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돈황 이야기
마쓰오카 유즈루 지음, 박세욱.조경숙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7월
평점 :
실크로드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다. 그것이 단순히 여행과 관련된 내용이건 이 책 <돈황이야기>(연암서가.2008년) 처럼 문화재 약탈에 대한 이야기건 간에 그렇다. 그것은 NHK 다큐멘터리 ‘실크로드’ 때문일 것이다. 기타로의 음악과 함께 보여 지는 사막과 오아시스, 낙타를 몰고 가는 대상의 무리, 사막에 묻힌 고대의 도시와 찬란한 유물을 통해 그곳은 우리에게 많이 익숙해져 있다. 그곳의 중심은 바로 돈황이다.
그 지역이 서구에 알려지게 된 것은 불과 한 세기가 지났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외진 곳이었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지구상에서 지도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곳은 남극과 타클라마칸 사막 지역이었다. 그 지역은 청나라의 영토였지만, 나라의 힘이 약화된 상태에서 서구 열강의 힘을 다투고 있는 지역이었다. 바로 그곳에 지리를 탐사한다는 것과 불교유적을 조사한다는 목적으로 각국의 탐험대가 활동을 시작한다. 말은 탐험대이고 불교 유적 조사대였지만, 그들은 유물사냥꾼이었다. 이 책은 그 유물 사냥꾼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에게 100년 전의 실크로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먼저 등장하는 사람은 오렐 스타인이다. 헝가리 출신의 영국인으로 그의 탐험은 실크로드뿐만 아니라 티베트 등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있다. 그리고 그는 돈황 천불동의 장경동에서 발견된 많은 고문서를 최초로 서양으로 반출한 사람이다. 그의 컬렉션은 영국박물관이 있다.
두 번째 사람은 폴 펠리오다. 불과 30세에 불과한 나이에 탐험대를 이끌 정도로 여러 분야에 걸친 지식과 아울러 중국어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말을 알고 있었던 그에게 탐험대장의 자리를 아주 적절했다. 펠리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유명한 사진을 통해서 전세계에 알려졌다. 이 책 157쪽에 있는 사진으로 고문서가 꽉차있는 조그만 서고에서 촛불을 켜놓고 문서를 읽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에서 보는 문서의 양은 엄청나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이미 스타인이 문서를 한차례 반출한 후였지만 남아 있는 문서만도 대단한 양으로 보인다. 스타인과 달리 펠리오는 한문을 읽을 수 있었기에 문서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20일 동안 거의 1만 5천 권의 한문으로 된 두루마리를 읽어봤다고 한다. 그가 읽고 프랑스로 가져간 책 중에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사람은 오타니 탐험대의 다치바나로 그도 역시 돈황 천불동에서 많은 문서를 반출해간다.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마쓰오카 유즈루)이다 보니, 일본 탐험대를 종교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선교단이란 의미로 ‘오타니 미션’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우물 약탈자들인 것은 확실하다.
위에서 소개한 세 사람이 반출해간 실크로드 유물을 3대 걸작이라고 말한다. 그 중 오타니 컬렉션의 좋은 유물들이 우리나라 중앙박물관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얼마 전 중앙박물관 중앙 아시아실에서 보니 실크로드 유적지 중의 하나인 베제클릭에서 가져온 벽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벽화는 포를 뜨듯이 벽을 도려낸 것이다. 벽화를 도려낸 그 벽의 모습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안 보더라도 알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상처로 남아있을 것이다. 실크로드 탐험대는 이런 잔인한 문화 약탈을 일삼았던 것이다. 스타인,펠리오, 다치바나를 이 책에서는 ‘문화침략의 신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피터 홉커크는 자신의 책 <실크로드의 악마들>에서 이들을 악마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금 영국과 프랑스, 한국 등에 소장되어 있는 실크로드 유물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하고 생각해본다. 돈을 주고 샀기에 자신들의 소유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문화가치의 보편성을 외치며 유물들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유물의 가지고 있는 당사자이기에 현재 이 유물에 대한 국제적인 동향이 궁금하다.
이 책의 부제는 ‘실크로드와 돈황학 입문서의 고전’이라고 적혀있다, 돈황 천불동에서 나온 그 수많은 문서는 하나의 학문을 탄생시켰을 만큼 방대했다. 그 학문이 바로 ‘돈황학’이다. 100년 전에 그곳에서 벌어졌던 그 잔인한 약탈의 결과로 하나의 학문이 생겨났다고 하니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