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8세기 초반 신라의 승려 혜초는 신라에서 해로로 당나라에 들어가고, 지금의 인도인 오천축(五天竺)과 서역의 많은 나라를 여행한다. 이 여행을 기록한 책이 바로 왕오천축국전이다. 이 책은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오도릭의 <동유기>,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와 함께 4개 여행기로 꼽힌다. 이 책에는 8세기 인도와 중아아시아 각국에 대한 언어나 풍속 등 많은 정보가 수록되어 있어서 세계사적으로도 아주 귀중한 자료다. 그런데 지금 이 책은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08년 프랑스인 폴 펠리오는 둔황 석굴에서 싼 값에 많은 책과 문헌을 사들인다. 이른바 20세기 초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에서 벌어진 문화재 약탈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어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폴 펠리오는 둔황 석굴에서 발견된 고문서 중에서도 가치가 높은 문서와 책자를 선별해 프랑스로 가져간다. 그리하여 <왕오천충국전>은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 책 <혜초>(민음사.2008년)의 또 다른 주인공인 고선지는 누구인가. 망한 나라 고구려의 후손으로 노예와 같은 신분으로 무공을 세워 당의 안서도호부 최고 사령관에 오르는 인물이다. 고선지는 세계사에서 그 이름이 높다. 파미르를 넘는 서역원정에 대해서는 오렐 스타인같은 사람은 나폴레옹의 알프스를 넘은 것보다도 위대한 군사원정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751년 탈라스 전투에 고선지의 패전은 서양사를 바꾸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탈라스 전투에서 당이 패하고 포로가 된 군사 중에는 제지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이들이 서역에 제지술을 전하게 되며, 이 제지술과 인쇄술은 서양의 근대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혜초와 그의 책 <왕오천축국전> 그리고 당의 위대한 장군 고선지가 이 책의 주요한 팩트이다. 이 책의 주연인 혜초와 고선지는 실제로는 만난 적이 없을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은 한반도 출신으로 비슷한 시기에 실크로드에서 군인으로 또 여행하는 승려로 존재했었다. 작가의 놀라운 문학적 상상력은 두 사람을 하나의 운명체로 묶어 놓는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김탁환의 빠른 문체는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순간도 딴 짓을 못하게 만든다. 이 부분이 바로 픽션 요소다. 

한번 들어가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검은 사막 대유사(大流沙, 타클라마칸 사막)에서의 우연한 만남과 이어지는 혜초의 여행,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신라상인 김란수, 서역의 무희자매 등 묘한 매력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왕오천축국전>에 등장하는 나라를 배경으로 삶과 죽음, 사랑이 펼쳐진다. 게다가 김란수가 신라로 가지고 가는 서역의 보물들은 신라의 무덤에서 발굴된 국보급 유물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는 부분에서는 저자가 자료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사소설로서 또 팩션으로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고 또 좋은 점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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