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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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생물학적 관점에서 대답해 보면 ‘자기 복제를 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생물과 무생물 사이>(은행나무.2008년)의 저자인 후쿠오카 신이치는 ‘자기 복제’만 가지고 생물을 말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단 생명의 첫 번째 조건은 ‘자기복제’다. 자기복제를 하는 주제는 바로 유전자로, 이 책에서는 유전자 발견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록펠러 대학 교수였던 오즈월드 에이버리가 폐렴쌍구균을 연구하면서 균의 성질을 바꾸는 물질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는 이 물질을 유전자라고 부르지 않고, 형질전환물질로 불렀다. 에이버리의 유전자 발견은 20세기 최대의 발견이며 이어진 DNA 구조의 발견이나 DNA 암호 해독에 기본 바탕을 제공한 것이었다.

이어 뉴욕의 컬럼비아대학 생화학연구실의 어윈 샤가프는 “DNA가 단순한 문자열이 아니라 반드시 대칭구조로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낸다. 즉 DNA를 구성하고 있는 네 개의 문자 ACGT는 A-T, G-C가 서로 쌍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DNA는 두 가닥의 사슬로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이는 “두 가닥의 DNA 사슬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잃어버려도 다른 한쪽을 모체 삼아 쉽게 복구가 가능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로잘린드 프랭클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비운의 여성학자가 등장한다. 프랭클린은 물리화학을 전공해서 케임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그녀의 연구 주제는 X선으로 DNA 결정을 해독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DNA구조 발견에 거의 근접한 연구를 한다. 그러나 과실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었다. 프랭클린에게는 모리스 월킨스라는 상사가 있었다. 그는 프랭클린이 DNA를 X선으로 촬영한 사진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에게 보여준다. 왓슨과 클릭은 프랭클린의 도움을 받았음에 틀림이 없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을 제외한 세사람은 노벨상을 받는다. 그에 반해 프랭클린은 40세가 되기도 전에 사망하고 만다. 어쩌면 과학적인 발견이나 이를 통해 유명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운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생명의 두 번째 조건을 ‘루돌프 쇤하이머는 “생명이란 대사의 계속적인 변화이며, 그 변화야 말로 생명의 진정한 모습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생명은 지속적인 대사를 하는 존재인 것이다. 다시 말해 생명이란 끊임없이 동적인 존재라는 의미다. 그런데 저자는 쇤하미어의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생명이란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생명의 두 번째 조건인 ‘동적 평형’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동적인 평형은 문제가 생긴 단백질을 제거하고 재빨리 새로운 부품으로 대체하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생체는 내부에 고일 수 있는 잠재적인 폐기물을 시스템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생명이란 항상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20세기는 물리학의 세기라고 했고, 21세기는 생물학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21세기의 생물학적 발전은 20세기의 여러 가지 생물학적 연구 업적으로 인한 것인데,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내용이 바로 20세기에 인류가 이루어낸 대단한 성과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독자들이 소설과 같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글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이는 저자인 후쿠오카 신이치가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교수이고, 또 이 책의 처음에 나오는 오스월드 에이버리와 같은 학교인 록펠러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거쳤기에 아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생명이나 생물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읽어볼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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