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별의 집 - 엄마가 쓴 열두 달 야영 일기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한 달에 한 번 자연 속에 작은 집을 짓자. 이왕이면 절기에 맞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이 책 <바람과 별의 집>(마고북스.2008년)은 이렇게 시작된다.

바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옛말 ‘마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큰딸과 바다라는 뜻의 ‘바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작은 딸, 그리고 남편을 ‘빛나는 별’이라고 부르고, 아내이자 엄마인 자신을 ‘강한 바람’이라고 부르는 한 가족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그러니 책의 제목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아빠와 엄마가 만든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집을 가지고 있었을까.

전직 산악잡지 기자인 김선미는 가족과 함께 한 평도 안 되는 텐트를 차에 싣고는 한 달에 한 곳씩 일 년간 총 12회에 걸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12회는 단순히 한 달에 한 번이란 의미를 넘어서 절기에 맞추고 있다. 예를 들자면 ‘입춘과 우수’에 즈음하여 ‘변산반도 격포’로 여행을 가지고 있다. 일 년은 24절기니까 2절기에 맞추어 여행을 하면 꼭 1년이 걸리는 여행이다. 사실 텐트로 여행해본 사람들은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상당히 불편한 여행이다. 잠자고 씻고 먹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게다가 안락한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텐트 여행은 거의 고행의 수준에 가깝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런 여행은 장점도 가지고 있다. 저자는 그 장점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국 어느 곳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우리 집 정원으로 만들 수 있는, 자연을 향해 무한하게 열려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다.”

이 책이 다른 여행서와 다른 특징은 여행 중에 일어나는 가족 간의 소소하지만 진솔한 대화를 통해 아이들과 부모와의 사랑과 갈등을 표현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숨김없이 표현하고 있다. 또 해당지역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과 역사적인 내용, 그리고 전설과 현실의 삶을 저자의 훌륭한 글 솜씨로 녹여내고 있다.

‘88고속도로를 자동차로 지나가면서 “인간의 길은 부득이 하게 자연에 대해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표현을 하는 장면에서는 이 가족의 자연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으며, 또 이 길에 깔려있는 정치적인 의미(광주민주화 운동이 끝난 후인 1981년 착공했으며, 이 길의 의미로 동서화합의 장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붙이고 있는 전두환 군사정권의 의도)룰 표시하고 있는 곳에서는 아름다운 우리의 국토이지만 이곳애서도 우리의 슬픈 과거도 서려있음을 저자는 독자들을 위해 읽어주고 있다.

중학교 1학년인 큰 딸은 MP3를 항상 귀에 꽂고 다닌다. 엄마는 이것이 불만인 것이다. 가족과의 대화를 단절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여행에서는 부모와 자녀 간에 사소한 불만 불평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부분에서는 사람의 삶이 모두 비슷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이 가족은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울릉도에 간다. 그러다 보니 직접 배낭을 메고 다녀야 했으니, 다른 곳을 여행할 때보다 훨씬 힘이 들었을 것이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가면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우리는 그동안 언젠가는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쓸데없이 쌓아놓고 먼지만 쌓여가는 물건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었던가. 이렇게 배낭 하나로 해결될 만큼 사는 게 단출하면 좋겠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통 무엇을 버린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지금은 필요 없는 물건일지라도 언젠가 필요한 시기가 올 수도 있기에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리라. 우리 인간의 선조들은 오랜 기간 동안 수렵과 채집으로 삶을 영위했기에 집을 짓거나 해체하기 쉽게 간단히 만들었다. 또한 이동하기 쉽게 짐도 단출했을 것이다. 그런데 농경이 시작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고, 이로서 우리의 의식주는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그렇지만 우리의 본능 속에 노마드는 그대로 살아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이런 책을 읽으면 본능이 작용해 그대로 따라하고 싶은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찬다.  

이 가족처럼 일 년에 12번을 야영 여행을 못할지언정 1년에 한 번 정도는 가족과 함께 야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고 나또한 그 본능을 가슴깊이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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