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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 케냐에서 발견한 아프리카의 맨얼굴, 그리고 몹쓸 웃음 ㅣ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김소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케냐’란 나라 이름을 들으면 우선 야생동물이 생각난다. 그리고 요즘은 미국 대통령 후보인 오바마 아버지의 출신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항상 독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빌 브라이슨이 그곳 케냐에 갔다. 왜 그곳에 갔을까. 야생동물을 보러?
어느 날 빌 브라이슨은 국제적인 구호단체 CARE로부터 케냐를 방문하고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정글짐이라는 제목의 아프리카의 정글을 담은 시리즈 영화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아웃 어브 아프리카>가 전부였다. 그러니까 빌 브라이슨이 아프리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는 베란다에 누워 있다가 터번을 두른 하인이 커피를 가져오면 그저 우아하게 마시는 곳”이라는 낭만적인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CARE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연실색한다. 그곳 여행은 목숨을 걸고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각종 풍토병에다가 강도, 비행기 추락의 위험성 등 여려움은 곳곳에 있었다. 케냐에 가는 것이 일종의 모험이지만 별 일 없을 것이라는 CARE 직원의 말에 빌 브라이슨의 8일간에 걸친 케냐 모험은 시작된다. 그리고 8일간 그가 그곳에서 겪은 내용이 이 책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21세기북스.2008년)다.
2002년9월 빌 브라이슨은 영국 런던의 히드로 국제공항을 출발한다. 그가 첫 번째로 간 곳은 키베라(Kibera)지역이었다. 이곳은 빈민촌으로 거주민의 5분의 1일 에이즈 보균자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곳이다. 그런데 키베라는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케냐 정부는 이곳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증거의 부재가 존재의 부재를 말하는 것이 아님’은 진실인 모양이다. 정부에서 키베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시골에 있는 사람이 밀물처럼 이곳으로 몰려올 것을 걱정해서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엄연히 살고 있는 곳이다. 케냐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의 키베라로 몰려드는 것은 그래도 그곳은 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번 돈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케냐에는 빈민촌만 있지는 않았다. 그곳은 지구에서 가장 값진 유물이 있었다. 인류학에 관심이 있는 빌 브라이슨은 케냐 국립박물관을 방문한다. 그곳에는 초기 인류의 화석이 있었다. 케냐는 루이스 리키와 리처드 리키 등 리키 가문에 의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부터 호모 엘렉투스의 화석이 발굴된 곳 있었다. 전 세계에서 발굴된 인류 화석이 5,000여개에 불과한데 케냐 국립박물관은 그중 500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놀랄 만하다.
기차와 경비행기로 이동하는 중에 위험한 상황이 닥쳐와 고생하는 모습은 빌 브라이슨의 다른 책에서 보는 것과 같이 아주 유머러스하다. <나를 부르는 숲>이나 <발칙한 유럽산책>과 다른 점은 이번 여행은 빈민구호단체를 통해서 했기에 웃음이 점잖다고나 할까? 그리고 성과 관련된 유머가 없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점은 에는 빌 브라이슨의 사진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전문 사진가가 이 여행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빈민 구호단체가 활동하는 만큼 케냐의 경제상황은 아주 어둡다. 그러나 밝은 면도 있었다. 웨드코라는 이름의 대출업체에서 소액대출을 받아 시장에서 장사를 함으로써 과거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또 CARE를 통해 다양한 작물을 풍성하게 기를 수 있게 되어 부를 거머쥔 농부의 모습도 있다.
8일간이라는 짧은 케냐 여행에서 빌 브라이슨은 영화 <아웃 어브 아프리카> 같이 멋지지는 않지만, 가난한 가운데에서도 자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고, 또 멋진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는 CARE의 활동은 빌 브라이슨에게나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나 싱긋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많은 위험 속에서도 남을 돕는 구호단체 직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들의 일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