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에 선 기후 - 과학자들은 왜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를 두려워하는가
프레드 피어스 지음, 김혜원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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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지구는 오랜 빙하기가 끝이 나서 날씨가 온난해지기 시작했다. 인류는 이 시기부터 농경을 시작했으며 이 시기를 지질학적으로 충적세(沖積世, Alluvial Epoch)라 부른다. 농경을 시작함으로 인해 인간의 삶은 근저에서부터 변했기에 농업혁명이고 부르고 있으며, 그 결과는 인류 문명을 가져오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인간은 또 한 번의 혁명을 시작했다. 이는 산업혁명으로, 이로서 인간의 생활 또한 급격히 변화했다. 이 큰 변화의 의미를 살려 산업혁명시기부터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고 명명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인류세라는 말은 1995년 오존층의 위험을 알려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대기과학자 파울 크루첸(Paul Crutzen, 1933~)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이는 인간이 사용한 화석연료로 때문에 지구의 기후 시스템만이 아니라 육지와 바다의 탄소 순환, 성층권과 오존층, 해양순환, 빙하권의 얼음 같이 지구 시스템 전체에 변화를 가져온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현재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기온 상승이다. 지난 20세기에 지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0.8도, 한국은 섭씨 1.5도 상승했다고 한다. 하루의 일교차가 10여 도가 되니 1도 정도 차이는 불과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균 기온이라는 개념은 일교차와는 엄청나게 다른 개념이다. 지금 평균 온도와 마지막 빙하기 시대의 평균 온도차가 불과 5~6도 정도에 불과하니 말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에 보면 미국에 토네이도와 홍수 그리고 마지막에는 빙하가 덮친다. 이 영화의 내용은 가상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법한 일이다. 유럽의 서북부 지역(영국, 스칸디나비아 제도 등)은 우리나라보다 위도 상으로는 훨씬 높지만, 그에 비해 겨울 기온은 그리 춥지 않다. 이는 따스한 멕시코 난류가 그 지역으로 순환하기 때문이다.

신간 <데드라인에 선 기후>(에코리브르.2009년)에 보면 정말 지구는 데드라인에 쳐해 있다. 지구의 바다는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 난류는 북극 가까이까지 올라갔다가 북극 바람에 의해 식어 얼어붙는다. 남겨진 물은 밀도가 훨씬 높아지고 더 무거워져서 마침내 깊은 해저로 들어간다. 이 해저로 들어가는 통로를 ‘굴뚝’이라고 한다. 이렇게 깊은 해저로 들어간 물은 전 세계의 바다를 돌아다닌다. 아프리카를 지나 남극대륙과 인도양과 태평양을 거쳐 다시 대서양으로 돌아오는 데 1천 년이 걸린다. 이 물길을 ‘해양 컨베이어’라고 부른다. 일리노이 대학의 마이클 슐레진저(Michael Schlesinger)는 “기후가 단 2.016도만 높아져도 바다에 담수가 쇄도해 해양 컨베이어를 중단한다.”(214쪽)고 예측하고 있다. 요컨대 영화에서 본 장면이 섭씨 2도가 높아지면 실제로 일어난다는 말이다.

온난화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를 녹인다. 2001년 IPCC(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보고서는 “ 온난화가 섭씨 2.8도 정도 넘으면, 온기의 파동이 얼음으로 내려가서 그린란드가 점차 녹기 시작한다.”고 예측한다. 그린란드의 해빙은 1979년 시작되었으며, 가장 자리 주변부의 얼음 유실은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미 항공우주국 고더드 우주연구소의 소장이자 부시 대통령의 수석 기후모델 학자였던 제임스 핸슨(James Hansen, 1941~ )은 “빙상을 형성하는 데는 수천 년쯤이 걸리지만, 빙상을 파괴하는 것은 포지티브 피드백에 의해 추진되는 습식과정이며, 이것은 일단 시작되면 폭발적으로 속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위험은 남극의 빙하에도 똑 같다. 남태평양의 투발루 군도는 이미 물에 잠기고 있다. 이곳에 사는 주민 1만 명은 고향을 버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하고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나 해수면이 올라갈까? 제임스 핸슨은 금세기에 1.8미터, 다음 세기에 몇 미터 더 상승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일어날 일은 또 있다. 장소는 시베리아의 얼어붙은 습지다. 영구 동토층 밑에는 100억 톤의 탄소를 포함하는, 얼어붙은 두꺼운 토탄층이 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이 습지가 해동되면 토탄이 분해되고, 결국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습한 상태로 붕괴되면 산소가 결핍되고 따라서 메탄이 생산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100배나 더 빠르게 작용하는 강력한 온실가스다. 현재 녹고 있는 북극 지역 영구 동토층은 단 1도의 지구온난화가 온도를 몇 도 더 상승시킬 정도의 메탄을 풀어놓을 수 있다고 한다. UCLA의 래리 스미스(Larry Smith)는 토탄 습지의 탄소가 방출된다면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은 섭씨 2.8도 상승하리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는 있을까. 제임스 핸슨은 우리의 행동방식을 바꿀 시간이 고작 10년 정보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10년 안에 우리는 행동을 취해야 할 터인데, 일단 가장 중요한 일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만 한다. 그리고 건물과 운송과 산업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대체 에너지를 적극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렇게 한다면 선조들이 저질러 놓은 일을 감당해야 할 우리의 후대는 이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아마 그들 중 몇몇은 자신의 선조들을 오만하고 아둔하다고 욕하며 지구를 떠날지도 모르겠다. 베르베르의 <빠삐용>에서처럼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프레드 피어스(Fred Pearce)는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20년 동안 기후에 관해 취재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내용과 수많은 연구보고서를 활용하여 이 책을 썼다. 그 결과 최근에 나온 어떤 기후 관련 책보다도 넓은 범위를 수록하고 있으며, 내용 또한 설득력이 있다.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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