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선 여행 - 과학의 역사를 따라 걷는 유쾌한 천문학 산책
쳇 레이모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 지도를 보면 가로선과 세로선이 일정한 간격으로 그려져 있다. 세로선은 경도이고, 가로선은 위도이다. 위도를 긋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적도를 기준으로 양 극을 중심으로 90도를 나누면 되는 일이었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경도를 긋는 것은 위도와는 다른 면이 있었다. 경도는 시간을 결정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경도의 기준을 자신의 나라에 두고자 경쟁을 한다. 그 경쟁은 1884년 영국의 승리로 끝이 나면서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선이 경도 0도가 되고, 각 나라는 경도 15도에 따라 1시간씩 시차를 두게 된다. 그리하여 한국은 영국보다 9시간 빠른 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도 0도가 왜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가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본초 자오선이라는 명칭을 쓰기도 하는 경도 0도는 “3개 대륙 9개국을 지난다. 본초 자오선의 3분의 2에 달하는 거리는 바다에 드리워져 있다.”고 한다. 북극에서 시작한 본초 자오선은 영국을 지나, 프랑스로 넘어가고, 이어 스페인 영토를 지나 서부 아프리카를 통과해 남대서양을 가로질러 남극 대륙으로 들어간다.

경도는 국제적인 화물 운송량이 많아지면서 출발지와 도착지의 정확한 시간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으며, 1704년10월에 군함이 암초와 부딪치는 바람에 2000명의 군인이 생명을 잃었는데, 이 원인은 경도를 알지 못해 항해하고 있는 지점을 지도상에서 정확히 알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 그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17세기 말에는 원거리 항해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시계가 없었다. 한 달간의 항해에서 시계가 겨우 1분 느려지거나 빨라진다 해도 바다에서는 거리가 10여 킬로미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는 시간인데, 17세기에는 그 정도의 정확성을 확보할 수 없었다.”

 

이에 영국 의회는 확실한 경도를 알아내는 사람에게 큰 상금을 주기로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천문학자가 아니라 존 해리슨이란 이름의 시계공이었다. 그는 항해용 크로노미터를 발명함으로써, 경도 문제를 해결했고, 해리슨은 바로 본초 자오선이 지나가고 있는 링컨셔의 배로온험버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 책 <자오선 여행>(사이언스북스.2008년)의 저자인 쳇 레이모는 물리학은 전공한 교수로 경도 0도를 따라서 도보로 여행을 한다. 그는 해당 지역에서 과거에 일어난 유명한 과학적인 발견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자오선이 지나가는 도시 중 하나인 ‘다운’은 찰스 다윈이 살았던 곳이다. 그곳은 다윈이 ‘진화론’의 뼈대를 이루게 했던 지질학적 지식을 확인할 수 있을만큼 많은 화석을 가지고 있는  지형이 있는 장소였다. 다운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필트타운’이라는 곳이 나온다. 여러 책에서 ‘필트타운 인’ 사건에 대해서 소개되어 있듯이, 이곳에서는 고고학사에 있어서 20세기 최고의 사기극이 벌어졌던 곳이다. 사람의 두개골에다가 오랑우탄의 턱뼈를 붙여서 마치 오래된 인간의 조상 유골처럼 만들어, 이를 수십 년간 사람들은 이를 믿었다. 물론 나중에 이것이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이 사건의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사기극이 벌어진 이유는 유럽 여러 곳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이 발굴되었지만, 영국에서는 이런 유골의 발굴이 없었기에 자신의 나라에 인류가 오래전부터 살았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영국인들의 빗나간 자존심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공룡의 화석이 발견된 장소인 라일리지스 절벽과 많은 과학자의 무덤이 있는 웨스트민스트 사원, 아이작 뉴턴이 연구한 장소인 캐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 등 경도 0도에 해당하는 지역을 2003년에 도보로 여행하면서 관련 도시에서 일어난 과학적 업적과 해당 과학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근현대 과학에 있어서 영국인들의 위대한 역할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저자의 이 도보여행을 통해서 독자들은 지리학, 천문학, 지리학, 생물학, 인류학, 물리학 등 여러 학문을 통해 인간과 우주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문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위대한 과학자들의 업적과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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