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이 나를 부른다 -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30편의 에세이 ㅣ APCTP 크로스로드 1
APCTP 기획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30명의 지식인들이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다드는 글을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30인이 하는 일도 다양하다. 소설가에서부터 과학책 번역가, 인문학자, 자연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이 책이 바로 <과학이 나를 부른다>(사이언스북스.2008년)이다. 이 책은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과학 밖에서’는 인문학자들이 바깥에서 과학을 들려다 본 글들을 모은 것이고, 2부 ‘과학의 변경 지대에서’는 인문과 자연과학 두 분야의 학자들이 인문학과 과학간의 간극에 대한 고민을 볼 수 있다. 마지막 3부는 ‘과학 안에서’인데 과학자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30명의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과학과 인문학이 소통해야만 한다고 본다.
이 책의 제일 첫 글은 소설가 김연수다. 어려서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성장한 그는 이제 한국 문단에서도 자리를 확고하게 잡고 있다. 그런 그가 과학과 문학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좋은 글쓰기란 가장 구체적인 것들을 상정하고 그것들이 합리적으로 서로 간섭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보편적인 인식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다시 말하자면 가장 과학적인 것이 가장 문학적이라는 이야기다.”
김연수의 말은 리처드 도킨스가 <무지개를 풀며>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많이 닮아 있다. 뉴턴이 프리즘으로 무지개를 분석해내자 영국 낭만주의 시인 키츠가 이를 두고 시정(詩情)을 말살했다고 이야기했지만, 도킨스는 오히려 “과학은 위대한 시적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시적 과학’이라는 표현하면서 문학과 과학의 불가분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즉 “좋은 시적 과학이란 운문으로 쓰인 과학이 아니라 경이로운 시적 감성으로부터 탄생한 과학을 말한다.”고 주장한다.
도킨스와 키츠의 관계처럼 문학과 과학, 인문학과 과학은 오랜 동안 상당한 거리를 두었다. 서로는 상대방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상대방이 가까이 오는 것조차도 꺼렸다. 이는 자연의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묘사나 기술하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현상은 종언을 고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지식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아주 커졌기 때문이다. C.P, 스노에서 에드워드 윌슨에 이르러서는 서로 제 갈 길을 찾아가던 학문들이 함께 연구하고 나아가 이들을 통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학자인 김용석교수는 ‘포스트 글로브 시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과 과학이 함께 탄생했음을 아주 논리적으로 잘 설명을 하고 있다. 또 다른 글에서는 20세기의 위대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내는 근저에는 철학에 대한 공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화학자인 경희대 이성렬교수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물질에 대한 지식 외에 인문학, 사회 과학, 예술, 종교 등등의 정신문화 또한 긴요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서로 다른 분야의 학문의 이해와 통합이 우리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책에는 위에서 소개한 이외에도 과학과 종교에 대한 글도 있고, 30편의 에세이가 아주 잘 엮여져 있어, 이 시대에 학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과학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과학을 백안시하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다면 과학에 대해 좀 더 친근함을 가지게 되리라고 생각이 든다. 이 시대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과학이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과학은 우리 문명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조건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과학은 우리를 보고 가까이 오라고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