾아서 - 동이가 열었던 위대한 문명의 길 지식기행 1
이형구.이기환 지음 / 성안당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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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에 있는 석촌동 고분군 밑으로는 지하차도가 나있다. 1980년대 초 백제고분로를 신설하면서 석촌동 고분의 가운데를 지나는 노선을 계획했었다. 그리고 공사를 하면서 고분을 비롯한 유적지가 파괴되는 지경에 처한다. 한 교수가 석촌동 고분군 보호운동을 전개한다. 그럼으로 차도는 고분군의 아래로 변경하게 되었다. 그 덕에 우리들은 지금 백제고분공원을 볼 수 있다.

1997년 풍납토성 내에 위치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에서 왕성에서 출토될 만한 유물들이 대량으로 출토된다. 그럼에도 그대로 공사가 진행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이때 공사의 중지를 위해 신문사와 문화재청 등에 적극적으로 알려 이를 막은 교수가 있다. 발굴해본 결과 풍납토성이 백제 초기의 왕성인 하남 위례성일 가능성이 커졌다. 삼국사기에서조차 하남 위례성의 위치를 모른다고 했고, 그동안 무수히 많은 논란이 일었던 백제의 초기 수도로 추정되는 장소를 찾았던 것이다.

위에 소개한 두 건의 일을 벌인 교수는 동일인이다. 바로 선문대의 이형구 교수였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발해연안문명’이다. 몇 년 전 이형구 교수는 <한국고대문화의 비밀>이라는 책을 통해서 동이족의 문명 발생지를 발해연안지역으로 봤다.

신간 <코리안 루트를 찾아서>(성안당.2009년)는 이형구 교수 자신이 주장하는 ‘발해연안문명’ 지역을 직접 방문해 실증적인 증거를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를 보여준다. 탐사단은 2007년 7월9일부터 8월1일까지 24일간 동이족의 주 활동무대였던 시베리아를 비롯해 중국의 발해연안과 만주를 탐사한다. 그 결과를 경향신문에서 2007년 10월부터 1년간 35회에 걸쳐 연재했으며, 이 책은 신문 연재 내용을 대폭 수정 보완 출판한 결과물이다.

싼줘덴 유적지는 2007년 발굴이 완료됐을 만큼 최근에 연구된 지역이다. 이 유적은 BC 2000년부터 BC 1500년까지 번성한 샤자덴 하층문화에 속한다. 이곳의 성은 토성에서 석성으로 접어드는 전형적인 초기 형식의 석성인데, 고구려성의 특징인 치(稚)가 13군데나 있다. 이러한 축성방법은 고구려와 백제로 이어지며, 조선시대에 쌓은 수원 화성의 공상돈성에 있는 돈대(墩臺)에 그대로 볼 수 있을 만큼 우리 축성술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싼줘덴 유적지는 동이족의 유적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흔적은 싼줘덴에만 그치지 않는다. 요서지방 곳곳에 확인된 것만으로도 8,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동이의 숨결이 그대로 묻어있는 유적지는 흔히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문명이 시작된 장소를 ‘중화 제1촌’으로 ‘차하이’와 ‘싱룽와’를 꼽는다. 그러나 이형구 교수는 “이 두 곳은 우리 민족뿐 아니라 중국 일본까지 아우르는 동아시아문명의 젖줄인 발해연안문명이 태어난 곳”(56쪽)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곳은 “동이 제1촌“으로 불러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곳은 현재 지명으로는 랴오닝성 푸신스에서 동북으로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장소다.

