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이안 일본 - 일본 귀족문화의 원류
모로 미야 지음, 노만수 옮김 / 일빛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우나 그들에 대한 심리적인 부분은 멀다는 뜻이리라. 그렇게 멀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요인은 양국 간의 과거 때문일 것이다. 식민지 시대의 슬픈 역사가 두 나라 사이의 간극을 벌려놓았을 것이다. 일본의 역사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의 거리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왕조의 변천과 그 시기까지 겨의 알고 있으나,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는 그만큼 알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에는 일본에 있어서 시대별 구분을 알지 못했다. 특히나 한반도와 관련된 일본의 역사 인식은 임나일본부와 같이 식민지 경영을 위하여 한반도의 역사를 왜곡했다는 생각 때문에 일본의 역사와는 더욱 멀어져 있었다. 게다가 일본어를 모른다는 것도 이에 한몫했을 것이다.
필자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일본의 시대 구분은 나라 (奈良), 헤이안(平安), 가마쿠라(鎌倉)시대 라는 단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시대가 시대적으로 언제이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어느 왕조 시대인지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다. 그런 필자에게 이 책 <헤이안 일본>(일빛.2008년)을 집어 들었다. 다 읽고 나니 일본에 대한 거리는 그대로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일본 역사에 대한 지식의 거리는 조금은 좁혀지지 않았나 하고 생각이 든다.
헤이안(平安) 시대는 나라(奈良) 시대 다음이고 가마쿠라(鎌倉) 시대 이전이다. 서기 연대로 따지자면 794년부터 1185년까지 400여 년간을 말한다. 한반도의 역사와 비교하자면 통일신라시대에서부터 고려 중기까지다. 한반도에서는 고대에서 중세로 이행하는 시기가 바로 일본의 헤이안 시대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필자는 어려움에 빠졌다. 일본인들의 이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고생했다. 우리가 읽는 한자와는 다른 독음을 가지고 있고 또 왜 이리 이름은 길던지. 후지와라노 모모카와(藤原百川), 다카노노 니이가사(高野 新笠), 오토모노 야카모치(大伴 家持) 등 일본인들의 이름은 우리와 같이 한문을 쓰고 있지만, 읽는 방법이 전혀 달라서, 그 이름이 익숙해지기 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의 이름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면서 책을 읽는 진도는 조금은 빨라졌다.
헤이안 시대의 정치 중심에는 한반도 도래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대 이래로 일본의 상위 문화를 이끈 집단은 바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한반도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높은 수준의 문화는 그들의 신분과도 맞닿아 있었다. 도래인들은 헤이안 시대의 상층부 귀족 사회에서 일본의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이 시대 여성들은 상당히 자유분방했으며. 또한 멋 내기에도 현대인들 못지않았다. 여성들이 멋을 내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장식품은 바로 부채였다고 한다. 부채는 “오관(五官 ; 눈, 귀, 코, 입, 피부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신체를 뜻함)의 직접적인 노출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슬금슬금 내비치는 것이야말로 여성의 매력을 한층 더 북돋아 주면서 맘껏 부풀려 주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지금도 여름에 여성들이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며 더위를 물리치는 행위는 어찌 보면 유혹적이기도 하다. 그 부채에서 옅은 향내까지 나면 그 효과는 더욱 좋기도 하다.
우리나 일본이나 오랜 동안 문자는 오로지 한문만을 사용했다. 그러다가 한반도에서는 한글이 만들어져서 사용되었듯이, 일본에서도 그들만의 문자를 만들어 낸다. 히라가나와 가타나가가 그것이다. “히라가나는 와카, 모노가타리를 쓰기 위해 태어났다. 반면에 가타가나는 한문을 이해하기 위해 출생했다. 히라가나로 글을 쓰는 창작자는 여인들이었고, 가타가나의 동량은 남성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히라가나는 여성의 문자, 가타가나는 남성의 문자였다.” 이는 조선 초에 한글이 만들어졌으나 초기에는 한글을 사용한 사람들은 바로 여자들이었던 경우와 비슷하다. 이중 히라가나로 쓰였다는 모노가타리에 대해 일본인들은 세계 최초의 소설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모노가타리(物語)를 헤이안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100여 쪽은 겐지 모노가타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는 겐지 모노가타리는 이 역사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부록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인 모로 미야(茂呂 美耶)는 일본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한문과 일본어를 둘 다 할 수 있었기에 이런 좋은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모로 미야가 소개하는 헤이안 일본을 읽으니 일본의 속살이 보인다. 일본의 역사에 약간은 가까이 간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들과의 거리는 아직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