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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
존 리더 지음, 김명남 옮김 / 지호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속성이 극명하게 표출되는 공간이 바로 도시일 것이다. 지금 세계 인구 60억 명 중에 반이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하고, 한국에서의 비율은 세계 평균보다도 훨씬 높은 81.5퍼센트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걸린 산업화를 불과 몇 십 년 만에 이룩한 것처럼, 도시화도 빠른 시간에 해치웠다. 그런데 도시와 농촌의 구분 기준은 무엇입니까. 고고학자나 역사학자들은 도시와 마을을 구분할 때 인구수보다는 공동체내에서 사회경제적 분화가 일어났는가 여부로 정한다고 말한다. 즉 다양한 직업이나 업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지호.2006년)은 도시의 생성에서부터 그 속성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인간이 도시와 맺어온 상호 작용과 미래에 도시의 모습은 어떨지에 대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그렇다면 인류최초의 도시는 어떻게 시작이 되었을까. 그 의문을 풀기위해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메소포타미아와 인더스 문명에서는 약 6천 년 전에 최초의 도시들이 생겨났다. 그 조금 뒤에 이집트에서 도시가 생겼다... (지구) 어디에서건 한 도시의 탄생은 독특한 한 문명의 시작을 의미했다. 마치 일정한 선행조건이 갖추어지면 도시와 문명은 필연적으로 솟아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야 할 것이다. 그 선행조건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도시의 성장을 부추긴 원동력은 또 무엇이었을까?”
이 책의 저자인 영국의 작가이자 포토저널리스트인 존 리더(John Reader)는 이렇게 의문을 제기한 후 그 대답으로 “농경과 전쟁”을 꼽았다. 농경의 성공으로 인하여 부유해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방어용 거주 공간을 만들었다. 나아가 그들은 권력자로 등장했고, 이들은 결국 왕이 되어 공동체를 통치하고 도시를 건설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농경과 전쟁”이 도시 등장의 선행조건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전 세계 모든 초기 문명의 유적에서는 전쟁의 흔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루이스 멈포드는 도시를 만든 요인으로 토기 물레, 베틀, 돛배, 금속 주조술, 활자, 쟁기, 곡물 경작술 등을 꼽고 있는데, 이중 쟁기와 경작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시작된 도시화의 물결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가속화된다.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시로 도시로 몰려든 것이다. 이렇게 커진 근대적인 도시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고, 인류의 위대한 문명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그 그림자는 1990년대 환경학자들이 개념을 만든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란 단어에 함축되어 나타난다. “‘생태발자국’ 은 한 도시나 지역, 경제계에 흘러드는 모든 에너지와 물질의 양을 측정하여 그러한 유입량을 생산하기 위해 요구되는 생산지 또는 바다의 영역을 넓이로 환산해보는 방법이다.”(469쪽)
오늘날 도시는 지구 표면의 2퍼센트 미만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세계 자원의 75퍼센트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블랙홀이다. 런던이란 도시는 자신의 각종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120배에 달하는 토지 면적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북아메리카의 보통 시민들처럼 편안하게 살려면 지구 하나만 가지고는 턱도 없고, 지구 3개 정도의 넓이가 확보되어야만 필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하니, 도시의 그림자는 꽤 짙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그저 숲에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과학적 증거들도 있다. 초록으로 얼룩진 나무 그늘에 몇 발짝 들어서기만 해도 벌써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근육 긴장이 풀린다고 한다. 틀림없이 숲은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줄 수 있다.”(463쪽)고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다. “도시는 인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과연 인간은 도시를 떠나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스스로 대답한다. “이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시는 아직도 중요하다. 그들에게 도시는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해결책인 것이다.”(476쪽)
이 책의 원제목은 <Cities> 즉 ‘도시들’ 이다. 그런데 한글 제목은 <도시, 인류 최후의 고형>이라고 번역해 놨다. 저자인 존 리더는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도시와 농촌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농촌은 좋은 곳이고 도시는 나쁜 것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길 거부한다. 그리고 도시화로 인하여 벌어진 나쁜 것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도시는 인간이 스스로의 문제를 풀기 위해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우리는 도시를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렇기에 도시를 ‘인류 최후의 고향’이라고 한글 제목을 붙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