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잇 -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지구 온난화 충격보고
비외른 롬보르 지음, 김기응 옮김 / 살림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2008년에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은 책 중 하나가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의 <플랜 B 3.0>(도요새.2008년)였다. 이 책에서 레스터 브라운은 화석연료사용으로 말미암아 지구의 문명이 멸망할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퍼센트까지 줄여서 기후를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인데, 년 간 1,900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많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 국가의 연간 국방 예산이 1조 2000억 달러라는 거대한 금액에 비해 이는 6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사용된 돈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지속 가능하고, 생태계를 복원하고, 빈곤을 퇴치하고, 인구와 기후를 안정시키고,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을 회복하는 새로운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지금 당장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한다. 책 제목의 ‘플랜 B 3.0’은 돌이킬 수 없는 기후 변화 앞에서 곤경에 빠진 지구 생태계와 인류문명을 구해줄 새로운 희망의 경제, 석탄과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 경제를 말한다. 레스터 브라운은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그들을 비판적 환경주의자 혹은 회의적 환경주의자라고 부르는 데, 이 책 <쿨 잇(Cool it)>(살림출판사.2008년)의 저자인 비외른 롬보르가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롬보르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이산화탄소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보통의 환경주의자들과 다른 점은 위기에 대한 해법에 있다. 이 시대 지구 온난화를 구할 방안으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교토의정서’ 체제다. 그러나 롬보르은 교토 의정서를 전혀 신뢰하고 있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펴고 있는 주장을 4가지로 요약해서 말하고 있다.

 

첫째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인간 때문에 늘어난 것이고, 이것이 현세기에 인간과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본다. 이는 환경주의자들과 같다.

 

두 번째는 환경주의자들이 걱정은 심하게 과장되어 있고, 따라서 그 과장 때문에 좋은 정책이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본다. 특히나 그는 ‘교토의정서’ 체제가 바로 과장위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는 ‘교토의정서’ 체제로 실행되는 대규모의 값비싼 이산화탄소 감축 정책은 파급효과 면에서 미미하다고 말한다. 즉 비용-효과 분석을 해서 효율적인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지구 온난화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예컨대 기아, 질병, 가난 등이 이에 해당하는 데 이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네 가지 자장을 가지고 이 책의 끝까지 자신의 견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각종 논문이나 자료를 활용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저자가 상당히 수치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통계는 사람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저자는 이를 충분히 자신의 논리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북극곰이 자신의 몸집보다 별로 크지 않은 얼음 덩어리 위에서 먼 곳으로 바라보는 사진은 온난화로 인하여 북극의 빙산이 녹아버려 삶의 공간을 잃어버리고 멸종위기에 쳐해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북극곰이 멸종한다는 것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극곰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지구상의 많은 종의 동물 중 한 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멸종을 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에 대해 단순히 북극곰만을 생각하며 자신의 논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의 견해를 보도록 해보자.

환경주의자들이 북극곰의 멸종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은 엄청나게 과장된 감정적 주장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이유 중 첫 번째는 북극곰이 멸종할 것이라고 믿을만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즉 얼음이 사라지면 먹이사냥이 어려워질 것이고, 진화 단계상 조상격인 불곰과 생태가 닮아갈 것이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세상에는 북극곰만 있는 게 아니고, 곤경에 처한 생물종들이 많다. 그리고 기후변화 때문에 오히려 형편이 더 좋아진 종도 많다고 말한다. 게다가 북극이 더워짐으로 인해 북극권의 생물 종 다양성이 증가할 것이고, 북극권에서는 황무지가 줄고 숲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는 ‘걱정 때문에 그릇된 해결책에 집착하게 된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견해를 환경주의자들이 보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에도 그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성적인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메마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극곰의 멸종도 문제이지만, 북극권이 더워지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서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에 나온 내용을 보면,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북극의 얼어붙은 토양에는 약 5천억 톤 정도의 탄소가 묻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하여 이런 북극의 땅이 녹으면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이 배출된다고 한다. 이런 경우를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나 할까. 한 과학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북극 냉장고의 플러그를 뽑아버렸습니다. 이제 안에 들어 있던 것이 전부 썩기 시작할 것입니다.”

 

온난화로 일어날 해수면 상승에 있어서도 저자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해수면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빙하가 녹는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그린란드의 만년설이나 남극의 빙상이 모두 녹는다면 최악의 경우 해수면은 지금보다 12미터나 높아질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IPCC는 금세기말까지 18~59센티미터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나, 많은 학자들은 그 타당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들은 2미터 정도는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특히나 북극지방은 온도에 민감해서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의 영향을 두 배나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롬보르는 아주 편안하게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서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논리를 보면,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지가 궁금하다. 감정적으로는 롬보르의 말이 맞았으면 좋겠지만, 그의 견해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것이다. 인간의 미래를 멸종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이 책에는 책 마지막 부분에 있는 미주만 해도 거의 100쪽에 달한다. 독자들은 논문을 읽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런데 앞부분을 읽다가 표시가 있으면 미주를 찾아봐야 하는데, 이 내용이 너무 많다 보니 책을 읽는데 리듬이 자주 끊긴다. 저자가 자신의 논리가 정당하고 객관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미주를 넣은 노고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싶지만, 대중을 위한 서적이니만큼 편집방법을 달리하여 미주의 일정 부분을 본문 내용에 포함시켰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원제목은 바로 <cool it>이다. 즉 ‘냉정해지라’ 혹은 ‘속도를 줄이라’ 는 뜻인데, 저자는 냉정해지라는 말로 쓴 것으로 보인다. 환경주의자의 의견이 너무 뜨겁고 흥분상태라고 보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핀잔하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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