이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물은 옥과 용 그리고 빗살무늬토기다. 용의 형상은 돌무더기에 나타나있다. “용의 전체 길이는 19.7미터이고 몸의 폭은 1.9~2미터에 달한다.”(61쪽)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용 모양의 돌무더기는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해있다. 그리고 주변에는 55기나 되는 주거지가 있다. 용의 머리 방향은 215도를 이루고 있는데, 이 지역은 과학적 측정결과 8,000년 전의 유적지라고 한다. 요컨대 8,000년 전에 이미 용을 형상화하고 신성시했다는 말이다. 중원지역에서 발굴된 용의 형상은 6,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 제일 오래됐다. 그러니 오랑캐의 땅에서 중원보다 2,000년이나 더 오래된 용이 발견되었으니 놀랄만한 일이었다. 이곳은 현재 중국 영토이기는 하지만, 이 문명을 만든 사람들은 바로 동이족이다. 황하문명의 우월함은 사라지고, 오히려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문명이 오랑캐 문명보다 열등함을 나타내주고 있다.

빗살무늬토기는 초기 동북아 신석기 시대 문화를 대표하는 표지(標識) 유물이다. 이 빗살무늬 토기는 시베리아에서 전래되었다고 말해왔다. 그렇지만 발해연안에서 발굴되는 빗살무늬토기의 연대는 시베리아보다 1,000년 이상 앞서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저자가 시베리아에서 시작해 연해주와 발해만 연안을 찾는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코리안 루트’를 찾기 위해서다. 이는 우리 한(韓) 민족의 시원을 찾고자 하는 작업이다. 탐사단은 발해의 유적지가 있는 연해주 체르나치노유적을 찾아간다. 이 유적은 고구려 유민과 말갈인이 함께 조성한 유적지이다. 저자는 그 의미를 이렇게 읽어낸다. “우리의 역사는 지금 우리가 말하는 한(韓)민족의 역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특정 민족만의 시원을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순혈주의나 국수주의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우리 역사는 결코 한민족만의 역사가 아니라 주변 종족과의 융합을 통해 창조해 낸 역사다. 이 깨달음은 지나친 민족주의로 빠지지 않게해 주었고, 이제는 다른 나라의 영토에 있는 유적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쏟아내 봐야 뭐하느냐는 식의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381쪽)며 이 책의 저술목적을 말해준다.

이형구 교수의 지식과 이 지식을 뒷밭침하는 유물들을 찾는 탐사단의 여정은 독자들에게 한국의 고대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준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단순한 흥미로움을 넘어서 지적인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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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비밀을 밝힌 위대한 실험 - 우주의 작동원리를 탐구한 10가지 실험들
조지 존슨 지음, 김정은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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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과학적 발견의 대부분은 미지의 현실과 마주한 한 사람의 손끝에서 나왔다. 지식의 새 지평을 연 위대한 실험들은 거의 모두 한두 사람의 과학자가 실험대 위에서 고심한 결과물이다.”(10쪽)

21세기 초인 지금 우리들의 생활은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싫건 좋건 간에 과학기술은 우리의 삶에 깊이 들어와 있기에 떼어놓고 바라볼 수 없다. 17세기에 시작된 근대과학은 현대 문명의 초석을 놓았다. 그 초석을 쌓고 또 그 위에 다져 올린 많은 과학적 발견은 세상에 대한 많은 비밀을 밝혀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과학적 발견은 많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 실험에 의한 경우도 있을 테고, 관측에 의한 경우도 있다. 과연 중요한 실험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신간 <세상에 비밀을 밝힌 위대한 실험>(에코의서재.2009년)에는 10가지 실험에 대해서 소개해주고 있다. 첫 번째는 갈릴레오가 밝힌 사물의 움직임에 대한 실험이다.

100킬로그램의 물체와 1킬로그램의 물체를 높은 곳에서 함께 떨어뜨리면 과연 어떤 물체가 먼저 떨어질까.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사람들은 무거운 물체가 먼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의 낙하 속도는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리하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는 명백히 틀렸다. 질량에 관계없이 모든 물체는 낙하속도는 같다. 이는 갈릴레오에 의해 증명된 사실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갈릴레오가 피사의 사탑에서 무게가 다른 두 물체를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또 종교재판을 받은 후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갈릴레이가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다는 말도 있지만, 이도 신화에 가깝다고 한다. 아무튼 후대 사람들은 갈릴레오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냈다. 그만큼 갈릴레오는 후대의 기억에 남을 업적을 남겼다는 얘기일터.

