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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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보는 일은 우리의 과거를 보는 셈이다. 낮에 우리에게 밝은 빛을 주는 태양은 8분전에 태양을 떠난 것이다. 북극성을 본다는 것은 800년 전의 모습을 보는 것이고,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은하 안드로메다는 220만 년 전의 모습이다.

매일 매일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책 중에 불과 몇 권만이 살아남아 수십 년 혹은 수백 년까지 자신의 생명을 연장해서 읽혀진다. 이런 책들을 우리는 명저 혹은 고전이라고 부른다. 아니면 현대 교양인의 필독서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2006년)는 바로 이런 책이다. 이 책은 과학책이라면 딱딱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순한 편견에 불과하다고 말해준다. 문학책을 능가하는 표현력에다가 재미도 있고,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게다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근원적인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있다. 우주는 어떤 존재이고, 우리 인간과의 관계는 어떻고.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며. 이런 의문에 흥미로운 대답을 해주는 책이다. 게다가 이 책에는 우주에 대한 아주 멋진 사진까지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아주 아름답기까지 한 책이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인 코스모스(cosmos)가 가지고 있는 의미부터 살펴보자. 영어에는 우주에 해당하는 단어가 코스모스 외에도 스페이스(space), 유니버스(universe)가 있다. 셋은 한글로는 우주라고 번역되지만 전문적으로 보면 의미는 사뭇 차이가 난다.

스페이스는 인간이 장악할 수 있는 우주 공간을 지칭하는 단어다. 우주탐험, 우주 정거장 등은 Space exploration, Space station과 같이 인간의 손이 미치고, 인간이 갈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유니버스는 별, 은하, 우주로 채워진 천문학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 우주를 지칭하는 말이다. 코스모스는 유니버스에 인간의 요구사항을 담은 주관적인 우주를 담고 있다. 요컨대 저자인 칼 세이건은 우주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안에 생명의 탄생, 인간의 진화 등 인간과 우주를 병립했다. 그랬기에 이 책의 제목은 스페이스나 유니버스가 아니고 바로 코스모스다.

‘인간은 과연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의문 중 하나다. 이 질문에 여러 가지 대답이 존재할 수 있다. 종교에서도 대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와 일부 헬륨만 제외하면 지구의 모든 원소들이 수십억 년 전에 있었던 별들이 부린 연금술의 조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구에 무거운 원소를 공급한 별들 중의 일부는 아직 은하수 은하 저편에 백색 왜성으로 남아 우리 모르게 조용히 숨어 있을 것이다.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라고 표현한 세이건의 말이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답이다.

세이건의 생애 업적 가운에 SETI를 빼놓을 수 없다.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는 말 그대로 외계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다. UFO 목격자는 상당히 많지만 신빙성이 항상 의심이 되고, 그 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된바 전혀 없다. 그렇다면 과연 외계인은 존재할까? 다시 말해 이 우주에서 생명체는 존재하는가?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프랭크 드레이크는 1961년 열린 SETI 회의에서 제안한 공식(드레이크 공식)을 통해서 계산해 보면 우주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문명은 약 100만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생명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 칼 세이건은 “형태는 비록 우리와 다를지라도 지적 생명 자체는 분명 외계에 존재할 것이다. 그들의 두뇌 역시 뉴런의 역할을 하는 일종의 스위치 소자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뉴런이 작동하는 원리는 우리의 뉴런과 다를 수 있다. 우리의 뉴런은 상온에서 작동하는 유기체로 돼 있지만 그들의 뉴런은 아주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소자일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그들은 우리보다 1000만 배나 더 빠른 속도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세이건은 그들과 만나고 싶어 한다. 외계 생명체는 우리와 같은 우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상당 부분에서 둘 사이의 지식에는 공통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가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 하듯이 그들도 우리를 궁금해 하리라 예측한다.

지금도 두 척의 보이저 탐사선이 현재도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탐사선 안에는 구리에 금박을 입힌 레코드판이 있고, 이를 읽어낼 장비도 포함되어 있다. 이 레코드판에는 지구에 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어 외계 지적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우리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되어있다. ‘인간의 유전자, 사람의 두뇌, 우리의 도서관, 예순 종류의 언어로 된 사람의 인사말, 흑등고래들이 주고받는 인사말 노래, 지구 여러 문화권에서 즐기는 음악을 1시간30분 분량으로 편집해 수록’했다. 보이저 호는 이 광막한 우주에서 얼마나 오래 날아가야 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까. 아마 못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레코드판에 수록된 정보의 수명은 10억 년은 된다고 하니, 그 사이에 새로운 우주 생명체가 탄생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인간이 멸종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후손은 외계 지적생명체의 대답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360만 년 전 아프리카 탄자니아지역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1979년에 고인류학자인 메리 리키는 그 화산재 층에서 찍혀있는 발자국을 찾아낸다. 그 발자국의 주인공은 직립을 한 상태로 판명되었기에 인류의 조상이라고 생각된다. 지구에 남아있는 우리 인류의 최초의 발자국이라고 생각된다. 리키가 이 발자국을 발견하기 꼭 10년 전인 1969년 인간은 달의 한 지역에 발자국을 남겼다. 이 내용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두 발자국이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달에서 찍은 아름다운 지구의 사진이 있다.

“인간이 무심코 행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장시간에 걸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우리는 현재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며 살고 있다.”는 칼 세이건의 표현은 이 책을 다 읽은 다음에도 계속 내 귀에 남아있다.

2009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다. 1609년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발명함으로써 천문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로부터 올해가 꼭 4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런 시점에서 천문학에 대한 책을 최소한 한 권은 읽어야 한다. 이럴 때 <코스모스>는 읽어야 할 바로 그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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