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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내게로 왔다 - 이주향의 열정과 배반, 매혹의 명작 산책
이주향 지음 / 시작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사랑이 없는 문학이 있을까? 사랑이 없는 음악이 있을까? 우리 주변은 온통 사랑이야기로 가득 차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온통 사랑이라는 것에 둘러쌓여 있다. 아마 인간에게 사랑이 없었다면 인간은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성생식을 하는 우리에게 사랑은 유전자를 후대로 전해주는 데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이기적 유전자’는 우리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랑에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에게만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 행운(?)을 허락했다. 그렇기에 지금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의 선조들은 모두 사랑에 성공한 사람이다.
이 책 <사랑이, 내게로 왔다>(시작.2008년)은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의 사랑에서 시작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로스와 프시케, 호머의 <일리아드>는 사랑 때문에 일어난 트로이 전쟁이야기다. 그리고 세익스피어의 <오셀로>는 사랑과 질투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게다가 변학도와 춘향의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랑이야기도 있고, 원효와 요석공주이야기 등 33권의 문학작품 안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사랑 안에는 미움과 증오, 질투, 죽음까지도 함께 나타난다는 것을 이들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사랑은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아래에서 사랑 또한 변하기 마련이다. 그 변한 사랑 때문에 인간들은 죽음을 생각을 하게 되고, 복수를 꿈꾸고, 살인을 계획하는 것이다. 사랑은 상대방에 대해서 온전하게 독점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기에 그 독점적인 위치가 흔들린다면 우리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어떤 행동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은 지극히 감성적이다.
이렇게 사랑은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무섭고 두렵다고 해도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 안에 있는 이기적 유전자는 우리를 항상 사랑에 빠지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리라.
사랑에 성공하면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행복에 빠진다. 그러나 실패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잿빛으로 보인다.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 앞에 마음에 드는 이성이 나타나면 우리는 아팠던 과거를 망각하고 새로운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친다.
책의 내용은 저자인 이주향 교수가 월간 <에세이프러스>에 연재했던 것이다.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책의 표지에 있는 문장이 멋지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상대방의 무엇이 좋아서 사랑에 빠졌나요?” 여러 가지의 대답이 나올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얼굴이, 성격이, 그의 재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아주 이성적인 대답이다. 상대방의 조건을 보고 시작한 사랑은 조건이 바뀐다면 사랑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의 물음에 대한 적절한 답은 무엇일까? “그냥 좋았어요.”가 정답은 아닐까? 이런 저런 조건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대방을 만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그를 만나면 숨을 쉬기 어려운 정도로 가슴 벅찬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33개의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멋진 장면에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으며, 안타까운 사랑의 경우에는 함께 슬퍼했다.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델로의 행동에 대해서는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아름답다는 말이 마음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