갈릴레오는 무게에 관계없이 떨어지는 속도는 같음을 증명했다. 게다가 경사로에서 행한 실험은 가속도에 대한 수학적인 계산을 이끌어냈다. 즉 경사로에서 구슬 이동거리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함을 밝혔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갈릴레오가 조악한 장비로 시간과 거리에 대해 어떻게 측정을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갈릴레오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고 놀라운 기술을 갖추고 있었을 것”(31쪽) 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요컨대 갈릴레오는 시간을 정확한 비율로 나눌 수 있는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또 갈릴레오와 동시대의 인물인 윌리엄 하비의 심장 해부에 관한 실험도 소개하고 있으며, 아이작 뉴턴이 프리즘을 통해 색을 분리한 ‘빛 분해실험’도 위대한 실험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라부아지에의 ‘산소 발견’, 갈바니의 ‘생체 전기현상 연구’도 소개된다.

이 책에서 여섯 번째로 소개되는 페러데이의 ‘전자기력 연구’는 전기와 자기를 통합한 위대한 연구였다. 그 결과 우리는 학교에서 페러데이의 법칙을 배우고 있다. 그런데 이 실험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실험 자체에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험의 성공에 연애의 힘이 작용했다는 데에 있다. 쉰 세 살의 페러데이는 시인 바이런의 딸인 에이다 러블레이스에게서 연서를 받는다. 그리고 페러데이의 전기와 자기를 통합한 연구 업적 대부분은 그 편지를 받은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페러데이의 법칙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전자기력이 아니라 사랑의 힘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에는 줄의 ‘에너지 보존 법칙’, 마이컬슨의 ‘빛의 속도 측정’,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 연구’, 밀리컨의 ‘기름 방울 실험’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10가지 실험 결과는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험 결과 도출된 법칙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작동하는 원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실험 내용들을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번 읽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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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 : 유전과 생명공학 -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쇼, 유전의 비밀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2
이은희 지음 / 살림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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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인 지금 유전자, DNA, 게놈이라는 단어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 즉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가 되리라는 전망이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지금 우리는 줄기세포를 만들어 불치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또 태어나기 전에 아이의 유전병을 검사해 이를 사전에 치료하는 방법도 현실화되어 있다. 앞으로 우리는 장수 유전자를 찾아내 오래살고 싶다는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맞춤 아기를 태어나게 할 수도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 생각을 해보자. 우리는 어떻게 유전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며, 미래를 어찌될지 궁금하다.

‘하리하라’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는 이은희가 <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살림.2009년)라는 제목의 책에 위의 의문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다. 저자는 먼저 유전과 관련한 용어의 개념에 대해서 아주 친절하게 잘 설명해준다.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는 의미는 아주 쉽게 설명해준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gene)에 대해 “특정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디옥시뉴클레오티드의 묶음을 유전자라고 한다.” 라고 설명을 한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까봐 “유전자란 DNA 전체가 아니라 DNA 상에서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디옥시뉴클레오티드의 묶음”이라고 덧붙인다.

용어에 대한 설명을 끝내고는 유전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레고르 멘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멘델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는 완두콩을 실험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부분도 재미있다. 멘델이 관찰했던 완두콩은 일곱 개의 형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 형질은 우연히도 모두 다른 염색체 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변수를 통제하는 부분에 있어서 훨씬 쉬웠다는 얘기다. 멘델이 유전학의 아버지가 된 데에는 ‘우연’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열심히 일해야 우연도 작용하는 법. 그러나 멘델은 죽고 나서야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유전의 법칙을 발견하다’, ‘DNA를 찾아서’, ‘염색체, 차별과 차이의 역사’, ‘유전자가 약속한 미래’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각 장이 끝나는 부분에는 각 장의 내용을 사례로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에피소드는 미국 드라마 CSI의 한 장면과 이와 비슷한 실제의 사례를 말해줌으로 해당 장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역시 친절한 하리하라씨다.

