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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도의 악몽 - 소설보다 무서운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매년 초여름이 되면 언론에서는 그 해의 여름 날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올 여름은 기상관측사상 제일 더운 여름이 될 것입니다.” 정말 지구는 매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즉 ‘지구 온난화’는 지속되고 있다. 과연 앞으로 100년간 지구의 온도는 얼마나 올라갈까. 얼마나 더 뜨거워질까. 이 책 <6도의 악몽>(세종서적.2008년)은 이런 의문에 대답을 해주고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0.8도 정도 올랐다고 한다. 이 수치는 전 세계 평균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지역은 2도가 올라갔을 수도 있고, 어떤 지역은 0.3도가 올라갔을 수도 있다. 한국은 같은 기간 동안 1.5도가 올라갔다고 하는데, 겨울의 일교차로 보았을 때 하루에도 몇 도가 오르내리고 있어서, 1도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균 기온 1도는 아주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1만 년 전에 끝난 마지막 빙하기는 지금보다 불과 평균 3도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니, 1도가 올랐다고 하는 이야기는 심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1도가 더 올라가면 지구는 어떻게 변할까. 아니 2도, 3도 나아가 6도까지 오른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에 간빙기가 존재했다. 즉 지구의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자연적인 순환이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지금의 온난화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후 변화의 속도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후변동은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났는데, 지금의 변화는 엄청난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속도가 빨라지게 된 원인이 바로 이산화탄소 때문이라는 것에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지구시스템의 운동반응 시차 때문에 1도 정도의 온도 상승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일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혀 없더라도 온도는 당연히 오를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대기 중에 뿜어낸 탄소의 양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기온은 앞으로 적어도 30년 동안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지구가 지금보다 3도가 오르면 ‘탄소 순환’이 역전된다고 한다. 날이 더워지면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않고 오히려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대기 중의 탄소농도는 2100년에는 250ppm까지 올라가며, 이에 따라 온도는 1.5도 상승한다고 한다. 즉 탄소순환의 양의 되먹임이 일어나 온난화는 가속이 붙게 된다. 따라 21세기 말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은 4~4.5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이고 인간에게는 재앙일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3도까지 오른다면 6도까지 오르는 것은 당연히 따라오는 현상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이득을 보는 지역도 생겨난다. 북극 같은 지역은 날씨가 온화해짐에 따라 식량생산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데 그 이면을 살펴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일단 북극에 얼음이 없어지면 북극곰과 같은 동물이 멸종할 것이다. 사실 이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수도 있다. 왜냐하면 더욱 두려운 일이 발생할 테니 말이다. 북극의 얼어붙은 토양에는 약 5천억 톤 정도의 탄소가 묻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런 북극의 땅이 녹으면 이 탄소의 상당량이 배출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과학자는 “우리는 북극 냉장고의 플러그를 뽑아버렸습니다. 이제 안에 들어 있던 것이 전부 썩기 시작할 것입니다.” 라며 심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이렇게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그냥 보면서 멸종해갈 것인가.
물론 방법은 있다. 먼저 지구의 온도를 2도 오른 상황에서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실질적인 ‘에너지 효율’과 광범위한 ‘신기술’들이 결합되어야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소콜로우와 스티브 파칼라가 발표한 논문은 이런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두 학자의 아이디어는 여러 가지 기술을 하나하나 쐐기로 간주해서 지구 온난화를 막아 보고자하는 것이다.
소콜로우와 파칼라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해주는 특효약은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다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세계 모든 자동차들의 연비를 갤런 당 30마일에서 60마일로 높인다면, 하나의 쐐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 자동차 당 평균 이동 거리를 매년 1만 마일에서 5천 마일로 줄여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건물이나 발전시설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도 하나의 쐐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 발전에 석탄보다 가스를 더 많이 사용하거나 가스 발전소를 네 배 늘인다면, 이 역시 하나의 쐐기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말하면 이런 쐐기를 박아서 지구온난화를 막아보자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자자는 또 하나의 제안을 한다. ‘열대림 벌목을 금지해야 한다’고.
저자인 마크 라이너스는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돌베개 2006년)을 쓴 바 있었다. 이 책에서 라이너스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가 온난화로 인해 점차 높아지는 해수면에 섬전체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슬픈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 <6도의 악몽>은 그보다 더욱 슬픈 이야기다. 이 슬픈 이야기는 내셔널 지오 그래픽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작년 여름 국내에서 방송된 바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말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에 쐐기 박기’는 우리에게 남겨진 최후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