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에세이 - 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
홍성욱 지음 / 동아시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유전자 변형 식품 등 우리 과학은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는 과연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안전한지 그리고.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설치는 어떤 문제를 발생시킬지에 대해 사람들은 걱정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고 있지만, 반면 위험성 또한 내재되어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반대에 직면하거나 큰 이슈가 될 상황도 많이 생길 것이다.


예컨대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유치 문제를 한 번 살펴보자. 정부에서나 과학 전문가들은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주민은 이를 믿고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주민들은 이에 따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방폐장 설치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었다. 즉 방폐장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 정상과학(normal science) 수준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정상과학이란 20세기의 과학을 말하는 것으로 실험실에서의 연구와 그 연구결과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 그리고 연구를 지원하는 국가나 과학재단의 지원이 중요시 되던 시기의 과학을 말한다.

그러나 방폐장이나 유전자 변형식품과 같이 불확실성이 많은 기술적 위험에 직면한 상태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확대된 ‘확장된 공동체’에 의해서 합의된 일련의 단계들을 천천히 밟아 나가야 한다. 즉 과학과 시민 사회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해야만 한다. 이런 부분이 바로 탈정상과학(Post-normal science)이 다루고 있는 분야이다. 

탈 정상과학이 중요한 이유는 “더 불확실하고, 가치가 논쟁의 대상이 되며, 그 여파가 크고, 반면에 판단은 급박하게 해야 하는 상황에 적용되는 과학”이라고 이 책 <홍성욱의 과학에세이>(동아시아.2008년)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탈 정상과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과학의 주체가 ‘과학자 공동체’에서 주민과 이해 집단을 포함하는 ‘확장된 공동체’로 바뀌는 데 있다. 즉 과학의 민주화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나 방폐장 등에서 국민의 반대는 격렬했다. 홍성욱 교수의 표현에 의한다면 이는 정부에서 정상과학 수준으로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다시 말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고, 국민들과 쌍방 간의 대화소통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로 인하여 앞으로 닥칠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과학기술학(STS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tudies)이라고 저자인 홍성욱교수는 말하고 있다. 과학기술학은 “과학기술사, 과학기술철학, 과학기술사회학, 과학기술정책학, 과학기술문화학과 같은 분야를 통합”한 학문을 말한다. 다시 말해 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을 함께 연구하는 학제간 융합 분야이다.

저자는 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미래 과학기술의 모습을 예측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시도이다. 지금의 트랜드를 가지고 다양한 가능성과 제약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다면 20년 후 과학기술의 개략적인 큰 방향은 몇 가지 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980년 이후에 등장한 과학기술 분야의 가장 강력한 트랜드는 컨버젼스, 융합, 잡종의 트랜드다. 기존의 분야들이 합쳐져서 새로운 분야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만들어진 몇 가지 새로운 분야가 또 합쳐져서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나노과학기술, 생명공학, 물질공학, 뇌과학, 인지과학 등이 이러한 융합의 예이다.”

이 책은 과학에 관련한 시사적인 것들을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것으로,. 이를테면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인 광우병이나 대운하 건설, 황우석 사건 등을 과학자의 입장에서 읽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안점은 다른 과학책과는 차이가 있다. 저자인 홍성욱교수는 학제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즉 자신이 과학자이지만 역사학이나 철학, 사회학, 인류학과 같은 인문학과의 학문적 만남이 중요하다는 것을 책 내용을 통해서 역설하고 있다. 이를테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철학에 깊이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물리학과 철학을 접목시킨 점이 위대한 발견을 이끈 창의력의 기본이었다고 주장한다.

최근에 통섭이라는 말이 화두이다. 홍성욱 교수는 통섭과 비슷한 개념인 하이브리드 즉, 잡종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하이브리드 세상읽기>나 <잡종, 새로운 문화 읽기>와 같이 과학과 인문학을 접목시킨 대중과학서를 여러 권 출간한 바 있다. 홍성욱교수가 말하는 21세기 과학의 모습은 인간과 사회 속에서 깊이 자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잡종’ 학문 연구이고, 탈정상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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