두 번째 장에서는 DNA에 대한 부분이다. 레이우벤훅의 현미경 발명으로 인해 인간은 미소(微小) 세상을 보게 되었으며, 생명의 기본단위가 세포(cell) 임을 알게 된다. 이어 세포 속에는 세포핵이 있으며. 세포핵이 유전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추정하게 된다. 그러나 핵 속에 어떤 물질이 있어 유전을 가능하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1944년이 되어서야 DNA가 유전물질임이 밝혀진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었다. 요컨대 단순해 보이는 DNA가 어떻게 유전형질을 전달하는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또 DNA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풀어낼 수가 없었다.

1953년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라는 이름의 젊은 두 과학자는 DNA 구조가 이중나선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두 사람의 논문은 불과 900단어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짧았지만, ‘오컴의 면도날’ 처럼 세상의 진실은 간편하게 표현되는 법이 아니던가. 두 사람은 물론 노벨상을 타게 된다. 그러나 DNA 구조발견에는 로절린 프랭클린이라는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가 항상 나온다. 그녀가 찍은 ‘DNA X선 회절 사진’ 덕분에 두 사람이 DNA 구조를 쉽게 발견했다는 이야기다. 이 또한 과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연이 아니던가. 두 사람은 1962년 노벨상을 받는다. 그런데 로절린 프랭클린은 당연히 공동 수상자의 영예를 누렸어야 하건만 상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불과 38세인 1958년 사망했다. 노벨상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만 수여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단명이 아쉽게 느껴진다.

DNA 구조발견은 분자생물학과 분자유전학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제 인간은 유전자로 인한 선천적인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었다. 또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해충 저항성 작물을 만드는 등 생명공학기술은 인류를 식량 부족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생체줄기세포 개발은 불치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기에 전 세계의 많은 연구소에서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왜냐하면 이는 상업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는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아마 인간은 언젠가 줄기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환자들이 치료를 받음으로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 기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기술은 맞춤 아기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머리 색, 지능지수, 생김새, 키 등 많은 조건들을 마음대로 조작한 아이가 생겨날 수도 있다. 이에 고민이 있다.

과연 인간은 우리 스스로 인체에 대한 조건을 마음대로 변경해도 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인간의 모든 조건은 오랜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진화의 결과이고, 이 상황이 균형을 이룬 상태이다. 그렇지만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이런 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자연의 질서를 교란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됨은 그동안의 역사 속에서 배울 수 있었던 교훈이 아니던가.

이 책은 유전에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문과 걱정을 상당히 쉽게 설명을 해준다. 요컨대 저자는 독자들에게 아주 친절히 유전과 생명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려준다. 과학교양서로서 적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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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에 선 기후 - 과학자들은 왜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를 두려워하는가
프레드 피어스 지음, 김혜원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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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지구는 오랜 빙하기가 끝이 나서 날씨가 온난해지기 시작했다. 인류는 이 시기부터 농경을 시작했으며 이 시기를 지질학적으로 충적세(沖積世, Alluvial Epoch)라 부른다. 농경을 시작함으로 인해 인간의 삶은 근저에서부터 변했기에 농업혁명이고 부르고 있으며, 그 결과는 인류 문명을 가져오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인간은 또 한 번의 혁명을 시작했다. 이는 산업혁명으로, 이로서 인간의 생활 또한 급격히 변화했다. 이 큰 변화의 의미를 살려 산업혁명시기부터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고 명명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인류세라는 말은 1995년 오존층의 위험을 알려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대기과학자 파울 크루첸(Paul Crutzen, 1933~)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이는 인간이 사용한 화석연료로 때문에 지구의 기후 시스템만이 아니라 육지와 바다의 탄소 순환, 성층권과 오존층, 해양순환, 빙하권의 얼음 같이 지구 시스템 전체에 변화를 가져온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현재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기온 상승이다. 지난 20세기에 지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0.8도, 한국은 섭씨 1.5도 상승했다고 한다. 하루의 일교차가 10여 도가 되니 1도 정도 차이는 불과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균 기온이라는 개념은 일교차와는 엄청나게 다른 개념이다. 지금 평균 온도와 마지막 빙하기 시대의 평균 온도차가 불과 5~6도 정도에 불과하니 말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에 보면 미국에 토네이도와 홍수 그리고 마지막에는 빙하가 덮친다. 이 영화의 내용은 가상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법한 일이다. 유럽의 서북부 지역(영국, 스칸디나비아 제도 등)은 우리나라보다 위도 상으로는 훨씬 높지만, 그에 비해 겨울 기온은 그리 춥지 않다. 이는 따스한 멕시코 난류가 그 지역으로 순환하기 때문이다.

