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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런 삶의 해부 - 거짓말, 그리고 이중생활의 심리학
게일 살츠 지음, 박정숙 옮김 / 에코리브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부모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이 생겼을 때 어른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육체적인 기준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을 말할 때도 있지만, 비밀이 생긴 것을 어른의 기준으로 보는 시각은 적절한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조차 숨기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이나 사회적으로 용인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방어수단을 활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싶은 것들은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성문제라든지 아니면 도덕적 윤리적으로 비난 받을 수 있는 행동이나 범죄와 관련된 상황일 것이다.
이 책 <비밀스런 삶의 해부>(에코리브르.2008년)에서 비밀이란 “우리가 진정성을 탐구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해주는 안전한 피난처”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인 게일 살츠는 정신분석 전문의로서 실제 임상에서 얻은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에게 있어 ‘비밀’이란 무엇인지, 또 비밀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인간에게 있어서 비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즉 “은밀하게 개인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인간이란 종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필요 불가결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도 다치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공감하거나 비밀을 지키는 사라에게 자부심을 느끼게도 하는.” 비밀을 양성(良性)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반면 비밀이 누구에게도 밝히기 어렵고 또 그 비밀로 인해서 상처를 받고 피해를 보는 경우에는 이를 악성(惡性)비밀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비밀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마련이지만 저자는 비밀을 결코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저자가 말하는 비밀의 긍정적인 측면은 “(타인과 공유하는 비밀은)내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상대를 독점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거나 사랑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최초로 대서양을 비행기로 건넌 찰스 린드버그의 얘기가 나온다. 린드버그는 아내 외에도 여러 명의 여성을 통해서 많은 아이를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철저히 이 사실을 숨겼고, 그가 사망한 이후에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 린드버그는 자신의 사생활에 있어서 철저히 비밀을 지킨 것이다. 린드버그의 비밀은 ‘연인들의 비밀스런 삶’이라는 장이 수록이 되어있다.
반사회적 성격 질환자라는 의미를 가진 ‘소시오패스(sociopath)'라는 단어가 있다.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그 구별이 쉽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이코패스가 더 능숙하고 계획적이고 비밀스러운 데 비해 소시오패스는 좀 더 어눌하고 무질서한 편”이라고 역자는 주석을 통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소시오패스는 이를 테면 사회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실제의 모습과 큰 차이가 있다. 그들이 살인을 하고 체포된 경우, 그 이웃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면, 이웃들은 그가 아주 평범한 사람이고, 예의도 바르고, 가정적인 사람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경우를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범죄자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가? 저자는 우리 모두가 그러한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범죄자들도 최초에는 작은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고, 이것을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로 만들었고, 나아가 더욱 큰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 것이다. “비밀은 범죄자가 머룰 임시 거처를 제공함으로써 모순감정, 갈등, 그리고 공격성이라는 불꽃에 쉼 없이 부채질을 한다.”라고 말하며 저자는 비밀이 범죄에 있어서 큰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예는 ’범죄자들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제목의 장에 나온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비밀스러운 삶’이 노출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사례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외도를 일삼는 남편의 사례가 나온다. 외도를 아내에게 들키고는 정신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그가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를 외도의 길로 가게 되었으며, 정신적 상담을 통해 치유하는 경우도 소개된다.
이렇게 이 책은 비밀의 의미에 대해 깊숙이 파헤치고 있는데, 과연 이 책의 저자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내 자신이 남에게 밝히지 않는 비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는 과연 어떤 비밀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