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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논병아리의 선물 -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다큐멘터리 동화
신동만 지음 / 동아시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아기를 안거나 업는 동물은 영장류에만 한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포유류도 아닌 조류가 새끼를 업어서 기른다니 신기한 일이다.
이 책 <뿔논병아리의 선물>(동아시아.2009년)은 새끼를 업어서 기르고 있는 특이한 새인 뿔논병아리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동화처럼 구성한 책이다. ‘다큐 동화’라고 부르고 싶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KBS 다큐멘터리 PD인 신동만이다.
저자가 뿔논병아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태안반도 앞바다에 유조선 기름 유출 사건 때문이었다. 이 사고로 말미암아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 쓴 새 사진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 새가 바로 뿔논병아리였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다음, 지인의 사무실에 놀러간 저자는 그곳에 있는 뿔논병아리의 사진을 마주하게 된다. 이 사진은 뿔논병아리가 구애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저자는 뿔논병아리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1년간 뿔논병아리의 생태에 관한 다규멘터리를 제작을 하게 된다.
뿔논병아리는 논병아리목 논병아리과의 조류다. 머리에 뿔처럼 깃털이 나있어서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다. 주로 호수에 서식하면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겨울에 호수가 얼면 바다로 가서 살긴 하지만 이동거리는 길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재주보다는 헤엄을 치는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난 새라는 점이 어쩌면 펭귄과 닮아 있다.
뿔논병아리의 생태는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면 신기한 부분이 많다. 암수가 구애를 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암수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하트 모양을 닮았다. 부리와 목, 가슴으로 만들어진 공간의 모습이 바로 하트 모양이다. 이런 구애 장면에서 독자들은 동화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조류의 구애 행동은 춤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뿔논병아리 수컷도 짝을 찾기 위해 마음에 드는 암컷 앞에서 열심히 춤을 춘다. 암컷은 수컷이 마음에 들면 둘은 함께 춤을 춘다. 부부가 되는 첫 단계는 바로 하트 춤이었다.
이어서 둘은 물위에 자신들이 살아갈 집을 짓는다. 이 둥지에서 이들은 새끼를 낳고 기른다. 뿔논병아리는 둥지에 들어갈 때 잠수를 한다. 이는 천적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몸짓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이들의 유전자 안에 확실히 프로그램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에 보면 뿔논병아리가 인간처럼 대화를 한다. 그래서 다큐동화라고 했다. 그런데 그들의 생태는 인간이 보기에는 더욱 동화적이다. 암수가 구애 춤을 추는 모습도 그러려니와 새로 태어난 새끼의 이마부분이 붉은 색의 하트 모양이 있다. 사랑의 새라고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 책에서 실제 동화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은, 바로 잃어버린 새끼와 어미의 재회다. 물뱀이 뿔논병아리의 둥지를 습격한다. 어미는 어쩔 수 없이 둥지를 버린다. 그러나 둥지에는 알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물뱀이 알을 삼키려는 순간 부근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있었다. 그러자 물뱀은 알을 놔두고 도망을 친다.
용케도 알은 포식자의 먹이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뿔논병아리 부모는 자신의 둥지를 이미 포기했던 터였다. 부화하기 직전이었던 상태의 이 알을 저자가 가져다가 인공부화를 시킨다. 저자는 새끼를 호수에 가져다 놓으면서 어미가 새끼를 알아보기를 바란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어미는 새끼를 알아봤다. 어미는 새끼가 알 속에 있을 때부터 새끼의 소리를 들어왔기에 새끼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자신의 새끼인지 알아차렸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깊은 감정이입을 통해 행복함을 느낀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새끼이건만 100일이 지나면 부모의 곁을 떠난다.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행동은 동물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뿔논병아리의 어미나 아비는 자신의 가슴이 있는 털을 뽑아 자신이 먹기도 하고, 새끼에게 먹이기도 한다. 이 특이한 현상은 소화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내뱉기 위해서이다. 이런 음식물 찌꺼기를 펠릿(pellet)이라고 하는데, 맹금류에서나 관찰되는 행동으로 뿔논병아리의 이런 행동은 쉽게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라고 한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런 새로운 사실들이 알려지기도 한다. 이 책의 내용은 2009년1월에 KBS에서 환경스페셜로 방송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자연보다 더 훌륭한 스승은 없다. 자연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알려주고, 그 어떤 경우에도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9쪽) 저자는 자연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인간이 겸손해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 이 책에는 새끼를 업어 기르고 있는 뿔논병아리의 지극한 자식 사랑이 펼쳐져있다. 이 동화 같은 책에서 독자들은 가족의 소중함과 헌신적인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