신간 <데드라인에 선 기후>(에코리브르.2009년)에 보면 정말 지구는 데드라인에 쳐해 있다. 지구의 바다는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 난류는 북극 가까이까지 올라갔다가 북극 바람에 의해 식어 얼어붙는다. 남겨진 물은 밀도가 훨씬 높아지고 더 무거워져서 마침내 깊은 해저로 들어간다. 이 해저로 들어가는 통로를 ‘굴뚝’이라고 한다. 이렇게 깊은 해저로 들어간 물은 전 세계의 바다를 돌아다닌다. 아프리카를 지나 남극대륙과 인도양과 태평양을 거쳐 다시 대서양으로 돌아오는 데 1천 년이 걸린다. 이 물길을 ‘해양 컨베이어’라고 부른다. 일리노이 대학의 마이클 슐레진저(Michael Schlesinger)는 “기후가 단 2.016도만 높아져도 바다에 담수가 쇄도해 해양 컨베이어를 중단한다.”(214쪽)고 예측하고 있다. 요컨대 영화에서 본 장면이 섭씨 2도가 높아지면 실제로 일어난다는 말이다.

온난화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를 녹인다. 2001년 IPCC(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보고서는 “ 온난화가 섭씨 2.8도 정도 넘으면, 온기의 파동이 얼음으로 내려가서 그린란드가 점차 녹기 시작한다.”고 예측한다. 그린란드의 해빙은 1979년 시작되었으며, 가장 자리 주변부의 얼음 유실은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미 항공우주국 고더드 우주연구소의 소장이자 부시 대통령의 수석 기후모델 학자였던 제임스 핸슨(James Hansen, 1941~ )은 “빙상을 형성하는 데는 수천 년쯤이 걸리지만, 빙상을 파괴하는 것은 포지티브 피드백에 의해 추진되는 습식과정이며, 이것은 일단 시작되면 폭발적으로 속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위험은 남극의 빙하에도 똑 같다. 남태평양의 투발루 군도는 이미 물에 잠기고 있다. 이곳에 사는 주민 1만 명은 고향을 버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하고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나 해수면이 올라갈까? 제임스 핸슨은 금세기에 1.8미터, 다음 세기에 몇 미터 더 상승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일어날 일은 또 있다. 장소는 시베리아의 얼어붙은 습지다. 영구 동토층 밑에는 100억 톤의 탄소를 포함하는, 얼어붙은 두꺼운 토탄층이 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이 습지가 해동되면 토탄이 분해되고, 결국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습한 상태로 붕괴되면 산소가 결핍되고 따라서 메탄이 생산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100배나 더 빠르게 작용하는 강력한 온실가스다. 현재 녹고 있는 북극 지역 영구 동토층은 단 1도의 지구온난화가 온도를 몇 도 더 상승시킬 정도의 메탄을 풀어놓을 수 있다고 한다. UCLA의 래리 스미스(Larry Smith)는 토탄 습지의 탄소가 방출된다면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은 섭씨 2.8도 상승하리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는 있을까. 제임스 핸슨은 우리의 행동방식을 바꿀 시간이 고작 10년 정보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10년 안에 우리는 행동을 취해야 할 터인데, 일단 가장 중요한 일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만 한다. 그리고 건물과 운송과 산업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대체 에너지를 적극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렇게 한다면 선조들이 저질러 놓은 일을 감당해야 할 우리의 후대는 이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아마 그들 중 몇몇은 자신의 선조들을 오만하고 아둔하다고 욕하며 지구를 떠날지도 모르겠다. 베르베르의 <빠삐용>에서처럼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프레드 피어스(Fred Pearce)는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20년 동안 기후에 관해 취재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내용과 수많은 연구보고서를 활용하여 이 책을 썼다. 그 결과 최근에 나온 어떤 기후 관련 책보다도 넓은 범위를 수록하고 있으며, 내용 또한 설득력이 있다.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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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심리학
게르티 젱어.발터 호프만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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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아침드라마의 주된 주제는 불륜이다. 불륜이란 쉽게 말 해 결혼한 사람이 다른 이성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지구 대부분의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일부일처제를 깨뜨린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금기를 깨면 그 사람이 속한 사회에 따라서 제제를 받기 마련이고, 가정 내에서도 불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륜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불륜은 TV나 영화, 문학 등의 소재로서 빠지지 않는다.

