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는 눈 - 갈릴레오 망원경에서 우주 망원경까지 천문학 혁명 400년의 역사
고베르트 실링 외 지음,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 조직 위원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달 표면은 매끄럽지 균일하지도 않으며 많은 철학자들이 믿었듯 둥글지도 않다. 달은 불균일하며 거칠고 계곡과 산들로 가득 차 있어서 지구의 표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타임 머신을 타고 400년 전으로 가보자. 1609년11월30일 이탈리아의 파도바에 있는 자신의 집 뒤뜰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사용해서 지구 바깥을 최초로 관측한다. 그는 자신이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달의 모습을 위의 문장으로 표현했다.

신간 <하늘을 보는 눈, Eyes on the skies>(사이언스북스.2009년)의 14쪽에 나오는 갈릴레오의 이 말은 인류가 우주의 진실에 다가가는 큰 계기가 되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400년 전에 일어난 이 일을 기념하기 위해 유엔은 2009년을 ‘세계 천문의 해’로 정했다.

갈릴레오는 처음으로 망원경을 만들지는 않았다. 망원경을 최초로 만든 사람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이를 사용해 우주를 관측한 이는 갈릴레오가 처음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갈릴레오는 달에 이어 목성을 관측하고는 코페르니쿠스가 옳았다고 확신하게 된다. 즉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는 하나의 행성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는 그 시절을 지배하고 있던 기독교적 세계관에 반하는 일이었다. 이는 과학과 종교의 갈등을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갈릴레오는 종교 법정에 서게 되었으며, 그의 책은 금서 지정되었고, 그는 남은 생애를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내게 된다. 지난 1992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갈릴레오의 업적에 대한 비방이 교회 역사상 가장 불행한 오류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함으로써 교회의 잘못을 인정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갈릴레오가 만들어 사용한 망원경은 오목렌즈와 불록렌즈를 경통 양쪽에 놓은 굴절 망원경이었다. 굴절 망원경은 ‘색수차’라는 문제를 앉고 있었다. 즉 별빛이 번져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니콜로 주기가 만들고, 1668년 뉴턴이 개량한 ‘반사 망원경’이 사용된다. 오목거울을 사용했기에 색수차를 없앨 수 있었지만, 거울이 좋지 않아 성능에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망원경 발전에 기폭제가 되었다.

인류는 더 성능이 좋은 망원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한 필수적인 방법은 렌즈의 크기에 있었다. 18세기 후반 윌리엄 허셜은 직경이 1.2미터나 되는 망원경을 만든다. 그는 이를 통해 1781년 천왕성을 발견한다. 그러나 허셜의 망원경은 너무 커서 움직이기에 지나치게 힘이 들었다.

20세기에 접어들어서 망원경은 높은 산으로 올라간다. 뉴턴이 이야기한대로 “높은 산 정상이 공기가 청명하고 안정되어 천체 관측이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1917년에 켈리포니아의 윌슨산 정상에 2.5미터 크기의 후커 망원경이 설치되고 헤일은 망원경에 카메라를 장치했다. 카메라를 몇 시간씩 켜놓자 인간의 눈을 통해 볼 수 없었던 우주의 세부 구조가 드러났다. 광학 망원경을 통해 우리는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을 접하게 되었지만, 이는 우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눈으로 보는 가시영역은 세상의 일부만 볼 수 있는 까닭이기 때문이다.

1930년대 후반 전파 망원경이 탄생함으로써 렌즈는 없지만, 우주의 제대로 된 모습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이 전파 망원경으로 보여 지는 우주의 모습을 이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 태양은 전파로 보아도 매우 밝게 빛나고 있으며, 우리 은하 중심부도 그렇다. 우리 은하나 다른 외부 은하의 나선팔에 있는 수소 구름은 21센티미터 파장의 전파를 방출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펄서는 몇 초마다 회전하는 고밀도의 별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천체인데, 삑삑하는 단순한 전파 신호를 내고 있다. 펄서는 등대처럼 회전하면서 복사파를 방출하고 있다.”(81족)

20세기 중반 인간은 지구 밖으로 나갈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 능력을 가지고 우주 망원경을 대기권 밖에 설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우주를 24시간 관측이 가능해졌고, 지상에서는 대기에 흡수되어 볼 수 없었던 파장 대역도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1960년대 이후로 우주 망원경은 100대 이상이나 발사되었다.

우주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원하는 인간은 망원경을 발명해서 위에서 설명한 대로 끊임없이 개량 발전시켜왔다. 그렇다면 미래의 망원경은 어떨까? 일단 반사경을 이용한 대형 망원경이 개발 중이다. 개발이 완성되면 이를 통해 130억 년 전의 빛을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요컨대 우주 초기의 모습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태양계에 있는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관측할 수 있으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우주의 생명체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세계 천문의 해’공식도서이다. 번역도 2009년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에서 담당했다. 망원경과 우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눈이 즐겁다. 그리고 부록으로 세계 천문의 해 공식 DVD도 있다. DVD에는 세계 천문대의 영상과 에니메이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우주에 대한 최신의 연구결과가 수록되어 있다.

하늘을 보는 일은 과거와 만나는 일이다. 우리를 비추고 있는 태양빛은 8분 여 전에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을 통해 관측되고 사진에 찍힌 소마젤란 은하에서 별이 탄생하는 모습은 21만 년 전의 모습이다. 또 하늘을 보는 일은 미래와도 만난다.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미래를 알 수도 있고, 과거 인간은 하늘을 보고 길흉화복이나 나라의 안위를 점쳤다. 우주는 우리의 과거이고 또 우리의 미래다. 그래서 우주는 우리를 매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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