불륜을 금기시 하고 있건 만 이렇게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면 이에는 분명 원인이 있을 터. 진화생물학에서는 불륜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보고 있다. 요컨대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인간에게 일부일처제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신간 <불륜의 심리학>(소담출판사.2009년)에서 두 저자가 3년 동안 은밀한 불륜의 사랑에 관해 체계적이고 학문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소개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불륜에 빠지는 유형이 있다고 말한다. “내연관계에 빠지는 특정한 성격유형은 없지만, 그래도 내연관계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개별적인 인성 특징은 구체화할 수 있다.”(179쪽)고 말한다.

첫 번째 유형은 ‘밀렵꾼(poacher)형이다. 이 유형은 심리발달과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오이디푸스적인 삼각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밀렵꾼, 즉 ’관계의 파괴자‘가 되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이미 임자가 있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선호한다고 하니,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의 성향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전략가형은 자신의 목표달성을 위해 다소 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또한 우유부단한 사람도 불륜에 빠지는 경향이 있고, 상대방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희생자 스타일도 있다.

이 책에는 불륜의 10가지 함정으로 희망, 판단착오, 방어기제, 자책, 두려움, 욕심, 섹스, 고마움, 숭배, 죄책감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불륜에서 벗어나는 10가지 방법까지 말하고 있다. ‘자신감을 얻는다, 결정을 도와줄 방법을 찾는다, 대화할 기회를 갖는다, 스트레스를 예방한다, 걱정을 관리한다, 자신을 위로해줄 것을 찾는다, 과거를 정리한다, 외로움을 극복한다, 유머를 활용한다, 용서하고 용서받는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본인이나 그 상대방이 임자가 있는 경우에도 이러한 성향은 변함이 없다. 다만 사회적으로 금지하고 있기에 그 금기를 깬다는 데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본인이 불륜에 빠질 수도 있는 순간에는 스스로에게 ‘안 된다’라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지만, 실제 행동은 본능적으로 나온다. 이것이 우리들에게는 딜레마이다.

그러나 불륜도 사랑이다. 그래서 불륜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기에, 그 결과는 본인이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책에서처럼 불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나열되어 있다고 해서 불륜에 빠진 사람이 그것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으리라. 문학, 드라마, 영화에서 불륜이 중요한 주제로 등장하는 이유는 금기를 깨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리만족으로 느끼기 위함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게르티 젱어는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며 신문̇방송매체 활동가. 대학에서 심리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심리치료전문의(행동치료)인 동시에 임상심리학 및 보건심리학자이다. 그리고 공저자인 발터 호프만은 대학에서 심리학, 정신의학, 정신병리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빈에서 심리분석학자와 임상심리학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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